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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21년 04월 23일(金)
3조원 상당 ‘이건희 컬렉션’ 기증 발표 임박… 미술계 ‘두근두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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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이 생전 수집한 것으로 알려진 명작들. 왼쪽부터 이중섭의 ‘황소’, 피카소 ‘도라마르의 초상’, 국보 309호 백자 달항아리. 리움 홈페이지 등 캡처

■ 이달말 상속세 신고 시한… 어디로 얼마나 나눠질까

이중섭 ‘황소’ 등 1만3000여점
國現에 1000여점 기증 검토
대구·전남 등 지역에도 안배

상당수 삼성문화재단에 출연
리움, 세계 10대 미술관 성장
“일반국민에 개방… 환영할 일”


세계 일급으로 평가받는 ‘이건희 컬렉션’은 어디로 갈까?

미술계가 삼성가(家)의 입을 주시하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고 이건희 회장 타계에 따른 상속세 신고·납부 시한(4월 30일)이 임박함에 따라 이 회장이 생전 수집했던 미술품 처리에 관한 방침이 나올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국립미술관·박물관 기증 얼마나 = 이 회장 컬렉션은 지난해 12월부터 미술단체 세 곳에 의뢰해 이뤄진 감정 과정을 통해 1만3000여 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감정가로는 2조5000억∼3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 중 국보급 고미술품뿐만 아니라 미술사적 가치가 높은 한국 근대 명작, ‘세계 보물’ 수준의 서양 거장 작품들이 상당량 포함돼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최근 미술계에선 “이건희 컬렉션의 한국 근현대미술품 2200여 점 중 1000∼1500점을 국립현대미술관(국현) 등에 기증한다”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이는 삼성 측이 국현과 국립중앙박물관(중박)을 중심으로 기증 논의를 했기 때문이다.

박수근의 ‘나무와 두 여인’, 이중섭의 ‘황소’, 김환기의 전면점화 등 현재 국현에 없는 작품들을 넘겨주기로 약정했다는 것이다. 인상파 화가 모네, 입체파 거장 피카소 작품 등 서구 걸작들도 포함됐다고 한다. 이와 관련, 윤범모 국현 관장은 “삼성이 최종결정해서 발표하는 것을 기다려야 한다”고 밝혔다. 삼성가와 가까운 재계 관계자도 “유족들이 최종 조율하고 있는 과정이어서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

근현대미술품은 각 지역 미술관에도 기증하는 방안이 검토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의 출발지였던 대구미술관에 이 지역 출신인 이인성과 이쾌대 대표작을 주고, 지난 3월 개관한 전남도립미술관에 호남 출신 거장인 오지호, 천경자 등의 작품을 안배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이지호 전남도립미술관장은 “제가 먼저 요청을 했다”며 “그 결과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고미술품이 국립박물관에 얼마나 가게 될지도 비상한 관심사다. 부친인 이병철 삼성 창업주에 이어 고미술품에 남다른 식견을 지녔던 이 회장은 국내에서 국보를 가장 많이 보유한 컬렉터였다. 중박은 현재 소장품이 40여만 점에 달하지만, 문화재 역사로 보면 ‘빈자리’가 있다. ‘수월관음보살도’를 비롯한 고려불화, 통일신라시대 청동거울 등이 기증된다면, 그 빈 곳을 메꾸는 기회가 될 것이다. 경주 등 각 지역 박물관에도 그 지역 특성에 맞는 유물을 배분하는 방안도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선주 국립경주박물관장은 “그렇게 되면 얼마나 좋겠냐”고 했다. 미술계 한 관계자는 “근현대미술품과 달리 국가 지정문화재로 돼 있는 고미술품은 상속세가 없다”며 “국보, 보물급 문화재를 기증한다면 정말 공익만을 생각한 것임을 인정해줘야 한다”고 했다.

이건희 컬렉션의 향방이 사회 이슈가 된 것과 관련, 삼성 관계자는 “이 회장 사후에 유족들이 황망한 상황인데, 미술품을 해외에 매각하면 안 된다는 등의 미술계 압박을 많이 받았다”며 “재벌의 탐욕이라며 비난하던 사람들이 컬렉션은 세계적 수준이니 우리가 보유해야 한다는 논리를 펼치니 유족 심정이 어땠겠냐”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이렇게 불만을 토로하면서도 “사회적 관심 사안임을 고려해 유족들이 최종적으로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이라고 전했다.

▲  서울 한남동 삼성미술관 리움의 전경. 리움 홈페이지

◇리움 미술관 향후 행보는 = 국공립 미술·박물관에 기증하는 것 이외에 컬렉션의 상당수를 리움, 호암미술관이 소속돼 있는 삼성문화재단에 출연할 가능성도 높다. 공익법인에 출연하는 재산 가액은 상속세 대상이 되지 않지만, 이 경우에도 절세보다는 사회환원 차원의 뜻이 크다. 작품을 매각해서 세금을 내고 돈을 남길 수 있는 기회를 저버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작품을 공익 법인에 출연하면, 일절 매매할 수 없고 법인 해산 시에는 국고로 귀속된다. 이와 관련, 정준모 미술평론가는 “삼성문화재단에서 컬렉션을 관리한다면 사적 미술품의 공익화라는 큰 의미가 있다”며 “리움은 근현대미술관으로, 호암미술관은 고미술 전문으로 하면 각각 특징 있는 뮤지엄이 될 것”이라고 했다.

서울 한남동에 자리한 리움은 현재 휴업 상태다. 지난 2017년 홍라희 관장이 사임한 후 상설전만 하다가 작년 2월부터는 감염병 사태로 그마저도 중단했다. 올해 재개관 시기를 조율하고 있는데, 다시 문을 열면 이서현 리움 운영위원장(삼성복지재단 이사장) 체제가 본격 가동될 것으로 보인다.

미술계는 리움이 이건희 컬렉션을 포함하게 된다면 소장품 수준에서 세계 10대 미술관이 될 수 있다며 환영하고 있다. 황달성 한국화랑협회장은 “삼성이 사회환원 차원의 미술품 기증과 출연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 고맙다”며 “리움으로 컬렉션이 간다면, 일반 국민에게 얼마나 어떻게 개방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황 회장이 이끄는 화랑협회는 미술품·문화재 물납제 촉구 성명을 주도하며, 유진룡 수림문화재단 이사장, 이달곤 국민의힘 의원, 최정표 한국개발연구원장 등과 함께 ‘좋은 미술관 운동’을 추진해왔다. 국민의 문화 향유권을 확대하자는 취지다.

김종규 한국박물관협회 명예회장은 “삼성 컬렉션은 이병철 창업주 때부터 내려온 유산”이라며 “후대의 현명한 판단을 통해 제 길을 찾아갈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장재선 선임기자 jeije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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