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개념도 정립 못한 채… ‘제도화’ 법안 내는 與

2030 의식해 합법화 준비
정부는 단속에만 역량 집중

가상화폐를 둘러싼 투자자들의 혼란이 커지고 있지만 정부·여당은 개념 정립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상태에서 혼란을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7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국회의원 다수가 가상화폐 관련 법안을 준비 중이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가상화폐 거래소에 특정금융거래법상 책임과 가상화폐 관련한 정보 공시 의무를 명시화하는 법안을 준비 중이다. 현재는 가상화폐 상장이나 공시와 관련한 공통된 규정이 없어 거래소마다 자체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 역시 지난해 6월 가상화폐 이용자 보호를 위한 법·제도적 장치의 필요성을 거론하며 전자금융거래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개정안은 가상화폐 정의를 규정하고 가상화폐 취급업 인가제(자본금 5억 원 이상)를 도입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다. 가상화폐 시세조종·자금세탁 행위 등의 금지, 거래방식 제한, 가상화폐 이용자에 대한 설명의무 등의 내용도 담겼다. 박 의원 안은 현재 전 세계에서 가상화폐와 관련해 가장 적극적으로 규제를 하고 있는 일본 제도와 유사한 면이 많다. 박 의원 안은 발의된 지 1년이 지나도록 아직 정무위 법안소위원회에서조차 다뤄지지 않았다. 정부가 가상화폐 유통시장 제도화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는 탓이다.

양향자 민주당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가상화폐 과세 유예가 필요하다”며 “가상화폐에 대한 성격 규정도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에서 과세부터 하겠다고 하면 시장의 신뢰를 얻기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가상화폐 과세 유예를 주장하는 20·30대 가상화폐 투자자들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단속에만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상태다.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은 가상화폐 거래소의 대표·임직원뿐 아니라 실소유주의 범죄 경력도 신고 결격 사유에 포함하는 방안(특금법 개정)을 검토 중이다. 실소유주가 범죄경력이 있으면 가상자산사업자로의 등록을 거부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최근 투기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가상화폐 거래소 약관에 대한 직권조사에 나선다. 2018년 이후 3년 만의 직권조사다.

송유근·송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