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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문화지식포럼 게재 일자 : 2021년 04월 05일(月)
文, 법을 권력독점 도구 삼아 민주주의 파괴…‘법에 의한 지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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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 송재우 기자
■ ‘文 정부 민주주의’의 반민주성 탐구 - ④ ‘법의 지배’와 ‘법에 의한 지배’<끝>

적법 절차·법 앞 평등·제한적 정부 지켜야 ‘법의 지배’
법치주의·견제균형 원리 작동 안되면 ‘독재정부’ 출현
비판과 토론 통한 ‘오차 수정’ 허용돼야 민주주의 발전


왜 민주주의를 할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국민 개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는 데 있어 인류가 고안해 낸 최적의 정치체제라는 점이 인정되기 때문일 것이다.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지키려면 이는 필연적으로 국가권력의 행사에 대한 일정한 제한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 통치자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제한적 권력을 자의적으로 휘두른다면 개인의 자유와 권리는 온전히 지켜질 수 없다. 민주주의 정부라면 반드시 ‘법의 지배(rule of law)’에 따라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화일보와 ‘민주주의는 만능인가’(가갸날, 2019) 저술팀이 협업으로 진행하는 ‘문재인 정부 민주주의의 반민주성 탐구’는 네 번째이자 마지막 주제로 법치의 문제를 다룬다. 특히 법의 지배와 ‘법에 의한 지배(rule by law)’가 어떻게 다른지, 문재인 정권에서 법치가 어떻게 왜곡돼 결과적으로 민주주의를 파괴했는지를 짚어본다.

◇‘법의 지배’의 요소들

‘민주주의는 만능인가’에 따르면 민주주의는 ‘법의 지배’ 즉 법치주의와 동의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민주주의가 추구하는 최고의 가치가 국민의 자유와 권리의 보장이고, 이를 위한 최선의 보장책이 바로 ‘법의 지배’이기 때문이다(43쪽). 이때 ‘법의 지배’는 ‘법에 의한 지배’와는 전혀 다르다. ‘법의 지배’가 통치자 역시 법에 복속하는 민주적 통치를 의미한다면, ‘법에 의한 지배’는 통치자가 법을 통치의 수단으로 삼는 문민독재를 뜻한다.

법의 지배를 정착시키기 위한 주요 요소는 다음과 같다. 첫째, 민주적 절차에 따라 제정된 법률에 의하지 않고는 국가를 비롯한 누구도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할 수 없다. 여기서 강조점은 ‘민주적 절차에 따라 제정된 법률’에 있다. 둘째, 법 앞의 평등이다. 이 요소야말로 법의 지배 원리가 원리답도록 만들어주는 필수요건이다. 법의 지배를 말하면서 법 위에 군림하거나 성역이 존재한다면, 이 원리는 깨지고 만다(앞의 책, 46쪽). 셋째, 법의 지배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강력한 보루가 있어야 한다. 그것은 삼권분립 체제이며 그 속에서도 사법부가 최후의 보루다. 민주국가에서 사법부의 독립성, 특히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과 재판의 불편부당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앞의 책, 50쪽).

넷째, ‘법의 지배’ 원리가 가장 먼저 그리고 철저하게 적용돼야 할 대상은 국가기관이다. 정부는 국가권력을 행사하되 반드시 법률에 근거해(즉 ‘적법절차’에 의해) 권력을 행사해야 한다. 기존 법률과 관습의 범위를 넘어서면 안 된다. 정부가 이 범위를 넘어서서 자의적으로 국가권력을 행사한다면, 그 정부는 헌법적 제한을 넘어서는 ‘문민독재’와 동의어인 ‘무제한적 정부’가 된다. 만일 법률이 국민에 대해서는 강력한 구속력을 가지면서 국가기관에 대해서는 무기력하다면 국가는 무소불위의 존재가 될 것이다(앞의 책, 52쪽). 국가기관에서 법의 지배 원리가 얼마나 지켜지고 있는지가 좋은 정부와 나쁜 정부를 가르는 최고·최상의 시금석이다(앞의 책, 52∼53쪽).

◇삼권분립, 법치주의의 쌍생아

민주주의는 최소한 두 가지 원리가 원활히 작동할 때 건강성을 유지할 수 있다. 하나는 법치주의 원리, 또 다른 하나는 견제와 균형의 원리다. 이 두 원리가 작동하지 못하는 정치체제는 단언컨대 민주주의라고 말할 수 없고, 전제적 독재 정부의 출현을 막기 힘들다(앞의 책, 225쪽). 견제와 균형의 원리는 삼권분립을 통해 구현된다. 즉 삼권분립을 통해 국가권력이 분립하고 법의 지배에 의한 법적 안정성이 이루어지면, 국민의 삶이 국가권력의 자의적인 행사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삼권분립과 법치주의는 인간의 자유와 권리를 향한 투쟁이 낳은 쌍생아다.

특히 삼권분립은, 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목표가 전제적 독재정부의 출현을 막는 것이라는(앞의 책, 55·82쪽) 점에서, 국가권력 독점(=독재)의 출현을 방어하기 위한 핵심 기제다. 삼권분립은 서로 분리된 국가권력, 입법·행정·사법권 간에 상호 견제와 균형을 가능하게 만들어(앞의 책, 58쪽) 법치주의와 더불어 민주주의를 완성한다.

권력의 분립은 다양성을 허용함으로써 모순을 발효시키는 장독과도 같다. 모순이 생겨야 역동성이 살아나며 창의성이 발현된다. 획일성을 강요하는 컨트롤 타워가 생겨나는 순간 모순은 사라지고 역동성과 창의성도 죽는다. 민주주의 사회가 전체주의 사회보다 더 역동적이고 진취적인 이유는 바로 삼권분립이라는 권력분립을 통해 역동성과 창의성을 살려낸다는 점에 있다. 모순을 회피하려고 하면 할수록, 민주주의의 수준은 낮아진다(앞의 책, 68쪽).

법치주의가 법을 악용한 독재의 수단이 되는 형식적 법치주의로 빠지지 않고 국가권력으로부터 국민의 자유를 지키는 실질적 법치주의가 돼야 한다는 측면에서도 권력분립은 대단히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삼권분립은 법치주의가 독재의 도구로 기능하는 ‘법에 의한 지배’로 빠지는 것을 막고, 민주적 통치 기제가 되는 ‘법의 지배’로 나아가게 하기 위한 중요한 장치다.

◇문재인 정권의 법치 파괴

문재인 정권의 ‘법에 의한 지배’로 빠지는 사례는 차고 넘친다. 삼권분립을 무력화하고, 법을 통치 수단화해 문민독재를 하며, 아예 적법절차 자체를 파괴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식이 동원됐다.

첫째 삼권분립 형해화. 문재인 정권은 숫자의 힘으로 판사 탄핵을 추진했다. 삼권분립의 한 축인 법관을 탄핵으로 파면하려면 엄정한 절차를 따라야 함에도 불구, 재판에서 무죄를 받은 판사를 탄핵 요건 확인이나 본인 변소조차 듣지 않은 채 곧바로 탄핵을 결정함으로써 사법부를 겁박했다.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공작 의혹’은 지난해 4월 총선 이후 윗선에 대한 수사를 재개한다는 방침이었지만 1년이 다 되도록 감감무소식이다.

둘째 법을 통치 수단화한 문민독재. 국회 절대다수를 구성하는 여당 더불어민주당은 다수결을 앞세워 중요 법안들을 일방적으로 통과시켰고 국민 생활을 어려움에 빠트리게 했다. 거여(巨與)가 일방적으로 통과시킨 ‘임대차 3법’은 전세 난민을 양산했고, 다수 힘으로 밀어붙인 ‘5·18 왜곡 처벌법’과 ‘대북전단금지법’은 헌법의 기본권 중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짓밟았다. 민주당 스스로 만들었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핵심 조항인 ‘야당 비토권’을 일방적으로 삭제해 국민과 야당에 거듭했던 약속을 내팽개쳤다.

셋째 적법절차 파괴.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은 대표적인 적법절차 파괴 사례다. “월성 1호기를 언제 폐로시키느냐”는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주무 장관이 “너 죽을래”라고 부하들을 협박하자 공무원들이 줄줄이 나서 경제성 평가를 왜곡·조작하고 증거 자료를 폐기했다.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의혹’은 김학의를 출금 조치하기 위해 법무부와 검찰, 관계기관의 조작과 불법이 동원됐다는 의혹이다. 청와대가 대통령 30년 지기인 송철호를 2018년 지방선거에서 울산시장에 당선시키기 위해 정부기관과 경찰을 개입시켰다는 의혹도 적법절차 파괴 사례로 꼽힌다.

◇비판과 토론, 그리고 민주주의

통치자와 집권세력이 국회를 통해 무슨 법이든 제정하고, 그 법률에 따라 통치하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은 잘못됐다. 절차적 정당성을 넘어 내용적·결과적 정당성까지 확보돼야 법치주의에 맞는다. 법을 제정하고 집행하는 절차도 적법절차를 따라야 하지만, 그 이상으로 중요한 건 내용과 결과가 법의 정신과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 즉 법의 지배를 존중하는지이다.

민주주의는 인간이 불완전한 존재라고 가정한다. 이 때문에 서로 다르게 판단하는 사람들이 서로에 대해 비판하고 토론하는 과정을 거치며 잘못된 판단을 줄이고 허점을 보완해가는 것이 필요하다(앞의 책, 65∼66쪽). 국정 운영에서 비판적 토론으로 ‘오차 수정(error correction)’을 허용하고 장려해야 할 이유다. ‘민주주의가 발전했다’는 말은 국가 운영에서 비판이 더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하는 제도가 정착됐음을 뜻한다(앞의 책, 66쪽). 이것이 문화일보와 ‘민주주의는 만능인가’ 저술팀이 ‘문재인 정부 민주주의의 반민주성 탐구’를 진행해오면서 내린,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제언이다.

허민 전임기자 ·‘민주주의는 만능인가’ 저술팀


■ ‘민주주의는 만능인가’ 저술팀

김영평 고려대 행정학과 명예교수, 최병선 서울대 행정대학원 명예교수, 배수호 성균관대 국정전문대학원 교수, 구민교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이민창 조선대 행정복지학부 교수, 이혁우 배재대 행정학과 교수, 김서영 미국 콜로라도 덴버대 공공정책학과 연구원
e-mail 허민 기자 / 편집국 국장석 / 부장 허민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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