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민의 정치카페>野 ‘윤석열의 시간’ 끝까지 갈까…친문 ‘이재명 포비아’ 극복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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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대선 관전포인트

尹 하기 따라 야권 ‘키 플레이어’ 혹은 ‘교란카드’가 될 수도… 안철수·홍준표·장성민 행보, 김종인 킹메이커役 변수
靑·친문, ‘이재명 집권시 新적폐청산’ 의심… 퇴임 후 안전 노린 ‘순혈후보 세우기’ 혹은 ‘적과의 동침’ 땐 다자대결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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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가 여당의 참패, 야당의 압승으로 끝난 뒤 정치 지형이 요동치고 있다. 야당은 정권 교체의 희망이 생겼고, 여당은 권력을 잃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물론 앞으로 1년 남은 대선 구도가 결코 단순하지는 않다. 경제 실적, 안보 상황, 부동산 이슈, 코로나 사태 등 환경적 요인들에 따라 판이 흔들릴 것이다.

여기에 인적 변수들의 순열·조합에 따라 무수한 시나리오가 만들어지고 대선 지형도 덩달아 요동칠 것이다. 지금 최대 관전 포인트는 윤석열과 이재명의 앞길이다. ‘윤석열의 시간’은 언제까지 갈 수 있을까. 그는 국민의힘과 힘을 합칠까. 이재명은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주자가 될 수 있을까. 친문(친문재인) 진영의 ‘이재명 포비아(공포증)’는 극복될 수 있을까. 그 외에도 안철수·홍준표·장성민의 국민의힘 합당·복당·합류 여부, 김종인의 킹메이커 역할 등이 관전 포인트로 떠오른다.

◇‘윤석열의 시간’ 끝까지 갈까

국민의힘을 포함한 야권은 지금 윤석열이 분출하는 강력한 자기장에 갇혀 있다. 언제까지 그럴 수 있을지는 그가 하기 나름이다. 2년 전 이맘때엔 ‘황교안의 시간’이었다. 황교안의 지지율이 1등인 시절이 있었다. 1년 전엔 ‘이낙연의 시간’이었다. 지지율이 40%에 육박하기도 했다. 지난해 말부터 ‘이재명의 시간’이 찾아왔고 지금은 ‘윤석열의 시간’이다. 2년 사이에 지지도의 변화가 무쌍했다. 정치는 살아 움직이는 생물이다. 윤석열의 등장이 가져온 성과는 국민의 변화 심리를 확인했고, 특히 야권에는 정권교체가 이뤄질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을 줬다는 점이다.

특정인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된 시점엔 경쟁자들은 암중모색하며 기회를 엿보는 게 상책이다. 야권에는 ‘윤의 시간’을 견뎌내고 그 추이를 보아가며 차츰 존재감을 드러내겠다는 생각을 가진 이들이 꽤 있다. 나름의 팬덤을 보유한 안철수와 홍준표, 김대중 정권 초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호남 출신 장성민이 그렇다. 이들의 국민의힘 합당·복당·합류 여부와 그 시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경세방략의 달인 김종인의 킹메이커 재등극 여부도 대선 지형의 변화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윤석열의 시간이 내년 대선까지 유지되려면 몇 개의 난제를 해결해야 한다. 첫째, 박근혜·이명박 세력과의 오월동주. 두 전직 대통령 구속과 이른바 적폐청산 과정에서 적의(敵意)를 갖게 된 보수세력과 한배를 타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둘째, 윤석열 ‘현상’을 ‘실체’로 만드는 것. 윤은 스스로 자신의 정치력을 검증해야 한다. 셋째, ‘네거티브 권력’의 ‘포지티브 권력’으로의 변화. 검찰을 업으로 해오면서 체질화한 억압적 권력을 생산적 권력으로 바꾸는 문제도 간단치 않다. 넷째, 장모와 부인 비리 의혹 대응. 결혼 전의 일로 도덕적 책임을 물을 수는 없지만 민심이란 건 다른 문제다. 윤석열이 궁극에 야권의 ‘키 플레이어’가 될지, ‘페이스메이커’가 될지, 혹은 ‘교란카드’가 될지는 오직 스스로 하기 나름이다.

◇집권당의 ‘이재명 포비아’

여당은 극심한 인물난을 겪고 있다. 지난해 말 이후 하락세를 보여온 이낙연의 대선후보 지지율은 보선 참패 이후 회복이 더 어렵게 됐다. 정세균의 지지율도 바닥에 가까운 박스권에 머물러 있다. 총리를 지냈거나 지내고 있는 집권 민주당 내 두 호남 주자가 위축된 상황에서 수도권과 대구·경북(TK)에 연고를 가진 이재명만 여당 내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이 지사는 좌우 양측의 압박에 직면해 있다. 보수 주류로부터는 이념적 성향을 공격받고, 친문 주류로부터는 충성심을 의심받는다. 같은 진영 내에서 신뢰 구축이 되지 않는다는 건 대권행보에 치명적이다. 본인의 생각은 어떨까. 그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한 일이 있다. “나는 ‘구렁텅이’도 자산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권력을 잡는다 해도 정치보복을 하는 일은 없습니다.” 문 대통령과 친문을 향해 ‘문재인 적폐청산’은 없다는 것을 강조한 어법이다.

그럼 이재명이 여당 후보가 될 수 있을까. 현재의 지지율이 유지된다고 하더라도 “그렇다”라고 선뜻 답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여당의 중진 인사는 “친문 진영에서 자파 출신 후보를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 경우 이재명의 탈당과 독자 출마는 필연적이라고 내다봤다. 노무현 정권의 정책실장과 보수 야당의 비상대책위원장을 거친 김병준은 일찌감치 ‘여당의 분화’에 주목했다. 그는 “순혈주의에 빠진 청와대와 친문 진영에 ‘이재명 포비아’가 심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친문 주자로는 조국·추미애·임종석·이광재 등이 거론돼 왔지만, 가장 근접한 인물은 김경수와 유시민이라는 평이 많다. 드루킹 재판을 받는 김경수는 대법원의 ‘무죄 취지 파기 환송’에 기대를 걸고 있고, 유시민은 4·7 보선을 계기로 그동안 가둬둔 말의 봉인을 해제했다.

◇깊어지는 文의 고민

대통령이 후임을 점지할 수는 없어도 퇴임 후 안전을 확보하는 데 최대한 유리한 대선 구도를 짤 수는 있다. 대권 구도의 절반은 대통령이 만드는 것이다. 1987년 대선 땐 전두환이, 1997년엔 김영삼이, 2002년엔 김대중이, 2007년엔 노무현이 사실상 차기 대통령을 뽑는 대선 구도를 만들었다.

모든 대통령은 임기 말에 잠을 설친다. 정권이 바뀌면 새 대통령의 전 정권 지우기, 즉 ‘부정의 정치(politics of undo)’가 시작될 것이기 때문이다. 반대 진영 출신이 대통령이 되면 전임자를 징벌한다. 이명박은 노무현을 검찰수사로 옥죄었고, 문재인은 이명박·박근혜를 감옥에 보냈다. 같은 진영 출신이어도 ‘부정의 정치’가 종종 벌어진다. 노태우는 전두환을 백담사에 보냈고, 노무현은 김대중을 특검으로 압박했다. 임기 말 권력은 순혈 자파 후보 내세우기가 녹록지 않을 경우, 반대자를 내 편으로 만들어 권력 창출을 돕고 후일을 도모하는 ‘적과의 동침’을 택하기도 한다.

지금 레임덕에 몰린 문 대통령과 친문진영은 이재명의 여당 내 독주 상황과 마주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퇴임 후 안전을 위해 순혈 자파인 친문 후보를 세우고 싶겠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 ‘적과의 동침’ 같은 새 판 짜기를 도모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여권은 쪼개지고 야권에도 분열의 도미노가 밀어닥칠 가능성이 커진다. 거대 양당에 희망을 두기 어렵다고 판단하는 유력 주자들의 판단에 따라, 그리고 대통령의 집권 후 안전 구상에 따라 이번 대선에서도 3자 혹은 4자 대결이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전임기자·행정학 박사


■ 세줄 요약

‘윤석열의 시간’ 끝까지 갈까 : 야권은 지금 ‘윤석열의 시간’임. 그가 야권의 ‘키 플레이어’가 될지, ‘페이스메이커’가 될지, ‘교란 카드’가 될지는 자기 하기 나름. 김종인·안철수·홍준표·장성민의 움직임도 관전 포인트.

집권당의 ‘이재명 포비아’ : 여당 지지율 1위 이재명은 보수와 진보 양쪽의 압박에 직면함. 특히 친문이 ‘이재명 포비아’를 극복하지 못하고 순혈 자파 후보를 등장시키면 이재명은 ‘탈당-독자출마’의 수순 밟을 가능성.

깊어지는 文의 고민 : 대권 구도의 절반은 대통령이 만드는 것. 文의 퇴임 후 안전 구상에 따른 ‘적과의 동침’에 의한 새 판 짜기 이뤄질 가능성. 여기에 여야 유력 주자들의 홀로서기가 맞물리면 대선이 3자·4자 대결 될 수도.

■ 용어 설명

여기서 ‘현상’이란 갑작스럽게 등장한 정치 신인이 참신한 바람을 일으키며 차기 대통령을 바라볼 수준의 지지와 열망을 불러오는 것. 2011년 ‘안철수 현상’, 지금은 ‘윤석열 현상’으로 대표됨.

‘부정의 정치’란 전임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차별화로 한국의 대통령제가 지속적으로 불연속성과 단절을 경험하는 현상을 말함. 강원택 교수가 ‘politics of undo’라는 표현으로 처음 사용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