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격한 미국처럼… 한강공원내 야간 음주 금지하자”

■ 의대생 사망 이후 “안전 정비” 목소리 커져… 靑 청원까지

美 공공장소 음주 징역형까지
韓 처벌法 없어… 매일밤 술판
CCTV 부족… “방범용 늘려야”

서울 한강공원 대학생 실종 사건을 계기로 공공장소 내 음주를 엄격하게 금지하는 미국처럼 우리나라도 한강공원을 비롯한 도심 공원에서 야간 음주를 규제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울시와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범죄 사각지대 방치 및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한강공원 음주 금지와 CCTV 설치 요구 청원 글이 올라오고 있다.

3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현재 한강공원에서 음주를 규제하는 법령과 조례가 제대로 있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서울시의 ‘건전한 음주문화 조성에 관한 조례’에 따라 22개 직영공원이 ‘음주 청정지역’으로 지정됐으나 한강공원은 포함되지 않았다. 한강공원 이용 관련 조례에도 음주 금지 규정은 없고 ‘술에 취해 주정하는 등 타인에게 혐오감과 불쾌감을 조성하는 경우’에만 과태료 7만 원이 부과된다. 반면 미국에서는 대부분의 주가 공원·도로 등 공공장소 내 음주를 금지하고 있다. 일례로 ‘주류개봉금지법’을 실시하는 뉴욕주에선 개봉한 술병을 공공장소에서 눈에 띄게 들고 다녀도 불법으로 위반 시 벌금 1000달러나 6개월 이하의 징역형에 처한다. 현재 미국 전체 인구의 2%에 해당하는 이들만이 공공장소 음주 허용 지역에 살고 있다.

서울반포한강공원에서 실종 엿새 만에 숨진 채 발견된 중앙대 의대생 손정민(22) 씨의 아버지가 아들과 생전에 나눴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2일 저녁 자신의 블로그에 ‘아들과의 대화’라는 제목으로 공개해 안타까움과 슬픔을 더했다. 손 씨는 대화에서 “아빠! 사랑해!!” “우리 아빠 최고!!!!!”라며 아버지에 대한 사랑을 표현했다. 손 씨는 아들이 의대 본과에 들어간 후 “기특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다. 넌 자랑스러운 아들이야”라고 언급했다. 경찰은 사망 원인을 밝히기 위해 CCTV 분석 등 관련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서울시 시민제안 게시판에는 ‘한강공원 내 음주를 단속해달라’는 요청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한강공원에 CCTV를 설치해달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사생활 침해 우려 의견도 있지만 수백 명이 모이는 한강공원은 개방된 공간”으로 CCTV 설치 찬성 입장을 나타냈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올림픽공원처럼 0시부터 오전 5시까지 출입·통행을 제한하면 시민의 여가생활을 침해하지 않고도 사건·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정유정·김보름·전세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