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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지식카페 게재 일자 : 2021년 04월 07일(水)
광학유리 벤치·빨대 토네이도…인공적 예술품, 자연으로 승화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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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 작업 토네이도.

■ 최경원의 세상을 바꾼 디자인 - (5) 東洋을 살린 요시오카 도쿠진

현대의 첨단기술과 재료로 만들었지만 완성된 순간 자연만 남아… 5000년 역사의 동아시아 理想 실현
나무의자 개념 깬 종이로 만든 허니팝 의자는 공포와 경악… 단순한 기능 구현 넘어선 깊이 있는 정신세계 보여줘


물체의 뒤쪽까지 보이는 투명한 재질은 영락없는 물이다. 밝게 비치는 빛을 하나도 남김없이 뒤편으로 보내버리는 투명한 형체는 손에 잡히면서도 눈에 보이지 않는 물의 신비로운 존재감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더없이 맑고 청량해진다.

이것은 야외에 놓이는 벤치다. 재료는 물과는 완전히 다른 광학 유리(optical glass)다. 너무나 물처럼 생겼기 때문에 이 벤치가 물처럼 쉽게 만들어진 것으로 보기 쉽지만, 이런 형태를 만들기 위해서는 대단한 첨단기술이 동원됐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 벤치는 오히려 가장 인위적이고 가장 반(反)자연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벤치 제작에 동원된 첨단의 것들은 벤치가 완성되자마자 모두 증발해 버렸다. 남은 것은 ‘물’뿐이다. 인위적인 것은 모두 없어지고 자연만 남은 것이다.

이 벤치는 일본의 유명한 산업 디자이너 요시오카 도쿠진(吉岡德仁)이 디자인한 것이다. 그는 자신의 디자인에 ‘비가 오면 보이지 않는 벤치’라는 별명을 붙였다. 명창이 자기 목소리를 폭포수 소리와 혼연일치시키는 것이 연상된다. 인간이 만든 예술품이 자연으로 승화되는 것은 5000년 동아시아 예술의 염원이었고, 미학적인 목표였다. 도쿠진은 그것을 현대적인 기술과 재료들을 동원해 실현했다. 웬만한 아티스트나 미학자, 철학자도 이룰 수 없는 수준의 문화적 성취를 이뤘다.

그런데 도쿠진은 워터폴 벤치와 함께 인상적인 전시 작업을 보여줬다. 빨대 200여만 개로 전시장을 가득 채운 토네이도(Tornado) 작업이었다. 넓은 화랑 공간에 수없이 많은 반투명의 빨대가 덩어리를 이룬 모습은 말도 못할 장관이었다. 그냥 멈춰 있는 덩어리가 아니라 마치 깊은 바다에서 거대한 파도가 치는 것 같은 역동적인 흐름을 형성하고 있었다. 생동하는 기운이 우주의 거대한 움직임을 그대로 압축해 놓은 것 같았다. 워터폴 벤치를 물처럼 만든 것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자연을 구현한 것이었다. 자연을 실현하려 했던 동아시아의 고차원적인 아름다움이 이런 현대의 디자이너를 통해 표현되고 있는 것은 대단히 놀라운 일이었다. 이후로도 도쿠진은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의 디자인에 자연을 실현해 왔다.

새로운 세기에 막 접어들었던 2001년, 도쿠진은 매우 독특한 의자로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가구는 천이 덮인 쿠션이나 플라스틱, 나무로 만들어진다고 생각해 온 사람들에게 도쿠진의 허니팝(Honey-pop) 의자는 경악과 공포(?)를 선사하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특히 수십 년, 아니 수백 년 동안 서양에서 만들어진 의자의 모든 선입견은 이 의자 앞에서 다 힘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종이로 의자를 만들었으니….

도쿠진은 문방구에서 파는 싸구려 장식품에서 볼 수 있었던 허니컴(Honeycomb) 구조를 의자에 응용해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의자를 내놨다. 동아시아적 전통을 현대적으로 응용한 것이기는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매우 아방가르드한 의자가 만들어졌다.


더 놀라운 것은 이 의자의 원래 형태였다. 이 의자의 처음 모습은 도저히 의자라고 생각할 수 없는 납작한 판 모양이다. 이 판 모양을 양쪽으로 잡고 벌려주면 마술처럼 벌집 같은 구조의 의자가 나온다. 보고서도 믿을 수가 없는 마술 같은 모습이다. 그러니 이 의자가 처음 등장했을 때 얼마나 충격적이었는지는 말할 필요가 없다.

의자라면 단단하고 딱딱한 소재로만 만들어진다는 통념이 이 종잇장처럼(?) 가볍고 다루기 좋은 소재로 인해 보기 좋게 전복돼 버렸다. 그리고 도쿠진의 명성은 국제적으로 한껏 높여졌다.

허니팝 의자가 종이로 만들어졌다면, 파네(Pane) 의자는 섬유로만 만들어졌다. 그냥 섬유가 아니고 특수 가공해 안쪽에 자체적인 허니컴 구조를 갖춘 섬유기 때문에 다른 구조의 도움 없이도 체중을 견딜 수 있다. 부드러운 것으로 단단한 것을 제압하는 동양적 미학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이 의자에는 빵을 가리키는 이탈리아어 ‘파네’가 붙었다. 이 의자가 파네를 굽는 것과 거의 같은 단계를 거쳐 만들어지기 때문이었다.

이 의자는 반 원통 모양의 섬유 덩어리를 둥글게 말아 종이 튜브에 넣고, 104도까지 올라가는 가마에서 구워 형태를 만든다. 나무를 깎고, 쇠를 자르고, 못을 박는 작업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이다. 그러니까 이 의자에서 도쿠진은 단지 특이한 의자를 만든 것에 그친 게 아니라, 의자를 만드는 방식을 새롭게 디자인한 것이다.

이 디자인에서 볼 수 있듯, 도쿠진의 디자인에서는 단순한 기능성이 아닌 개념적인 특징들, 순수미술에서 볼 수 있는 의미론적 경향을 많이 볼 수 있다. 스와로브스키의 전시장에 설치했던 샹들리에에서는 거의 설치미술에 육박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도쿠진은 2005년 밀라노 가구 박람회에서 마치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들이 가득 모여 있는 듯한 형상의 독특한 샹들리에를 선보였다. 빛이 나는 점들의 밝기 차이가 모여 희미하면서도 환상적인 이미지를 만드는 조명이었다. 이름도 ‘스타더스트’.

이 프로젝트는 스와로브스키가 도쿠진에게 의뢰한 것이었다. 스와로브스키의 부사장을 런던에서 만난 바로 그날 밤에 이 샹들리에의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어두운 밤하늘에 빛나는 무한한 별의 입자들이 어떤 이미지를 투영하는 것을 보고, 스와로브스키의 크리스털을 하늘의 별처럼 빛나게 하는 이미지를 만들어 볼 생각을 했던 것이다.

이전에 그는 광섬유를 이용해 이미지를 만든 적이 있었는데, 이때 활용했던 최신 기술을 이용해 5000여 개의 광섬유로 이 스타더스트를 만들었다. 각 광섬유 끝에는 6개의 크리스털을 붙였으며, 이 샹들리에에는 총 2만여 개의 크리스털을 넣어 빛이 켜지고 꺼짐에 따라 이미지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했다. 텔레비전 이미지까지 전송할 수 있게 했다. 그런 어려운 과정과 뛰어난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샹들리에는 대단히 신비롭고 스펙터클한 인상으로 스와로브스키의 크리스털을 물질이 아닌 정신적인 소재로 승화시켰다.

도쿠진은 원래 일본의 패션 디자이너 이세이 미야케 밑에서 디자인 작업을 했었다. 주로 전시 관련 디자인 작업을 하면서 미야케의 총애를 받았다고 하는데, 명품이기도 한 미야케의 시계를 디자인하기도 했다. 이 시계는 도쿠진이 제품 디자인에도 뛰어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손목시계에는 숫자 표시가 하나도 없고 동심원 세 개와 직선밖에 안 보인다. 너무 심플해 시계로 작동할 수 있을지도 의심스러운 모양이다.

그런데 이 시계는 바늘이 움직이는 게 아니라 동심원의 판들이 따로 돌면서 시간과 분을 알려주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기존의 시계와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완전히 다른 작동구조를 가지고 있다. 작은 시계 하나도 일반적으로 디자인하지 않는 그의 뛰어난 디자인 태도를 잘 보여준다.

도쿠진의 디자인들은 심플하고 투명하거나 하얀색밖에 보이지 않지만, 그 단출함 안에는 대단히 깊은 정신이 담겨 있다. 그래서 갖은 휘황찬란한 모양의 디자인이 횡행하는 가운데서도 그의 디자인들은 찬란하게 빛을 발하고 있다. 그는 물질성이 아닌 정신성으로 세계 디자인의 흐름을 이끌고 있는 세계적인 디자이너다.

현디자인연구소 대표


▲  요시오카 도쿠진(吉岡德仁)

■ 요시오카 도쿠진(吉岡德仁)

- 1967년 일본 출생

- 어린 시절부터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좋아해 유화를 비롯한 회화를 배웠고, 과학에도 많은 흥미를 느낌

- 1986년 구와사와 디자인 학교에서 공부

- 1988년부터 4년간 패션 디자이너 이세이 미야케 밑에서 주로 전시 관련 디자인 작업

- 2000년 요시오카 도쿠진 디자인 사무소 설립

- 비트라(Vitra), 모로소(Moroso), 에르메스(Hermes), 토요타(Toyota), 엘지(LG) 등 세계 굴지의 기업들과 프로젝트 진행

- 그가 지향하는 초점은 자연이며, 일본의 전통문화


- 문화부 SNS 플랫폼 관련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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