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도 물량 제때 못보내 큰손해…여전히 배 구하느라 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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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업체들‘물류대란’하소연

작년 하반기이후 물류 적체
올 물동량 8.2억TEU 전망
운임까지 폭등해 ‘이중고’

글로벌 해운사 선복량 확보전
업계 “정부 선제대응 나서야”

“물품을 실어나를 배를 못 구해서 난리가 아닙니다.”

경북 포항에서 철제 가공품을 수출하는 A 중소업체의 B 대표는 4일 “포워딩(중개물류) 업체에 온종일 컨테이너선을 섭외해달라는 전화를 하느라 다른 업무는 손도 못 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수출해야 하는 물품이 회사에 쌓여 있지만, 배편을 구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B 대표는 “지난달에도 물량을 제때 보내지 못해 큰 손해를 입었다”며 “특히 미국으로 보내는 배편을 구하기가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국내 수출업체들이 글로벌 물류 대란으로 인한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도 이런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물류 운송 적체가 해소되기도 전에 최근 전 세계 백신 접종 확대로 인한 수요 급증과 수에즈 운하 선박 사고 여파로 ‘2차 물류대란’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글로벌 항만 컨테이너 물동량은 지난해 7억7500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에서 올해 8억2700만TEU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포워딩 업체 관계자는 “유럽과 미국으로 향하는 컨테이너선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면서 “보통 수출 물량은 정기 노선 편으로 주기적으로 나가지만 올해 초부터는 스폿성 선박(해운 수급에 따라 편성되는 비정기선)을 찾는 문의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덩달아 컨테이너선 운임도 폭등해 수출업체들의 비용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컨테이너선 운임 시황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달 30일 전주 대비 120.98포인트 오른 3100.74를 기록했다. 2009년 집계 이래 사상 최고치다. 정부는 지난달 27일 한국무역협회, 한국해운협회, HMM(옛 현대상선) 등 유관기관, 기업들과 회의를 열고 임시선박 투입 및 중소기업 운임 지원 등을 논의했다. 우선 중소화주에 미주 항로의 350TEU 선복량을 매주 제공하는 대책을 연말까지 시행하고, 이번 달부터 유럽 항로도 매주 50TEU를 제공하기로 했다.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해운사들은 선복량 확보 전쟁에 뛰어들었다. 글로벌 해운시장 분석기관 알파라이너는 글로벌 2위 컨테이너선사인 MSC가 내년 34척의 컨테이너선 인도를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예상했다. 선복량 기준 세계 8위 선사인 HMM도 올해 1만6000TEU급 컨테이너선 6척의 인도를 앞두고 있다. HMM은 연내 1만3000TEU급 선박 12척을 추가로 발주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HMM이 미주, 유럽 항로에 임시선박을 투입하고 있지만 국내 수출 물량을 감당하기는 역부족”이라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선복량 확보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민 기자 ja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