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키우며 보람 느꼈다” 정인이 양모 ‘악어의 눈물’

육아일기·가족사진 등 제출
오늘 결심공판서 선처 노려

생후 16개월 입양아 ‘정인이’를 학대해 사망에 이르게 한 양모가 결심 공판을 앞두고 딸의 생전 영상, 가족사진, 육아 일기를 법원에 증거로 제출했다. 화목했던 가족 모습을 공개해 선처를 호소하겠다는 판단이지만, 법조계에선 학대의 잔혹성을 고려할 때 징역 15년 이상의 구형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문화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양모 장모 씨 측 변호인은 14일 오후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리는 결심 공판을 앞두고 전날 정인이의 생전 동영상과 사진, 남편 안모 씨와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 등을 증거 자료로 제출했다. 장 씨 측은 지난 6일에도 육아 일기를 증거로 제출했다. 장 씨 부부가 촬영한 영상과 사진에는 정인이가 양부모와 함께 즐거워하는 모습 등이 담겼다. 장 씨가 직접 작성한 육아 일기에는 ‘아이를 키우면서 보람을 느꼈다’는 취지의 내용이 작성돼 있다. 증거로 제출된 부부간 메신저 대화에서도 장 씨가 정인이를 애틋하게 여긴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장 씨 변호인은 “그동안 학대를 했다는 부분만 (검찰이) 강조했기 때문에 균형적인 판단을 재판부에 요구하기 위한 부분”이라며 “법정에서도 공개할 계획”이라고 했다. 아동학대 및 방임 혐의로 함께 재판을 받는 안 씨는 12일 재판부에 세 번째 반성문을 제출했다.

일각에선 학대 정황이 명백해지고 법정에서 불리한 증언이 계속되자, 상황을 반전시킬 마지막 카드로 활용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지난해 10월 13일 사망 당시 정인이는 복부에 600㎖가량의 출혈이 발생했고, 췌장은 절단돼 있는 등 학대 흔적이 몸 곳곳에 남았다. 검찰은 공소장을 통해 양모가 아이를 상습 학대한 뒤 사망 당일 배를 발로 밟았다면서 살인 혐의를 적용했으며, 증인으로 출석한 법의학자들은 살인의 고의성과 배를 밟았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취지로 증언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범죄의 잔혹성을 고려하면 상당한 중형이 예상된다”고 했다.

김규태 기자 kgt9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