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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Leadership 게재 일자 : 2021년 04월 05일(月)
재닛 옐런, 대화는 비둘기처럼 온화하게…논리는 매보다 날카롭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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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2월 14일 재닛 옐런 당시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워싱턴DC의 의회의사당에서 열린 상원 금융위원회 통화정책 청문회에 출석한 모습. AP 연합뉴스

■ 美최초 女재무장관 재닛 옐런

- 조직 리드하는 소통능력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게 뭘까요”
직원들과 어울리며 조언 구해

- 상대도 인정하는 설득력
Fed의장 시절 매파 잘 다독여
공화당서도 초당적 지지 받아

- 뛰어난 분석력과 통찰력
美 호황론 이어지던 2007년
금융위기·주택시장 붕괴 예견

- 소명의식과 학문적 노력
경제학자 남편과 노동시장 연구
일자리 늘리는 정책 입안 골몰


“래리 서머스 앞에서 틀린 말을 한다면 아마 ‘대학원은 나왔냐’ 또는 ‘경제학 공부는 해봤느냐’는 면박을 듣게 된다. 반면 재닛 옐런은 ‘이런 방법으로는 생각해 봤습니까’라고 물어볼 것이다. 옐런은 합의점을 찾아가는 능력이 있다.”

지난 2013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후보로 서머스 전 재무장관과 당시 Fed 부의장이던 옐런 현 재무장관이 경합을 벌일 때 Fed에서 이코노미스트로 일했던 케빈 해셋이 한 말이다. “백악관에서 서머스가 끝없는 논쟁으로 동료를 미치게 했다”는 보도가 나온 반면, 옐런 장관에 대해선 “특이할 정도로 상냥하고 품위 있는 인물”이라는 전언이 들렸다. 서머스 전 장관은 28세에 하버드대 종신 교수직에 오를 정도로 똑똑했지만, 독단적인 성격과 신중치 못한 발언으로 반대 세력이 많았다.

반면 옐런 장관은 조지프 스티글리츠를 비롯한 경제학자 350명이 백악관에 추천 서한을 전달할 정도로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결국 Fed 의장 자리를 차지한 옐런 장관은 소통과 설득의 리더십, 날카로운 분석력으로 미국이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조 바이든 행정부의 초대 재무장관이자, 역사상 첫 여성 재무장관이 된 옐런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타를 맞은 경제위기를 구원할 적임자로 여겨지고 있다.


◇조직을 움직이는 부드러운 ‘메리 포핀스’…탄탄한 논리에서 나오는 설득력=옐런의 최대 능력 중 하나는 뛰어난 소통능력이다. Fed에서는 전임 총재들과 달리 상냥하고 부드러운 성격으로 조직 내부의 대화를 유연하게 바꿨다고 인정받았다. 2004년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로 임명됐을 때 구내식당에서 직원들과 매일 식사한 얘기는 유명하다. 당시 직원들은 총재와 자유롭게 토론할 수 없는 분위기였는데, 옐런이 전통을 완전히 깬 것. 그는 평소 직원들에게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게 무엇인가’ 또는 ‘우리가 틀렸다면 어떻게 되나’ 등의 질문을 하며 조언을 구했다고 한다. 옐런의 전 동료들은 그에게 ‘메리 포핀스’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영화 ‘메리 포핀스’ 속 동명의 주인공처럼 친절하고, 믿을 수 없을 만큼 똑똑하며 항상 모든 일에 준비돼 있다는 이유다.

옐런은 튼튼한 논리 전개로 상대방을 설득한다고 알려져 있다. 앨런 브라인더 전 Fed 부의장은 “옐런의 설득력이 대단하다”며 “그는 자기 논리를 반대론자에게 잘 주입해 끝내 자기 사람으로 만드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옐런은 점진적인 긴축을 중시하는 ‘비둘기파’지만 Fed 의장 시절 그가 이끌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은 공격적 긴축을 주장하는 ‘매파’가 다수였다. 옐런은 금리를 빠르게 인상하라는 매파 위원들을 다독이며 천천히 금리를 인상했다. 2015년과 2016년에 한 차례씩 인상하고 숨을 고르다 2017년 세 차례 금리를 올렸다. 이 과정에서 시장에 충분한 신호를 줘 긴축 발작을 막았다는 평을 받았다. 이 같은 정무적 능력으로 옐런은 민주당원이지만 공화당으로부터도 초당적 지지를 받고 있다. 그는 재무장관 상원 인준 역시 찬성 84표, 반대 15표의 압도적인 비율로 통과했다.

◇‘매보다 날카로운 예측 능력을 지닌 비둘기’=옐런은 비둘기처럼 온건한 성격을 가졌지만, 매보다도 날카로운 분석력을 갖췄다. ‘키는 작지만 IQ는 높은 여인’으로 알려진 옐런이 자신의 주장을 관철했던 배경에는 학문적·실무적 자신감이 있다. 옐런은 뛰어난 경제 예측력을 지녔다.

미국에서 호황론이 이어지던 2007년 말, 그는 신용 경색 심화와 경기 후퇴 가능성이 있다며 글로벌 금융위기와 주택시장 붕괴를 최초로 예견한 정책 입안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009∼2012년 Fed 위원들의 경제 전망 발언을 분석한 결과 옐런은 38번 중 36번을 적중해 가장 높은 예측력을 보였다.

옐런의 경제 분석력은 올바른 경제 전망을 바탕으로 상황에 걸맞은 예방책을 제시하는 데 중요한 능력이 됐다. 옐런은 20년 넘는 중앙은행 실무 경험과 데이터 기반의 분석을 통해 미국 경제를 연착륙시킬 수 있었다. 그가 의장으로 취임했을 때 미국의 실업률은 6.7%였고, 그가 퇴임할 때 이 수치는 4.1%로 낮아졌다. 2차 세계대전 이후 Fed 의장 중 가장 큰 폭으로 미국의 실업률을 떨어뜨린 것. 이 공을 인정받아 미 역사상 처음으로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의장, Fed 의장에 이어 재무장관이라는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 옐런이 코로나19 경제위기를 어떻게 타개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꾸준한 학문적 노력에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남편 ‘외조’도=현실의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옐런은 학문적으로 꾸준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경제학자이자 정책 입안자로서 실업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그 과정에선 시장에서의 정보 불균형과 관련한 ‘레몬 이론’으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남편 조지 애컬로프의 외조도 한몫했다. 학문적 동지로서 두 사람은 노동시장에 대한 논문 10여 편을 공동으로 집필했고, ‘중앙은행이 장기 실업을 외면해선 안 되며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어느 정도의 인플레이션은 감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확립했다. 옐런의 학문적 업적은 그의 공직 지명뿐만 아니라 정책 입안에도 도움이 됐다.

옐런이 지치지 않고 경제 현상을 파악했던 원동력은 그가 공직자로서 강한 소명 의식이 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어린 시절 뉴욕 브루클린에서 대공황으로 실직한 노동자들의 삶을 보고 자란 옐런은 “실업의 대가가 근로자와 그 가족, 지역 사회에 미칠 파장을 우려해 경제학자가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경제학은 실제 사람들을 돌보는 학문이어야 한다는 인식을 밝힌 셈이다. 그는 또 “경제 정책이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공직자는 도덕적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옐런을 멘토로 생각한다는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사람들은 옐런이 단순히 똑똑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봉사하는 사람들에 대해 항상 생각하기 때문에 그를 존경한다”고 전했다.

정유정 기자 utoor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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