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이어 현대차· 한화도 ‘지배구조 개편’ 본격시동

SKT,통신·투자사 ‘인적 분할’
현대차,‘엔지니어링’IPO추진
한화,경영권 승계작업 본격화

개정 공정거래법 내년 시행
‘올해 그룹개편 골든타임’판단

SK를 필두로 현대자동차와 한화 등 국내 주요 그룹들이 ‘지배구조 개편’에 본격 시동을 걸고 있다. 기업 가치 제고와 순환출자 해소, 경영권 승계를 위한 사전 작업 등을 위해 그룹 개편에 팔을 걷어붙였다. 개정 공정거래법이 내년부터 본격 시행됨에 따라 올해를 지배구조 개편의 ‘적기’로 판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주요 그룹 중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먼저 가시화한 곳은 SK그룹이다. SK텔레콤은 전날(14일) 사내 설명회를 열고 ‘인공지능(AI)&디지털인프라 컴퍼니(존속회사)’와 ‘정보통신기술(ICT) 투자전문회사(신설회사)’로 인적분할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SK텔레콤 인적분할의 핵심은 기업가치 제고다. 업계 안팎에서는 분할 이후 존속회사와 신설회사의 합산 가치는 30조 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올해가 지배구조 개편을 할 수 있는 마지막 시기라는 점도 이런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내년부터 적용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새로 설립되는 지주사가 자회사 지분을 최소 30%까지 확보하도록 했다. 현재 SK텔레콤이 보유하고 있는 SK하이닉스 지분은 20% 안팎이다. 연내 지배구조 개편을 마무리하지 못하면 SK텔레콤은 SK하이닉스 지분을 10% 가까이 추가로 매입해야 한다.

현대자동차그룹도 현대엔지니어링이 연내 코스피시장 상장을 목표로 기업공개(IPO)를 추진한다. 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현대엔지니어링 지분 11.72%를 보유하고 있는 2대 주주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상장되고 지분 가치가 극대화되면 정 회장은 경영권 승계에 쓸 실탄을 확보할 수 있을 전망이다. 정 회장이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을 통해 확보한 현금으로 그룹 지주사 역할을 하는 현대모비스의 지분 매입에 투입하거나 2.6%에 불과한 현대차 지분을 더 늘릴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 세 아들로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 회장의 세 아들이 지분 100%(동관 50%, 동원·동선 각 25%)를 보유한 에이치솔루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에이치솔루션은 한화에너지의 지분 100%를 갖고 있고, 한화에너지는 한화솔루션과 함께 한화종합화학을 지배하고 있어 사실상 또 다른 지주사 형태를 띠고 있다. 재계에서는 한화그룹의 불완전한 지배구조를 해소하는 방법 중 하나로 에이치솔루션이 ㈜한화의 지분을 확보해 합치는 방안 등을 주목하고 있다.

장병철·이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