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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이든 정부 ‘초대형 재정정책’에 경제학자들 엇갈린 전망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한 초대형 재정 확대 정책이 초래할 인플레이션(물가상승) 논란이 금융당국의 진화 시도에도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2월부터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 5차례에 걸쳐 총 5조9410억 달러(약 6726조 원)의 재정을 풀었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는 1조9000억 달러의 코로나19 긴급 대응 재정부양 정책 외에도 3조 달러 규모의 ‘21세기판 그린 뉴딜’인 인프라 투자도 추진하고 있다. 엄청난 규모 때문에 “미국과 세계를 위한 고위험의 도박”(이코노미스트)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다. 이에 따라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학계에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인플레이션 불가피론자로는 체탄 아야 모건스탠리 수석 이코노미스트와 그레고리 다코 옥스퍼드이코노믹스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지난 10년 동안 경험하지 못한 수준의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것이며, 2021년 중반에는 물가상승률이 3∼4%대에 육박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반면 첸 차오 알파인 매크로 수석 전략가와 니라즈 세스 블랙록 아시아크레딧 본부장은 “물가상승 압박이 심해져도 이러한 추세는 일시적인 것으로 다시 물가가 하락해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정반대 의견을 내놓고 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비관론… “재정확대는 도박”
백신접종 빠르게 진행되면
소비심리 회복에 수요급증
“올 물가상승률 3~4% 육박
10년간 경험 못한 인플레”
◇비관론 측 “미국 소비 3개월 만에 상승 반전, 국채 가격 급등이 증거”=인플레이션 조짐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미 경제활동의 핵심인 소비지출이 최근 크게 늘었다. 상무부에 따르면 1월 소비지출은 전월 대비 2.4% 올라 지난해 12월 0.4% 감소세에서 대반전을 기록했다.
아야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3차 코로나19 경기 부양책으로 미국인 1인당 1400달러의 현금이 지급되고 백신 접종도 2분기에 광범위하게 진행될 경우 경기는 상당한 상승 모멘텀을 보일 것”이라며 “코로나19로 잠재된 소비 심리도 바로 회복되면서 수요가 빠르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코로나19 경기 침체는 서비스 업계 구조조정으로 가장 빠른 기간에 최악의 실업률을 기록했다”며 “바이든 행정부는 경기침체 극복 과정에서 소득 불평등을 해결해야 한다는 압력을 받고 있기 때문에 근로자 임금상승도 점진적으로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국제유가와 원자재를 비롯해 미국 채권 가격도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받고 있다. 지난해 배럴당 마이너스 30달러까지 추락했던 국제유가는 지금 60달러 수준까지 올랐다. 특히 알루미늄, 구리, 목재 등은 최근 급등세를 타고 있다.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도 1.7%대까지 올라갔다.
다코 이코노미스트는 “아동 세금 공제 강화, 임대 지원 및 푸드스탬프 등 바이든 행정부 경기 부양책으로 가계 소득은 지난 1월 10% 증가했다”며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은 7% 크게 오르고 내년에도 4%를 유지하면서 성장세로 복귀할 것이고 일자리도 꾸준히 창출되면서 실업률도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제가 재개된 후 지출이 급증하거나 공급망 병목현상으로 인해 일부 상품 가격이 정상보다 빠르게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낙관론…“과열 가능성 작다”
백신접종에 부양자금 투입
美 국내총생산 큰 도움 안돼
“일정 기간 물가 오르겠지만
Fed가 통제수단 갖고 있다”
◇낙관론 측 “일시적 과장, 인플레이션 통제 수단 확보”=낙관적인 전문가들도 인플레이션 가능성을 아예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시장의 인플레이션 예측을 나타내는 지표 가운데 하나인 10년 만기 미 국채 손익분기점 수익률(break-even rate)이 지난주 2.36%로 2013년 이후 최고치로 올랐고, 연방준비제도(Fed) 역시 물가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기 때문이다. 물가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도 현재 1.4%에서 올해 연말에는 2.2%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며, 금융당국이 이를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세스 본부장은 “인플레이션은 올해 중반 거의 3%에 이르러 지난 10년 동안 경험하지 못한 수준에 도달할 것이지만, 통제되지 않는 과열 가능성은 작다”며 “인플레이션에 따라 더욱 중요해진 Fed 통화 정책 전환 공포는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첸 차오 전략가도 “바이든 행정부의 경기부양안에 대한 인플레이션 리스크는 과장돼 있다”며 “미 경기부양법의 약 40%인 7500억 달러가 코로나19 접종 등에 사용돼 국내총생산(GDP)에 큰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물가가 한동안 오르기는 하겠지만, 상승세가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며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진다면 Fed가 통제할 수단도 확보하고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금융당국도 강력한 통제 의지를 표출하고 있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최근 “물가 안정을 계속해서 강력히 틀어쥘 것”이라면서 “경기부양책에 따른 일시적인 물가상승이 물가 전망을 바꿔놓지는 못할 것”이라고 낙관했다. Fed는 지난해 3월 코로나19 확산 이후부터 제로 금리를 유지해오고 있고, 최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도 일러도 2024년이나 돼야 금리 인상이 가능할 것으로 예고한 바 있다.
박민철 기자 mindo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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