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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Who, What, Why 게재 일자 : 2021년 04월 07일(水)
공직자 직무관련 사익추구 사전차단·사후처벌 명시…국회, 8년간 뭉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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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티이미지뱅크

■ LH사태로 재조명 이해충돌방지법

이해충돌 사안 사전신고 의무화 등 핵심… 피감기관 예산으로 출장·가족회사가 관급공사 수주 등 공직비리 터질때마다 거론
2013년 발의 김영란法에 포함됐지만 2년 뒤 통과땐 통째로 빠져… 시민사회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지난 2013년 처음 발의된 공직자 이해충돌방지 조항이 8년 동안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시민사회의 평가다. 공직자가 직무 관련 정보를 이용해 사익을 추구하는 행위를 원천 차단하기 위한 조항을 담은 ‘이해충돌방지법’은 공직사회 비리 사건이 터질 때마다 정치권과 시민사회, 언론에서 제기한 단골 처방이었다. 그때마다 법안이 발의됐지만 번번이 심의가 지연된 채 국회 회기가 마무리되고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8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만 따져 봐도 피감 기관 예산으로 보좌진과 함께 해외출장을 갔다 온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 국회 파견 판사를 통해 지인 재판과 관련해 청탁한 의혹을 받는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 손혜원 전 민주당 의원의 목포 부동산 투기 혐의, 박덕흠(무소속) 의원 가족 소유 건설사가 피감 기관으로부터 수천억 원대의 공사를 수주한 의혹, 전봉민(무소속) 의원이 부산시의원 재직 당시 가족 회사가 수백억 원대의 관급 공사를 수주한 의혹 등 공직자들의 이해충돌 사건은 끊이질 않았다. 이 와중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은 이해충돌방지법의 제정 필요성에 또 불을 붙였다. 하지만 3월 국회에서 처리가 불발됐다. 국회는 재논의 방침을 밝혔으나 4·7 재·보궐선거 이후 펼쳐질 대선 정국에서 국회 통과를 담보할 수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여야가 재·보선 이후 4월 국회에서 처리를 약속한 가운데 이해충돌방지법의 주요 내용과 쟁점을 짚어본다.

▲  참여연대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지난달 16일 국회 앞에서 이해충돌방지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해충돌 사안의 ‘사전 신고 의무화’ ‘사적 이익 취득 전면 금지’가 핵심 = 이해충돌방지법이 제정되면 공직자가 사적 이익을 추구했는지를 증명할 필요 없이, 사적 이해 관계자 신고 등 관련 신고를 하지 않았을 때 제재가 가능하다. 이해충돌방지법이 존재했다면 LH 사태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는 업무상 알게 된 정보를 이용해선 안 된다는 공직자윤리법상의 규정이 있지만, 이를 위반할 시 처벌할 수 있다는 법적 조항이 부재하다. 공직자의 이해충돌 행위를 처벌할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것이다. 현재 국회에 제출된 법안을 적용한다면 도시 개발 업무를 수행하는 공직자는 직무관련자가 가족 등 사적 이해관계자임을 알게 된 경우 이를 신고해야 한다. 직무상 취득한 비밀을 이용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면 7년 이하의 징역이나 7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받는다. 공직자는 자신의 직무관련자가 사적 이해관계자임을 인지했을 경우 기관장에게 이를 신고하고 회피 신청을 해야 한다. 임용 3년 이내 민간 활동 내역을 소속 기관장에게 제출해야 하는 의무도 발생한다. 공직자 자신과 배우자, 생계를 같이 하는 직계 존·비속이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된 사람과 금전, 부동산 등 거래를 한 사실을 알게 된 경우 기관장에게 신고해야 한다.

직무관련자에게 개인적으로 자문하고 대가를 받는 행위도 금지된다. 해당 계약 업무를 담당하는 공직자나 그 배우자 등과 수의 계약을 체결할 수 없도록 한 조항도 있다. LH 사태에 적용되는 조항은 직무 수행 중 알게 된 비밀을 이용해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가 이득을 취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이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에도 국회 통과 안 되는 배경은 = 국민권익위원회가 3월 2주 동안 실시한 국민생각함 의견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 3030명 중 83.2%가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답했다. 이해충돌방지법은 2013년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이 국회에 발의될 당시 큰 줄기로 삽입돼 있었다. 당시 발의안 명칭이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안’인 것에서 보듯 공직 사회 청렴도 개선을 위한 이해충돌방지 조항이 핵심적인 부분이었다. 하지만 2015년 통과된 김영란법에서 관련 내용은 통째로 빠졌다. 국회의원이나 중앙부처 공무원의 업무 범위가 넓어서 업무가 마비될 수 있다는 우려 등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후에도 공직자 이해충돌 사건이 끊이지 않으면서 이해충돌방지법은 20대 국회에 이어 21대 국회에서도 발의됐다. 3월 국회에서 여야가 처리를 추진했던 법안은 21대 국회 출범 직후인 지난해 6월 국민권익위가 제출한 것이다. 하지만 10개월 넘게 국회는 심사를 하지 않았다. 3월 초 법안 심사가 시작된 것은 LH 사태의 후폭풍으로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또다시 처리가 지연된 것은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 포함 여부, ‘직무상 비밀 이용 금지’ 조항에서 ‘비밀’을 ‘비공개 정보’로 확대해야 한다거나 ‘직무상’이라는 표현을 없애 LH 사태처럼 동료로부터 취득한 정보도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 등 법 적용 대상과 범위에 대한 여야 간 이견 때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인 국민의힘 측에선 더 정교하게 심사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신중하지 못한 규제와 처벌 조항이 의원들의 전문성 발휘를 제약하고 의정활동에 소극적으로 임하도록 만들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다만 국회의 신중한 입장이 지난 8년간 그랬듯 제 목에 방울을 달지 못하는 의원들의 미온적인 태도 때문이 아니냐는 불만이 시민 사회를 중심으로 제기되는 것도 사실이다. 참여연대는 3월 법안 처리가 무산되자 지난 1일 논평에서 “신중한 심사가 필요하다면 밤을 새워서라도 심사하면 된다. 지금 국회가 해야 하는 과제 중 이해충돌방지법 제정만큼 시급한 일은 없다”고 주장했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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