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꿈꾸는 ‘아이돌 오디션’…트로트 일색 방송가에 도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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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트 열풍이 한바탕 분 방송가에 아이돌 오디션이 다시 대거 등장한다. 2019년 Mnet ‘프로듀스 101’ 시리즈의 투표 조작 사태와 맞물며 주춤하던 아이돌 오디션이 어떻게 변주될지 가요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MBC는 올해 K-팝 스타를 발굴하는 두 편의 새로운 오디션 프로그램을 론칭한다. ‘프로듀스 101’의 초기 모델을 구축하고 ‘쇼미더머니’ 등을 연출한 한동철 PD가 한 편을 준비하고, 다른 한 편은 ‘무한도전’ ‘무릎팍도사’ 등의 성공을 이끈 여운혁 PD가 담당한다. 한 PD의 프로그램은 오는 11월 공개될 예정으로 “글로벌 아이돌 오디션을 계획 중이며 전국의 학교와 기획사에 프로그램 지원서를 보낸 상태”라고 밝혔다.

이에 맞서 SBS는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그룹을 탄생시키겠다며 ‘LOUD:라우드’를 준비 중이다. JYP엔터테인먼트의 수장 박진영과 ‘강남스타일’의 싸이가 프로듀서로 나선다. Mnet 역시 하반기 중 걸그룹 결성을 목표로 ‘걸스플래닛 999’(사진)를 준비하고 있다. 이미 3차 예선이 진행되고 있는데 한국·일본·중국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한다.

새롭게 론칭하는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의 공통분모는 ‘글로벌’이다.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 등의 인기로 저변이 넓어진 K-팝의 시장성을 극대화할 새 얼굴을 뽑겠다는 것이다. MBC 관계자는 “이제 관심은 ‘포스트 방탄소년단이 누가 될까’이다. 콘텐츠 유통 플랫폼과 제작 역량을 갖춘 방송사들이 세계를 호령할 이들을 선발하기 위해 글로벌 아이돌 오디션을 만드는 이유”라고 말했다.

‘프듀 사태’를 겪은 가요계의 시선은 엇갈린다. 전문 매니지먼트 회사가 아닌 방송사와 제작사가 단기간 활동하는 시한부 프로젝트 그룹을 결성하면 장기 계획을 바탕으로 한 그룹 육성이 어렵고, ‘프듀 사태’의 상처가 아물지 않은 상황에서 또 다른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반면 ‘프듀 사태’를 딛고 새 판을 짜야 한다는 주장 역시 적잖다.

아울러 트로트 일변도로 변한 방송가에 새 트렌드가 필요하다는 지적은 대다수가 동의하는 분위기다. 트로트 열풍을 주도해 온 TV조선 역시 K-팝 스타를 뽑는 ‘내일은 국민가수’를 선보인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해외는 K-팝, 국내는 트로트로 양분되는 시장 구조가 장기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며 “‘프듀 사태’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시청률과 화제성을 위해 10대들의 꿈을 이용하는 방식이 아니라 그들의 꿈을 지원하는 동시에 K-팝을 지속 발전 가능한 콘텐츠로 만들기 위해 건강한 오디션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