<현안 인터뷰>원희룡 “집권연장 집착해 과거정부 탓·갈라치기… 文정권, 역사상 가장 편파적”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원희룡 제주지사가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제주도 서울본부에서 진행된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김동훈 기자

■ 원희룡 제주지사

권력은 요리위한 도구인데, 요리엔 관심없고 도구만 쥐려 해
보여주기식 쇼나 하니 나라가 이 모양… 역동성·활력 잃어가
정권심판 여론 물끓듯… 이번 재보선서 민심 현주소 드러날것
내년 대선 도전… 양극화 해소·일자리 창출 주도적 역할이 꿈

원희룡(57) 제주지사는 2000년대 낡은 보수 정치권의 촉망 받는 젊은 인재였다. 1964년생인 원 지사는 20년 전 30대 중반의 나이에 16대 총선(서울 양천구)에서 당선된 이후 내리 3선을 하면서 차기 지도자로 발돋움했다. 하지만 친이(친이명박)계도, 친박(친박근혜)계도 아니었던 원 지사에게 합리적 소장파라는 호칭은 ‘만년 비주류’의 의미와 다르지 않았다. 결국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의 누구도 그를 부르지 않았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 제주지사로 출마한 것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다. 고향인 제주를 선택한 덕에 원 지사는 운 좋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의 위기를 넘기고 2018년 재선에 성공했다. 그리고 이제 대권 도전의 꿈을 키우고 있다. 원 지사는 지난 22일과 30일 두 차례에 걸쳐 진행한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도 가슴속에 간직해 왔던 포부와 갈고닦아 온 정책 비전을 숨기지 않았다.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어떻게 예측하나.

“이전 선거와는 달리 야당을 당선시켜서 정권 견제라는 민심을 보여줘야겠다, 이렇게 생각하는 분들이 주변에 부쩍 늘어난 것 같다. 선거 결과에 반영될 것이라고 본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야권 단일화한 후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재 민심이 야권에 유리하게 흐르고 있는데 두 당이 뭘 잘해서 여기까지 온 것이 아니다. 정권심판을 요구하는 국민 여론이 밑에서 물 끓듯 올라온 것이다. 민심의 흐름을 감히 거역할 수 없다.”

―이번 재·보선의 의미는.

“아무래도 문재인 정권에 대한 심판과 민심의 현주소를 확인하는 것이다.”

―내년 대통령선거에 출마하나.

“그렇다.”

―제주지사 사퇴는 언제 하나.

“아직 정한 것은 없다. 중요한 점은 현직 도지사로서 그 책임을 가볍게 여길 수 없다는 것이다. 닥쳐오는 상황 속에서 책임감 있는 최선의 결정을 할 생각이다.”

―원 지사는 능력에 비해 대선후보 지지율이 너무 안 나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무래도 제주지사라는 틀 속에서 모든 것을 바라보게 되는 상황적 한계가 있다. 국민에게 분명한 색깔과 존재감을 보여드려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선에 출마할 것으로 예상하나.

“나온다고 본다.”

―윤 전 총장은 어떤 정치 행보를 보일까.

“그는 정권을 가리지 않고 강력한 법치 의지를 보였다. 공평하다는 점에서 국민이 기대하는 것이다. 현재 문재인 정권은 역사상 가장 편파적인 정권이다. 그래서 윤 전 총장이 강력한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중요한 기반이 됐다. 하지만 국가 운영은 그것으로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나라를 어떻게 이끌지 비전도 세워야 하고, 그에 걸맞은 사람들도 모아야 한다. 윤 전 총장이 제3지대로 간다는 얘기가 나오지만, 제3지대는 과도기적이고 일시적인 접근 방법이다. 입구에선 제3지대가 있어도 출구에선 있을 수 없다.”

―국민의힘은 어떤 역할을 할까.

“국민의힘은 전 정부에서 최악의 모습을 보였다. 국민으로부터 파산선고를 받은 것이다. 이제 현 정부 비판만 할 것이 아니라 과거로 돌아가지 않고 어떻게 대한민국의 미래를 더 밝게 할 수 있을지를 국민 앞에 증명해야 한다.”

―대안 세력으로서 능력과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는 뜻인가.

“그렇다. 아직은 혁신이 많이 부족하다. 앞으로 역동적인 1년이 진행되리라 본다.”

―정권교체는 가능할까.

“쉽지는 않겠지만 가능하다고 본다. 문재인 정권에 대한 비판은 쌓일 대로 쌓였다. 하지만 다음 대선 출마자는 문재인이 아니다. 문재인 정권 지지율이 떨어지면 자동으로 정권교체가 이뤄진다? 그렇지 않다. 김대중 정부와 이명박 정부 지지율이 바닥으로 떨어졌지만 결국 노무현 정부와 박근혜 정부로 정권이 재창출됐다.”

―어떤 비전을 보일 것인가.

“외환위기 이후 한국 사회구조가 바뀌고 기회의 다리가 단절되며, 양극화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소위 우파·보수는 획기적인 대안을 제시한 적이 없다.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는 과감하고 혁신적인 정책을 내놓고, 그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내는 것, 이게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과거의 보수는 빈곤에서 탈피할 때, 민주화 시대를 열 때, 그리고 세계로 뻗어 나갈 때 담대한 구상을 제시하며 정면 돌파해 나아갔다. 이제 내가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 나의 꿈이다.”

―그런 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어떠한가.

“문재인 정부의 문제는 목표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목표가 뭐든 간에 그것을 추진하는 에너지와 집중력이 없다. 너무나 무기력하다. 허공에 주먹질하는 꼴이다. 보여주기식 쇼나 편 가르기만 하니 나라가 이 모양이 됐다. 대한민국이 역동성과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이번 정권이 역사상 가장 편파적이라고 말한 이유는.

“편파는 원인이기도 하고, 결과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이 잘하는 것이 있다. 숟가락 얹어 홍보하는 것이다. 그리고 절대 정권을 뺏기면 안 된다는 현실적 목표에 대한 집착도 대단하다. 나라 자산을 허물어서라도 선거에 져서는 안 되고 권력도 놓치면 안 된다. 앞으로 남은 1년도 오직 이 목표로만 갈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역사상 가장 심한 편 가르기로 가는 것이다. 최소한의 윤리 감각이 마비됐다.”

―대표적인 예를 든다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 윤미향 의원 사태, 윤 전 총장 축출 등이 다 그렇다.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 것도 과거 정부 탓이라고 하지 않나. 유체이탈, 내로남불, 과거 탓, 남 탓, 갈라치기, 소수의 적 만들기 등 권력 유지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며 윤리도 버리는 사람들이 문재인 정부다. 권력이란 요리를 위한 도구다. 그런데 요리엔 관심이 없고, 칼과 불을 쥐는 데만 집착하고 있다. 반성도 없다. 위선적인 정권이다.”

―코로나19 대응은 잘하고 있나.

“그동안은 잘해 왔다고 본다. 다만, 두 가지를 지적하고 싶다. 우선 백신이다. 국민 여론이 들고 일어나니 부랴부랴 백신 확보에 나섰다. K-방역 홍보만 했을 뿐 제대로 한 것이 뭐가 있나. 자화자찬에 우왕좌왕하는 모습, 분명 국민은 안다. 다른 하나는 국민의 경제활동과 영업활동 제한에 대한 부분이다. 독일을 보라. 피해자들에게 일찌감치 보상해주지 않나. 국민에게 미안한 생각을 가져야 한다. 그런데 꼭 선거에 맞춰 돈을 푸는 식이다. 모든 것을 정치화한다. 문재인 정부의 고질병이다.”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임대차 3법’이 시행되기 이틀 전 전세금을 올렸다가 경질됐다.

“이 정부는 잘못을 인정하는 법이 없다. 그런데 이번에 서둘러 경질하는 것을 보니 다급하긴 한 모양이다. 만약 선거가 아니었다면 저렇게 했을까. 김 전 실장이 전세금을 올린 것이 지난해 7월이다. 당연히 국민은 ‘선거쇼’가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이 정부는 선거에서 심판받지 않으면 잘못을 인정하지도, 책임자를 교체하지도, 정책을 바꾸지도 않는다. 김 전 실장 사퇴는 이 정권의 내로남불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 들이닥치기 시작한 신호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시장 실패에 대응하기 위해 큰 정부로 나서면 더 큰 실패를 한다는 것을 온몸으로 증명해줬다. 세계사에 남을 사례라고 본다.”

―왜 그렇게 보나.

“문 정부 사람들은 부동산 가격을 ‘잡는다’고 한다. 가격을 어떻게 잡나. 정책목표가 집값 자체를 잡겠다는 것이 돼서는 안 된다. 집값은 하나의 관리대상일 뿐이다. 부동산 정책은 쏠린 유동성에 맞게 교통신호나 교통량을 조절하는 것이다. 그리고 주된 정책은 대다수 서민이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게끔 공급하고 지원해주는 것이다. 정부는 빈곤층의 주거 복지에 집중하고 나머지는 시장과 민간의 흐름을 안정시켜 조율해 나가야 한다. 부동산 가격에 집착하는 순간 실패다. 그런데 이 정부는 수요를 억제한다며 공급을 늘리지 않는다. 그런데도 집값이 올라가니 수사기관을 통해 또 억제한다. 규제의 무한 악순환으로 갈 수밖에 없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땅 투기 의혹에 국민의 분노가 크다. 이 사태의 원인은 무엇인가. 어떻게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공공 만능주의가 만든 비극이다. 공공이 비대해지면 도덕적 해이가 생긴다. 문 정부의 철학이 근본적으로 잘못됐다. LH의 기능을 없앨 수는 없다. 공공과 민간의 컬래버레이션이 대안이다. 공공 재개발을 민간에 줘야 한다. 민간 영역엔 기업뿐 아니라 지역 주민까지 광범위하게 참여시켜야 한다. 그래야 투명하게 운영하면서 도덕적 해이도 줄이고 최적화할 수 있다.”

―집을 두 채 가진 사람은 나쁜 사람인가.

“무슨 소리. 세금을 더 내면 된다. 서울의 집은 세금을 더 내고, 시골집은 덜 내게 하면 된다. 세금은 전체 보상체계를 보충하기 위한 도구로 써야 한다. 징벌적 수단으로 쓰면 부작용이 크다.”

인터뷰 = 김만용 정치부 차장 my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