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감사편지’란>이 넉넉한 아름다움의 뿌리는 엄마… 당연함에서 찾아낸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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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천상중학교 이하난슬 교사

얼마 전 엄마에게 매일의 감사 세 가지를 쓰는 감사노트를 선물 받았을 때 나는 왠지 도덕 교과서를 받은 느낌이 들었다. 그 감사노트는 엄마의 좋은 취지를 마음에 남겼지만 한 가지의 감사 제목도 적지 못하고 있다.

엄마는 매일 감사노트를 쓴다. 내 집에서 15분 거리에 있는 엄마 집은 그리 멀지도 않건만 완연한 자연의 느낌이 드는 곳이다. 아파트가 빼곡한 우리 동네에서 어느덧 사계절 다른 색을 내는 산이 둘러싼 풍경으로 접어들면 내가 있던 곳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에 온 것 같다. 그래서인지 엄마는 그 자연 속에서 매일 새로운 감사 제목을 잘도 찾아내곤 한다.

엄마는 식구들 먹을 만큼의 결실만 얻을 수 있는 작은 텃밭에 상추 조금, 고추 조금, 무 조금, 당근 조금 심어두고는 또 자투리 공간에 캐모마일, 애플민트, 로즈메리를 애살맞게 길러내기 바쁘다. 그러고는 이곳에서 겨우내 추위를 견뎌 언 땅 밑에서 버티다 뚫고 올라온 첫 냉이라든가, 생각지 않았는데 알아서 여무는 가지나 오이라든가 혹은 정말 못생긴 아기 당근들로부터 참 부지런히도 감사 제목을 찾아낸다.

이렇게 자연에서 얻어진 것들을 따습게 데우고 오물조물 무쳐 자식들에게 먹이면 그것 또한 감사가 되는 엄마. 그녀의 감사로 나는 그런 호사를 누린다.

이런 엄마와 시골길을 걷다 보면 나도 그녀의 딸이라 그런지 예쁜 마음이 든다. 경치가 특별히 아름답다가도 문득, 여기도 엄마가 사는 곳이 아니면 아무 의미 없는 풍경이구나, 이 넉넉한 아름다움의 뿌리에는 엄마가 있구나, 특별한 건 이곳이 아니라 엄마가 주는 안식이구나, 엄마가 있어서 감사한 거구나. 당연한 말이지만 나는 또 이렇게 직접 와닿아야 안다.

감사는 나를 위한 것이다. 감사한 삶과 그렇지 않은 삶, 어느 것이 더 행복할지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수치화돼서 객관적으로 보이는 것을 남들과 비교하면 나의 행복도 내가 가진 것의 개수에 맞게 재단돼야 할 것만 같다. 그러나 내게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이고 감사할 것들을 감사하며 할 수 있는 것을 하면 내 안에서 빚어지는 수치화되지 않은 행복이 있다. 진짜 어른은 자기에게 주어진 작은 텃밭부터 잘 가꾸는 사람이 아닐까.

눈앞의 삶에 감사해야 그 기쁨이 남에 대한 감사로 이어진다. 먼저 감사함을 느낄 줄 알고, 나아가 삶을 함께 지탱해주고 있는 이에게 순도 100%의 감사를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은 정말 멋지지 않은가. 감사하다고 말해보면 나와 이 상황, 타인에 대해서 조금은 너그러워진다. 감사하지 않은 게 당연한 일에서 감사함을 찾아내면 그 일은 꽤 견딜 만해지고 의외로 근사해지기도 하니까.


／제6회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전국 감사편지 공모전／

주제 : 편지를 통해 선생님, 부모님, 친구에게 감사의 마음 전하기

응모자격 : 전국의 모든 초·중·고등학생 및 청소년

접수기간 : 2021년 3월 1일(월)∼6월 30일(수)

접수방법 : 인터넷 검색창에 ‘초록우산 감사편지’ 검색 또는 전화 신청(1833-34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