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했습니다>소득의 70% 저축 알뜰한 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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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리안(여·32)·존 리(30) 부부

제(리안)가 한국계 캐나다인 남편(존)을 만난 것은 2014년 8월이었습니다. 당시 저는 캐나다 서부 빅토리아에서 영주권 신청절차를 밟으며 샌드위치 가게에서 일하고 있었어요. 남편은 근처 군부대에서 해군 중위로 복무 중이었습니다. 아시아계 군인이 많았던 탓에 저는 가게를 찾은 남편을 보고 ‘아! 또 새 군인이 왔구나’라고만 생각했습니다. 다만 주문할 때마다 “아무거나 달라”면서 정말 샌드위치를 맛있게 먹는 남편의 모습은 어렴풋이 기억납니다. 남편을 알게 된 지 1년 정도 지났을 때였습니다. 저는 일도 힘들고, 인간관계에서 상처를 받아 지친 시기였습니다. 주변 사람들과 일절 연락을 끊고 일만 하며 지내는데 뜬금없이 남편이 찾아와 “산책할래?”라고 말했습니다. 아무것도 묻지 않고 저만 바라봐주는 묵직한 모습에 반해 이후 매일 남편과 바닷가를 산책했어요. 그렇게 연인으로 발전했습니다.

우리 둘의 연애는 여느 커플과 달랐습니다. 2년간 연애하면서 그 흔한 카페 데이트는 손에 꼽을 정도였습니다. 우리는 만나면 도시락을 싸서 바다나 호수를 찾았습니다. 남편은 제가 운동부족이라며 운동장에서 공을 차게 했고, 고깃집을 찾는 대신 한적한 야외에서 직접 고기를 구웠습니다.

결혼을 결심한 뒤 생각지 않았던 고비가 찾아왔습니다. 바로 통장 공개였습니다. 남편은 기본지출을 제외한 소득의 70%를 저축한 반면, 저는 한 푼도 저축하지 않고 하루하루를 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남편은 실망한 기색 없이 문제의 원인을 찾아 해결책을 제시했고 1년 뒤에는 저도 꽤 많은 돈을 모을 수 있었습니다. 결혼식은 2017년 5월 남편이 나고 자란 토론토에서 치렀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둘만의 힘으로 결혼을 준비한 탓에 혼수, 예물 등 꼭 필요하지 않은 것은 몽땅 뺀 소박한 결혼식이었습니다. 결혼 후 4년이 지난 지금 남편은 해군 대위로 복무 중입니다. 저는 2년 전 태어난 아이를 키우면서 동화작가의 꿈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sum-lab@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