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은 서울의 미래?” 보궐선거로 野 시장 vs 與장악 의회 구도속 대립각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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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은 서울의 미래?” 보궐선거로 野시장 vs 與장악 의회 대립각 심화

민주당 장악 천안시의회, 국힘 소속 박상돈 시장 지난해 취임 뒤 최대 예산 삭감, 재단신설 부결 등 갈등

대법원 무효판결로 법적 근거 상실 인사청문 조례 先처리 입장, 자당 전임 시장 재임 6년 동안 요구 안해

이낙연 “109석 중 101석과 싸우면 뭐 하겠나” 으름장 논란 속 천안과 동일 구조 서울·부산시정 진로도 관심

충남 천안시와 시의회가 현안마다 충돌하고 있다. 지난해 4월 보궐선거로 당선된 국민의힘 소속 시장이 추진하는 사업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이 장악한 시의회가 예산 심의권, 조례 제정권 등을 앞세워 잇따라 제동을 걸면서 시정 발목잡기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보궐선거를 통해 같은 지방권력 구도가 형성된 서울·부산에서도 유사 사례가 반복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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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천안시와 시의회에 따르면 최근 천안시의회는 시가 제출한 천안청소년재단 설립 조례안을 부결시켰다. 전체 25석 가운데 16석을 차지한 민주당 시의원들이 조례 제정을 반대했다. 민주당 소속 이종담 의원은 “재단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시 출자·출연기관이 증가 추세여서 방만 운영과 정실 인사를 막기 위한 인사청문회를 먼저 도입해야 한다”며 인사청문회 조례안 우선 처리를 주장했다. 그러나 민주당 측이 주장하는 인사청문회 조례는 상위법 근거가 없는 데다 이미 대법원에서 지방의회가 독자적으로 만든 인사청문회 조례는 무효라는 판례도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대법원 특별1부는 2017년 12월 전북지사가 도의회를 상대로 제기한 ‘조례안재의결 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상위 법령의 근거 없이 조례로써 도지사의 임명·위촉권을 제약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단체장이 자발적으로 인사권을 양보해 협약 형태로 인사청문회를 도입한 곳은 있다. 하지만 지방의회가 자체적으로 인사청문 조례를 제정하는 것은 불법인 셈이다. 결국 ‘다수의 힘’으로 조례를 제정해도 또 무효 논란을 빚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민주당이 장악한 천안시의회가 자당 소속 시장이 재임하던 6년 동안은 가만히 있다가, 야당 시장이 들어선 지 1년도 안 돼 갑자기 태도를 돌변한 것도 논란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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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대 규모의 예산 삭감도 논란이다. 천안시의회는 지난 연말 예산 심의를 통해 시가 제출한 예산 가운데 154억 원을 삭감했다. 천안시의회 역대 삭감액 중 최대다. 이로 인해 지역 대표 명품축제인 흥타령 춤축제 예산을 비롯해 상당수 문화체육·예술 사업 예산이 사라졌다. 상당수 지자체와 지방의회가 비대면 형태라도 축제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전임 시장이 650억 원 규모로 추진하던 천안삼거리공원 명품화 사업 규모를 200억 원 정도 줄여 천안 동부권 체육관 설립 등의 재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박상돈 시장의 정책에 대해서도 천안시의회는 ‘원안 고수’를 주장하며 충돌하고 있다.

천안시는 의회와의 대화를 통해 합의점을 모색한다는 입장이지만, 시장 출마 뜻이 있는 일부 민주당 의원이 공천 등을 염두에 두고 ‘강경 투쟁 기조’를 이어갈 경우 대립이 격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시민들이 고통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소속 정당이 다르다는 이유로 과도한 발목잡기 양상으로 시정이 파행을 빚고 소모적인 대립만 커질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의 몫으로 돌아간다”며 “지방선거를 1년여 앞둔 시점에서 중앙정치를 닮은 정쟁보다는 지방자치에 충실한 선출직들의 모습을 기대한다. 주어진 권력을 남용하고 오만한 모습을 보이는 측은 반드시 심판받는다 ”고 말했다.

한편, 현재 천안의 상황이 서울과 부산의 예고편이 될지도 관심사다. 최근 서울시장 보궐선거 과정에서 이낙연 민주당 선대위원장은 “109명 중 101명 하고 싸우면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말인가”라고 발언했다.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시장에 대해 민주당이 장악한 서울시의회가 견제할 경우 무기력해질 것이라는 으름장으로 해석되면서 논란이 제기됐다.

천안=김창희 기자 ch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