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없는 대기업’ 된 쿠팡… “공정거래법 준수·물류 투자 박차”

김범석 총수 지정 피했지만
최대 141개 규제 받게 돼

공정거래위원회가 29일 쿠팡 동일인(총수)에 미국 국적의 창업자인 김범석 이사회 의장이 아닌 법인인 쿠팡㈜을 지정한 것은 대기업 집단 지정 제도의 허점을 인정한 결과로 평가된다. 외국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한 사례가 없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하에 미국 기업인에 대해 형사 제재를 가할 경우 논란이 벌어질 수 있어 논쟁이 지속돼 왔다. 쿠팡은 대기업 의무와 공정거래법 준수 의지를 확인하면서 앞으로 국내 고용 및 물류 투자를 가속화한다는 방침이다.

30일 경제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쿠팡 사례를 계기로 앞으로 국내에 친족이 있는 한국계 외국인이 국내 기업집단을 형성한 경우 적용할 동일인 지정 원칙을 명확히 하기 위한 법제도 개선에 착수했다. 동일인의 정의, 요건 등에 관한 규정이 없어 투명성, 예측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에 따라 연구용역에 나설 전망이다. 쿠팡의 김 의장은 과거 사례, 제도의 미비점, 계열회사 범위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공정위 조치로 총수로 지정되지 않았다. 다만 정부의 규제와 간섭은 피해갈 수 없게 됐다. 미국 상장 기업 쿠팡은 국내 공정거래법에 따라 공시·신고 의무가 커진다. 대기업 집단 중 공시대상 기업집단(자산 5조 원 이상)은 최대 141개의 규제를 받게 되는 만큼 기업 활동 면에서 어려움이 커질 전망이다. 쿠팡 관계자는 “공정위가 쿠팡의 사익편취 우려가 없다는 것을 판정함에 따라 해외 기업의 국내 투자에 대한 우려가 해소됐다”며 “대기업으로서 의무를 충실히 지키고 국내 투자에 더욱 속도를 붙이겠다”고 말했다.

쿠팡은 우선 2025년까지 국내에서 5만 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할 방침이다.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을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전북 지역에 1000억 원을 투자해 물류센터 설립을 추진 중이다. 경남에는 3곳의 물류센터를 세우기로 하고 3000억 원 이상을 투자키로 했다. 이들 두 지역에 계획된 채용 규모만 4000명이 넘는다.

김만용 기자 my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