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진용 기자의 엔터 톡>‘군통령’이 그리운 이유

걸그룹 브레이브걸스가 소위 ‘역주행’ 신드롬을 일으켰습니다. 4년 전 발매했으나 별다른 소득 없이 활동을 마친 ‘롤린’이 뒤늦게 화제를 모으며 각종 음원 차트에서 1위에 오르고 멤버들이 CF 모델로 발탁됐죠.

해체 수순을 밟던 브레이브걸스에게 벌어진 기적의 시작은 한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롤린’ 편집 영상이었는데요. 군부대에서 위문공연을 펼치며 ‘롤린’을 부르는 그들을 보며 환호하는 군인들의 모습과 네티즌의 댓글을 짜깁기한 이 영상은 공개 후 2개월 만에 1740만 건이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습니다.

이 영상 안에는 국방TV ‘위문열차’에 출연한 브레이브걸스의 공연 장면이 다수 포함됐는데요. 육군 수방사, 해병대 1사단, 공군 제19전투비행단 등을 찾은 브레이브걸스를 향한 장병들의 반응은 소위 ‘역대급’이었습니다. 이에 발맞춘 “통일이라도 이룰 기세” “전쟁할 때 ‘롤린’ 틀어주면 다 이긴다”와 같은 촌철살인 댓글이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낸 거죠.

‘롤린’으로 활동할 당시 브레이브걸스는 ‘군통령’이었습니다. ‘군인들의 대통령’의 준말이죠. 가요계에는 “신인 걸그룹의 성공 여부를 알려면 위문공연을 가보라”는 말이 있는데요. 대한민국에서 남성들의 원초적인 본능이 가장 강해지는 군대에서 인기가 높은 군통령으로 자리매김한다는 것은 그들의 성패를 가르는 바로미터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군통령 자리를 공석으로 만들었습니다. 장병들을 한데 모으는 대규모 공연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죠. 온택트 위문공연이 그나마 그 공백을 메우고 있는데요. 다시 주목받고 있는 브레이브걸스는 지난 1일 해군2함대사령부를 위로하기 위해 나섰습니다. 하지만 직접 만날 수는 없었고 공연하는 모습을 장병들이 스마트폰을 이용해 온라인으로 시청하는 방식이었죠.

유튜브에서 화제를 모은 ‘롤린’ 영상 속 장병들은 마스크를 쓰지 않고 있습니다. 코로나19가 창궐하기 전이니까요. 잠시 국방의 의무를 내려놓고 오롯이 걸그룹의 무대에 집중하며 함성을 내지르고 따라부르는 장병들의 앳된 얼굴에서는 생기가 돌았죠. 아마도 많은 이들이 ‘롤린’ 편집 영상을 보며 이러한 공연장의 열기와 마스크를 쓰지 않았던 일상을 곱씹으며 대리만족을 느끼지 않았나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