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했습니다>멋없던 고백… 달콤했던 연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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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령훈(38)·정서희(여·32) 부부

저(서희)와 남편은 2009년 3월 대학 밴드 동아리에서 만났습니다. 저는 신입생이었고 남편은 4학년 선배였어요. 이 사람과 사랑하게 될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어요. 한참 어린 제게는 까마득한 선배였으니까요.

정확하게 언제부터 남편을 좋아했는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당시의 감정은 기억나요.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남편을 보려고 일부러 제가 가지 않는 구역까지 가서 공부했어요. 음료수를 어떻게 전해줄지 온종일 전전긍긍하다 미지근해진 음료수를 겨우 자리에 올려놓고 도망친 적도 있습니다.

사귀자고 고백한 건 남편이었는데요. 하지만 세상에…. 정말 멋없는 고백이었답니다. 늦게까지 시험공부를 하다가 저를 데려다주던 밤, 집에 들어가기 아쉬워 근처 놀이터에 앉아 이야기하고 있었는데요. 문득 그러더라고요. “시험 끝나면 사귀자”고요.

저는 시험이 끝나면 다시 정식으로 고백하겠거니 했는데 한참이 지나도 아무 말이 없는 거예요. 결국 “선배, 왜 고백 안 해요?” 물었더니 세상에, 그게 고백이었대요. 멋없게 시작된 연애였지만 남편은 제게 정말 잘해줬어요.

특히 단 한 번도 저를 집에 데려다주지 않은 적이 없어요. 남편은 저를 집에 데려다주고 제 방에 불이 켜지는 것까지 보고 나서야 집에 갔거든요. 그 마음이 얼마나 큰지 깨닫게 되는 순간, 모든 하루하루가 특별해지는 기분이었어요.

저희는 달콤하고 긴 연애 끝에 2016년 3월 저희가 만난 학교에서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여전히 연애하듯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저희의 결혼생활을 응원해 주시길 바랄게요.

sum-lab@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