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철환의 음악동네>사랑 고백 후 들려오는 노래… “미안하다고 네게 말하고 싶어”

  • 문화일보
  • 입력 2021-04-12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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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하드 투 세이 아임 소리’

“브라질에서 나비가 날갯짓을 하면 텍사스에서 토네이도가 일어날까.” 이 기발한 질문은 대중예술에도 영감을 준다. “시카고에서 미안하다고 노래하면 톰 크루즈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의외의 한마디가 인생을 바꾸는 일도 있다. 영화 ‘제리 맥과이어’(1996)에서 주인공 제리(톰 크루즈)는 잘나가는 스포츠 에이전트다. 어느 날 자기가 관리하는 선수의 어린 자녀로부터 이런 말을 듣는다. “아저씨는 돈밖에 모르죠.” 당황, 아니 황당했을 것이다. ‘어린아이가 별소릴 다 하네’ 하며 가던 길로 계속 갔다면 그 후 돈 좀 벌고 살다가 돈 좀 남기고 죽었을지 모른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주철환 작가·프로듀서·노래채집가

제리는 그러지 않았다. 그는 생각했다. ‘이런 게 내가 원한 삶이었나.’ ‘혹시 선수를 돈벌이 수단으로만 쓴 건 아닌가.’ 밤새워 쓴 사명선언문(Mission Statement) 제목은 ‘우리가 생각만 하고 말하지 못한 것’(The things we think and do not say)이었다. 일기나 반성문으로만 남겼다면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전 직원들에게 선언문을 돌린다. 결과는 어땠을까. 돌려받은 건 격려금이 아니라 해고통지서였다. 이 영화에는 유독 돈 얘기가 많이 나온다. 미식축구선수 로드(쿠바 구딩 주니어)가 입에 달고 다니는 말이 바로 “돈 좀 벌게 해줘요(Show me the money)”다. 이 영화로 그는 제69회 아카데미상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어느 자료에선가 미국인이 자주 사용하는 영화 대사 3위로 뽑히기도 했다.

영화에는 “당신이 나를 완전하게 만들어(You complete me)”라는 대사가 두 번 나온다. 처음엔 제리와 비서 도로시(러네이 젤위거)가 엘리베이터 안에 동승한 청각장애인들의 수화로 접한다. 나중에 곁을 떠났던 제리가 도로시에게 돌아와 사랑을 고백하는 대사이기도 하다. 돈만으로 삶이 완전해질 수 없듯이 대사만으로 영화가 완전해질 순 없다. 불후의 록발라드 ‘하드 투 세이 아임 소리’(Hard to say I’m sorry)가 ‘제리 맥과이어’의 대미를 장식한다. 1967년 미국 시카고에서 결성된 8인조 시카고(Chicago)는 2003년, 2010년 두 차례 내한공연을 했다. 멤버 교체가 있었지만 여전히 현역이다.

살면서 듣고 싶은 말이 사랑이라면 꺼내기 힘든 말은 사과일 것이다. 그래서 보통 ‘사랑해’는 주어가 ‘나’지만 ‘사과해’는 주어가 ‘너’다. 음악동네에서도 사랑은 흔하고 사과는 귀하다. 시카고의 노랫말에 귀 기울여보자. ‘난 정말로 미안하다고 네게 말하고 싶어(I really want to tell you I’m sorry)’. 그러나 가슴에서 입까지의 거리가 브라질에서 텍사스만큼이나 멀다. 변명도 궁색하다. ‘미안하다고 말하기가 어려우니(It is hard for me to say I’m sorry) 그냥 네가 알아주면 좋겠어(I just want you to know)’. 제리의 멘토로 등장하는 에이전트 선배 디키 폭스(제러드 주심)는 가슴과 머리를 번갈아 짚으며 고언을 남긴다. “가슴이 비었다면 머리도 소용없다네(If this is empty, this doesn’t matter).”

엘턴 존도 비슷한 노래를 불렀다. 시카고보다 6년 전(1976년)에 발표한 노래의 제목은 ‘미안하다는 말이 제일 힘든 말인 것 같아요’(Sorry seems to be the hardest word)다. 선거 때문에 일희일비했거나 다음을 기약하는 분들이라면 차분하게 이 노래 가사를 음미해보는 게 어떨까. ‘어떻게 해야 당신이 나를 원하게 될까요’(What have I got to do to make you want me) ‘어떻게 해야 내 목소리가 당신에게 전달될까요’(What have I got to do to be heard).우리가 실천하지 않아서 그렇지 실은 노래 속에 이미 답이 나와 있다. ‘대화로 좀 풀 순 없나요’(Why can’t we talk it 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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