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길 다 해일 덮치고 그후 햇살과 고요 찾아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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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희은 데뷔 51년 에세이 출간
“마음 흘러가는대로 살면 돼”

“좋아하는 걸 하고, 좋아하는 사람을 두고 나답게 살면 그만이지.”

올해로 데뷔 51년 차를 맞는 가수 겸 DJ 양희은(사진)이 12일 에세이 ‘그러라 그래’(김영사)를 출간했다. 1971년 ‘아침 이슬’로 데뷔한 지 반 백년이 지났고, 한국 나이로 일흔이 된 나이에도 라디오 ‘여성시대’의 DJ로 활동하는 그가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쓴 삶과 일상에 관한 이야기다.

제목에서 양희은의 진심과 삶의 태도를 엿볼 수 있다. “그러라 그래” 혹은 “그럴 수도 있지”는 그가 일상에서 흔히 하는 말버릇이다. 어떤 근심도 툭 털어버리는 특유의 여유와 솔직함이 담겨 있다. “오십 대가 되니 나와 다른 시선이나 기준에 대해서도 ‘그래 그럴 수 있어’ ‘그러라 그래’ 하고 넘길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그러니 남 신경 쓰지 않고 내 마음이 흘러가는 대로 살기로 했다.”

양희은에게도 물론 좌절하고 흔들린 젊은 시절이 있었다. 20대에는 집안의 빚을 갚기 위해 무대에 서야 했고, 30대에는 난소암으로 석 달 시한부 판정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그 모든 삶의 과정을 통해 “나이 먹는 게 좋은” 일흔이 됐다.

“너무 힘든데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이렇게 묻는 이들이 있다. 어떤 말을 해줄 수 있을까. 인생길 다 구불구불하고 큰 해일이 덮치고 그 후 거짓말 같은 햇살과 고요가 찾아오고 그러는 거 아니겠나.”

양희은이 바라는 것은 “노래와 삶이 다르지 않았던 사람”이 되는 것이다. “난 그저 나이고 싶다. 꾸밈없이 솔직하게 노래 불렀고 삶도 그러했던 사람.”

에필로그에서 그는 “인생이 내게 베푼 모든 실패와 어려움, 철없었던 시행착오도 다 고맙다. 그 덕에 마음자리가 넓어졌으니까. 무대에서 뵐 때까지 제발 건강하게 버텨달라”고 매듭지었다.

따뜻한 위로에 후배 가수들은 진솔한 추천사로 화답했다. 아이유는 “선생님의 목소리로 듣는 그 인생은 너무나 고된데, 희한하게도 지레 겁먹어 도망가고 싶지는 않다. 맞서고 싶어진다”고 했고, 이적은 “늘 지혜롭고 여유만만해 보이던 인생 선배의 이야기와 온기가 마음을 찬찬히 어루만진다”고 썼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