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합니다>예쁘고 착한 딸같은 새식구…사돈 어르신께 미안하고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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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 한송의에게

아들만 둘을 둔 나는 딸이 있는 친구들이 부러웠다. 아들은 같이 있어도 침묵만 흐를 뿐, 말이 없다. 마치 지하철 옆자리의 낯선 사람 같다. 그러나 딸을 둔 친구를 만나면 아빠 밥 먹었느냐? 아픈 데 없느냐? 조금만 아파도 병원에 가라고 성화란다. 한 친구는 결혼식 날 딸이 우는 바람에 자기도 덩달아 울었다고 하면서 아들 백 명보다 딸이 낫다고 자랑한다. 그런 친구의 말을 들을 때면 나도 딸 하나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에 젖는다. 내가 결혼하던 1980년대 초만 해도 딸은 출가외인이요, 아들은 노후를 보장하는 든든한 보험으로 생각하던 시대였다. 그래서 딸을 낳으면 서운해하고 아들을 낳으면 여기저기서 한턱내라고 강요하곤 했다.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미개한 시절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7년 전 아들이 결혼하겠다며 여자 친구를 데리고 왔다. 그 친구는 하얀 목련 같은 피부에 머릿결이 찰랑거리다 못해 올올이 나부끼는 멋진 친구였다. 웃는 모습도 단아해 품위가 있었다. 목소리도 잔물결 일렁이는 봄 여울 같았다. 딸이 없어 늘 서운하던 나는 딸 하나 얻는 반가움에 이것저것 따질 것 없이 결혼을 승낙하고 싶었으나 결혼이란 백년대계를 세우는 일이라 말수를 줄이며 예비 며느리의 면접을 찬찬히 봤다. 그러나 첫인상의 이미지가 워낙 좋았기에 심층 면접이 아닌 수박 겉핥기 질문에 그쳤다. 그 후 자연스럽게 양가의 상견례가 오갔고 지금은 초등학교 1학년이 된 예쁜 손녀를 안겨준 우리 집 둘도 없는 보배로운 존재가 됐다. 남들은 서로 어렵다는 사돈댁과도 두 달에 한 번씩 정모의 식사를 하며 격의 없는 정을 나눈다. 덕분에 며느리와 아들은 지금까지 단 한 차례의 싸움 없이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 일찍이 페스탈로치는 ‘가정은 지상의 천국이어야 한다’고 말했듯 우리 며느리가 봄밤 화사하게 수놓는 목련꽃처럼 우리 집을 온통 꽃내음 천국으로 만들었다.

지난 2월 나는 무릎연골이 파열돼 입원했다. 그동안 즐겨 하던 마라톤이 화근이었는지 왼무릎 내측 반월상 연골이 찢어져 줄기세포 시술을 했다. 요즘 모든 병원이 코로나19 때문에 가족 간병인도 허락하지 않는다. 그러자 며느리는 끼니 때마다 전화를 하며 아프지 않으냐? 언제부터 걸을 수 있느냐? 반찬이 뭐냐? 아버님이 좋아하시는 생선은 있느냐? 병원 밥맛이 없으면 지하로 내려가서 맛있는 것 사 먹어라 등등 초등학생 띄어쓰기하듯 또박또박 참견해댔다. 그러나 그 참견이 싫지 않았다. 아내한테 전화가 오면 “알았어요” “알았다고” 하며 반 짜증을 내면서도 며느리의 전화는 울리는 순간부터 내 입꼬리는 가늘게 휘어진다.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가 그렇듯 서로 잘하면 기쁨이 두 배요, 예쁨도 두 배가 아닐까. 며느리가 아닌 어질고 착한 딸이 내 곁으로 왔다. 호적을 넘어 내 가슴속으로 들어왔다. 빈손이 아닌 공주보다 더 예쁜 손주를 안고 왔다. 무뚝뚝한 아들을 사위로 포장해서 사돈께 얼렁뚱땅 보내고 곳간에 알곡 차듯 단단한 며느리가 착하고 향기로운 큰딸로 왔다. 참 수지맞은 장사를 했다. 사돈 어르신은 밑진 장사를 했다고 후회하실지 모른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운 좋게 나는 대박 나는 장사를 했으니 사돈 간 어려운 사이라 할지라도 절대 반품은 없다고 시치미를 뚝 뗄 일이다.

시아버지 김재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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