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했습니다>아내가 먼저 건네 준 전화번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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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준영(28)·김민경(여·28) 부부

저(준영)는 SNS 메시지로 제게 호감을 표시한 여자와 결혼했습니다. 평소 패션에 관심이 많아 SNS에 옷 사진 올리는 걸 즐기던 저는 어느 날 황당한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010-0000-0000 제 전화 번호 여기 있어요~.”

일면식도 없는 여자분이 제게 이런 메시지를 보낸 겁니다. 제 심정은 두려움 반, 궁금함 반이었습니다. 용기를 내서 답을 했죠.

알고 보니 민경 씨는 제가 옷을 잘 입는다고 생각해 계속 제 계정을 팔로잉하고 있었더라고요. 저는 2주간 고민 끝에 민경 씨가 남긴 번호로 전화했습니다.

첫 전화 통화는 한 시간 넘게 이어졌습니다. 민경 씨는 어디 사는지, 무얼 좋아하는지, 어떤 일을 하는지 차근차근 알려줬어요. 자기 얘기를 자연스럽게 하는 모습에 제 마음도 편해지더라고요. 민경 씨에 대한 호기심이 호감으로 변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처음 만났죠. 사진으로만 보고 전화만 한 사이인데도 민경 씨가 누구인지 단번에 알아보겠더라고요. 저는 ‘사이버 친구’인 줄 알았던 민경 씨가 실존인물로 제 앞에 나타나 함께 걷고 밥을 먹는다는 게 너무 신기했어요.

저는 민경 씨에게 용기를 내서 말했죠. “오늘부터 우리 사귀면 안 돼?” 민경 씨는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답했어요. “그래. 좋아!”

처음 연애를 시작했을 때 민경 씨는 직장인, 저는 졸업을 앞둔 대학생이었습니다. 민경 씨는 취업을 고민하는 저를 위해 자기소개서를 첨삭해주고 면접 대비 연습까지 시켜줬죠. 그 과정에서 저희는 함께라면 평생 행복하게 잘살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됐죠. 자연스럽게 결혼을 준비하게 됐습니다.

저희는 지난해 12월, 코로나를 뚫고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SNS 속 사진에 의존해 평생 인연을 만나다니…. 신기하기만 합니다. 저희 부부가 낸 ‘작은 용기’가 오늘의 행복을 만들어 낸 거겠죠?

sum-lab@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