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 혼숙·범죄 부추기는 숙박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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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숙박업체, 규탄 기자회견

이성과 동행해도 제지 못해
투숙뒤 폭행·금품갈취 등도
“적발되면 업주만 처벌받아”
숙박앱에 얘기해도 묵묵부답

서울서부지법 형사9단독 재판부는 최근 16세 남학생을 협박해 10만 원을 계좌로 송금받고 모텔로 데려가 옷을 벗게 한 뒤 약 15시간 동안 감금 및 폭행을 저지른 A(19)·B(19) 군과 C(17) 군에게 각각 징역 8개월과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들은 피해자 얼굴과 가슴 부위를 때리고 커피포트에 있는 뜨거운 물을 붓기까지 했다. 지난 2018년에는 남녀 10대 청소년 7명이 성인 남성들을 모텔로 유인해 폭행하고 금품을 갈취했다. 이들은 ‘가출팸’을 조직해 모텔에서 숙식하며 인터넷 사기행각을 벌이기도 했다.

이 같은 일들이 벌어지자 숙박업 단체들이 만 14세 이상의 회원가입 및 예약을 허용해 미성년자들의 모텔 출입을 방치한 숙박예약 앱 업체들을 규탄하고 나섰다. 청소년보호법상 남녀 청소년들의 숙박업소 혼숙이 금지됐지만, 숙박 앱을 통해선 누구나 예약이 가능하다. 숙박 앱 업계가 사실상 청소년 이성혼숙을 방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6일 전국의 모텔 운영자 1만5000여 명이 모인 단체인 ‘모텔은 아무나 하나’(모아하)는 서울 광화문 부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성년자 고객들이 ‘야놀자’로 예약하고 모텔까지 당당하게 오는 이 사태를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다”며 야놀자 등 숙박 앱 업체들을 비판했다. 14세 이상 청소년이라면 누구나 야놀자 앱을 통해 가입 및 예약을 할 수 있어 모텔 업주들이 청소년보호법 위반 범법자가 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모아하는 “마스크 때문에 일일이 신분을 확인하기 어렵고 숙박 앱 예약 손님은 이미 요금을 모두 지불한 후 방문하기 때문에 미성년자들이 프리패스할 가능성이 크다”며 “수차례 모텔 업주들이 광고비·수수료 및 미성년자 예약 관련 고충을 얘기했지만, 야놀자 측은 묵묵부답으로 일관 중”이라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야놀자와 미성년자는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미성년자 손님을 받은 업주만 처벌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성인인증 시스템을 도입하라고 촉구했다.

문화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청소년들이 이성과 동행해 숙박업소를 이용하는 사례는 증가 추세로 사건·사고도 속속 발생하고 있다.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20 청소년 매체이용 및 유해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출입이 금지된 업소 이용률 중 이성과 동행한 숙박업소 이용률은 2016년 1.2%에서 2018년 1.6%로 소폭 증가했다.

나주예 기자 juy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