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뒤에 두 여성…‘새 역사’가 자리하다

권력승계 1·2위 해리스·펠로시 나란히 앉아
바이든 “첫 마담 부통령, 더 일찍 있었어야”
‘애틀랜타 총격’ 한인 유족 등 온라인 초청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28일 취임 후 첫 상·하원 합동 연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을 반영해 예년보다 단출하게 진행됐지만, 몇 가지 역사에 남을 만한 장면을 연출했다. 미 의회 역사상 최초로 2명의 여성이 대통령과 한 프레임에 잡혔고, 이들은 유사시 대통령의 직무를 승계할 1·2순위이기도 하다.

바이든 행정부의 국정 드라이브를 견제할 공화당의 얼굴로는 흑인이 선정됐고, 영부인인 질 바이든 여사의 초청인 목록엔 이민자·트랜스젠더 등이 포함되며 ‘역사상 가장 다양한 내각’이라는 평가를 받는 바이든 행정부의 면모가 다시 한 번 입증됐다.

이날 푸른색 넥타이를 매고 박수와 환호 속에 등장한 바이든 대통령은 거리두기를 위해 떨어져 앉은 참석자들과 차례차례 주먹 인사를 나눈 후 연단에 섰다. 연단 뒤 성조기를 배경으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나란히 자리했다. 사상 최초의 여성 부통령이 탄생하면서 만들어진 장면으로, 바이든 대통령은 해리스 부통령을 가리키며 “마담 바이스 프레지던트(부통령), 이 표현을 쓴 대통령은 처음일 것이며 좀 더 일찍 있었어야 했다”고 말했다. 여성 최초로 하원의장에 오른 펠로시 의장을 2007년 “마담 스피커(의장)”로 소개했던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에 이어 14년 만에 역사적인 순간이 재현된 셈이다. 이에 부응해서인지 두 여성은 연설 도중 중요한 대목이 나올 때마다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쳤고, 그때마다 청중들도 일제히 기립해 박수를 보탰다.

1981년 이후 처음으로 상·하원 합동 연설을 위한 ‘지정 생존자’(유사시 대통령의 국무 수행을 이어갈 각료)가 공식 임명되지 않은 기록도 세워졌다. 이 행사엔 통상 1600여 명이 몰리지만, 이번엔 1·6 의회의사당 난입과 유사한 사태 발생 가능성과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참석 인원을 약 200명으로 제한했고 마스크 착용도 의무화했다. 각료 대부분이 집무실이나 자택에서 연설을 시청하게 되면서 별도 임명이 필요하지 않았던 것이다. 다만 부통령·하원의장에 이어 패트릭 레이히 상원 임시의장,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등 승계 서열 1~4위 인물들이 모두 참석하면서 5위인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사실상의 지정 생존자가 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관례적으로 대통령 연설 직후 진행되는 공화당 측 반박 연설의 주인공으로는 당내 유일한 흑인 상원의원인 팀 스콧이 발탁됐다. 또 바이든 여사는 멕시코 출신 이민자, 상원에서 증언했던 10대 트랜스젠더, 총기 폭력 예방 활동가 등 5명을 초대했다. 애틀랜타 총격 사건의 한인 희생자인 고 유영애 씨의 아들 로버트 피터슨 씨가 주디 추 하원의원의 초청으로 온라인을 통해 참석했다.

장서우 기자 suwu@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