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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박경일 기자의 인생풍경 게재 일자 : 2021년 04월 02일(金)
드라마의 역사 왜곡…가공인물 유의태 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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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드라마 ‘조선구마사’가 역사 왜곡과 중국풍 설정으로 거센 비판을 받다가 폐지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역사 인물이 등장하는 드라마는 왜곡으로 인한 폐해가 생각보다 큽니다. 역사드라마가 아닌, 허구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장르의 드라마라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단적인 예가 1999년 폭발적인 인기 속에 방영됐던 TV 드라마 ‘허준’입니다.

드라마에는 허준의 스승 유의태가 나옵니다. 자신의 몸을 제자 허준에게 해부용으로 내놓는 인상적인 장면으로 유의태는 시청자들에게 각인됐습니다. 유의태는 그러나, 작가가 꾸며낸 가공인물입니다. 숙종의 어의였던 유이태란 실존인물이 있었지만, 허준과는 동시대 인물이 아니었습니다. 유이태가 자기보다 100살 이상 더 많은 허준의 스승이 된다는 건 턱도 없는 얘기지요.

왜곡 논란이 벌어지자 당시 작가는 “드라마는 몇 가지 역사적 사실을 주요 모티브로 만든 픽션”이라 했습니다. 문제는 사람들이 ‘허준의 스승, 유의태’를 역사적 사실로 받아들인 것입니다. 진짜 유이태는 사라졌고, 가공의 인물 유의태의 행적이 만들어졌습니다. 가짜 스승 만들기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건 경남 산청이었습니다. 한 한의학자의 막연한 추정을 근거로 허준을 제 지역 사람으로 편입했던 산청군은, 유이태의 자취를 가상의 인물 유의태의 것으로 바꿔치기했습니다. 잘 모르는 유이태보다, 다들 허준 스승으로 알고 있는 유의태가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데 효과적이라고 생각했겠지요.

‘유이태 약수’는 ‘유의태 약수’로 바꿔치기 됐고, 약수의 전설도 모두 유의태의 것으로 둔갑했습니다. 왜곡 시도는 갈수록 대담해집니다. 급기야 한의약테마파크 동의보감촌에 유의태의 가묘와 동상을 세우는가 하면, 허준이 유의태를 해부했다던 동굴까지 체험 공간으로 만들었습니다. 이건 좀 다른 얘기지만, 동의보감촌에서 또 이해할 수 없었던 건 가짜 국새 논란 끝에 사기죄로 실형을 산 전각장이 잡아준, 강력한 기(氣)가 나온다는 ‘기(氣)바위’를 여태 두고 있는 것입니다.

현실 공간과 실재를 왜곡하는 건, 드라마의 왜곡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입니다. 잘못을 알고 있으면 고쳐야 합니다. 이미 바로잡기에 너무 멀리 와 버렸지만, 이대로 두면 지금보다 더 멀리 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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