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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전지적 문화 시점 게재 일자 : 2021년 05월 04일(火)
김치 싸대기·샤워신… 대놓고 한 패러디에 외국인들 반응 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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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월드’에는 눈에 익은 장면과 스타들이 많이 나온다. 단순한 복제나 패러디를 넘어 이색적인 질감을 선사한다. 이 모든 걸 국내 활동 11년 된 션 리차드가 주인공이자 제작자로 참여해 만들었다.
■ ‘드라마월드’ 제작자이자 주연 - 션 리차드

2010년 혼혈배우로 데뷔후
“외국인 위한 드라마 만들자”
기획부터 섭외·연기 도맡아

시즌1이후 갖은 난관 부딪혀
5년 만에 시즌2 만들어 방영
대만·홍콩·동남아서 큰 인기

“우리 드라마 본 한류팬들이
도깨비 찾아봤다는 말 보람”


“5년의 공백, 거의 포기할 뻔했던 한류 드라마… ‘드라마월드’ 보고 ‘도깨비’도 찾아봤다는 말 듣고 가장 큰 보람을 느꼈어요.”

라이프타임 채널의 ‘드라마월드’는 국내에선 좀처럼 보기 어려운 새로운 시각의 한류 드라마다. 한류에 푹 빠진 미국 여대생이 겪는 모험과 러브스토리를 다뤘다. 심하다 싶을 정도로 국내 드라마의 단골 장면들이 등장하지만 단순한 베끼기와는 좀 달라 보인다. 바로 한국 혼혈의 미국인인 션 리차드와 미국인 연출자 크리스 마틴 감독이 외부인의 시각에서 한류를 직접 쓰고, 연출하고, 연기하고, 제작했기 때문인지 모른다. 그 주역인 리차드를 지난달 말 만나 인터뷰했다. 리차드는 주인공 준을 연기하면서 제작자로서 드라마 전반을 총지휘했다.

“비키라는 플랫폼으로 한류 드라마를 보다가 우연히 ‘드라마월드’의 최초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국내팬보다 해외팬을 위한 작품은 어떨까. 그래서 ‘아테네: 전쟁의 여신’ 때 편집자로 만났던 마틴 감독과 뜻을 합하게 됐다. 2016년 쇼트 폼 형태로 첫 에피소드 3회를 공개했는데 반응이 좋았다. 서울 드라마어워즈에서 상도 받았다.”

리차드는 2010년 SBS 드라마 ‘제중원’으로 데뷔했다. 극 중 앨런 역이었다. 2006년 미국 대학을 졸업하고 이듬해 연기의 꿈을 좇아 어머니의 나라인 한국으로 건너온 지 3년 만이었다. 톱스타 이병헌이 6촌 형이라는 실낱같은 인연이 있었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혼혈배우가 설 자리는 많지 않았다. 한국어도 서툴렀다. 중간에 시행착오를 겪으며 이런저런 경험을 쌓던 중 ‘드라마월드’를 만났다. 기획에서 투자와 제작, 캐스팅과 연기까지 도맡아 지금껏 보지 못한 결의 작품을 만들어냈다.

“모든 것을 직접 해야 했다. 투자와 제작을 하고 공고를 통해 배우를 모집했다. 2000개가 넘는 오디션 테이프가 왔다. 호주 출신의 리브 휴슨은 그 과정에서 발탁한 신인이다. 좋은 반응에 용기를 얻었다.”

리차드는 곧바로 시즌 2 제작에 들어갔다. 그러나 두 번째는 쉽지 않았다. 늘어난 제작비를 구하는 것부터 어려웠다. 결국 3년을 흘려보내고 모든 걸 포기할 무렵 다시 기회가 왔다.

“시즌 1 이후 5년 만에 다시 만들 줄은 꿈에도 몰랐다. 여러 난관이 많았는데 지인을 통해 소개받은 미국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의 기업 CEO에게서 투자를 받은 게 컸다. 그는 바로 유튜브의 창업자인 아시안계 스티브 첸이다. 지금 생각해도 믿어지지가 않는다.”

리차드는 첸을 통해 전체 제작비의 40% 정도를 유치했다. 물론 그가 간절하게 쓴 ‘드라마월드’의 제안서가 바탕이 됐지만 첸의 부인이 한국인이고 마침 ‘드라마월드’의 애청자였던 점은 우연치곤 대단한 인연이었다.

하지만 시련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지난해 초 촬영에 들어가려고 할 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다.

“출연배우들이 한국으로 건너오는 것을 좀 두려워했다. 달리 방법이 없었다. 설득하고 방역 계획을 세워서 조금씩 조금씩 진행했다. 대본을 보고 선뜻 촬영에 응해준 한국계 할리우드 배우 대니얼 대 김의 출연도 기적 같았다. 그가 합류하기로 한 전날 그로부터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것이었다. 정말 앞이 캄캄했다. 그 뒤로 정부의 격리 지침과 진단 절차에 따라 백방으로 수소문해 촬영을 이어갔다. 당시 내가 거의 매일 같이 대니얼 대 김과 촬영 스케줄을 놓고 전화 통화를 하니까 스태프들이 농담으로 ‘둘이 사귀는 줄 알았다’고 했을 정도다. 정말 평생 잊을 수 없는 경험을 했다.”

시즌 2는 스케일이 부쩍 커졌다. 하지원, 헨리 등이 출연하고 이정재, 이범수, 한지민, 한효주, 이정현, 우도환, 김동준, 이지아, 최시원, 샘 해밍턴 등이 카메오로 나온다. 20명에 이르는 역대급 카메오 출연이 어떻게 가능했을지 궁금한데, 이들은 리차드가 직접 섭외했다. ‘드라마월드’는 국내 및 대만, 홍콩, 동남아 지역에서 방영되고 있다. 반응은 매우 폭발적이다. 시즌 1 때 호응이 컸던 미국 방영 스케줄은 정리 중이다. 북미 시장 진출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마틴 감독은 15년 전에 한국에 왔다. 자타공인 한류 마니아다. 처음엔 한국의 봉준호, 박찬욱 감독에 빠져 국제영화제의 도시인 부산에서 살았다. 그러다가 서울의 영화 편집팀에서 일하게 됐고 그사이 그는 한국 전문가가 됐다. 이제는 나보다 한국어를 더 잘하는 것 같다. 보쌈, 순대 같은 한국 음식을 가장 좋아한다.”

제작자이자 주인공으로서 드라마의 중심을 잡은 리차드의 역할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는 김치 싸대기, 남자 주인공의 샤워신 등 한국 드라마의 클리셰 장면에서 능청스러운 연기로 재미와 웃음을 줬다.

그는 “한류 드라마를 미처 몰랐던 사람들이 ‘드라마월드’를 통해 한국과 한국 드라마를 알게 됐다고 했을 때 기분이 이상했다. ‘드라마월드’를 보고 나중에서야 드라마 ‘도깨비’를 찾아보게 됐다는 말을 들었을 때 보람이 컸다”면서 “그동안 나는 혼혈이자 아웃사이더로 지내왔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젠 환경이 바뀌었고, 기회가 많아졌다. ‘드라마월드’의 세계 진출은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말했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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