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화가·문인 몸부림 보며 우리도 다시 일어나야”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나태주(가운데) 시인이 루시드 폴(왼쪽), 요조와 함께 토크쇼를 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동영상 캡처

MMCA 덕수궁관 ‘미술이…’展
나태주 시인, 루시드폴과 토크쇼

“전시를 두 번 봤는데 그때마다 감동했습니다. 일제강점기 엄혹한 시기에 화가와 문인들이 살아남기 위해 처절하게 몸부림치며 그림을 그리고 시를 썼다는 걸 절감했습니다. 그걸 보면서 감염병 사태 등 여러 어려움이 있으나 꼭 다시 일어나야 한다는 의지를 다질 수 있었지요.”

한국시인협회장인 나태주 시인은 6일 특유의 친근한 음성에 벅찬 감회를 담아 말했다. 그는 최근 ‘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국립현대미술관(MMCA) 덕수궁관에서 토크쇼 촬영을 했다. 독서가로 유명한 싱어송라이터 루시드 폴, 요조와 함께였다. 이달 말까지 열리는 전시는 1930~1950년대 미술인과 문학인이 교우하며 함께 일군 그림과 시 작품들을 펼쳐 보인다. 나 시인은 “루시드 폴은 마종기 시인 덕분에 만난 적이 있는데 이번에 또 보니 반가웠다”며 “시 낭송도 멋지게 하더라”고 했다. 그는 또 “요조가 윤동주 시인의 ‘쉽게 쓰여진 시’를 낭송했는데 역시 잘하더라”고 전했다.

그는 “일제강점기 미술과 문학 작품 수준은 지금 봐도 놀라울 정도”라며 “당시 예술가들이 역사의 격랑에서 버티기 위해 쏟아져 내리는 물의 속도 이상으로 헤엄쳤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화가 구본웅이 시인 이상을 그린 것을 보니, ‘이상 이상으로 표현했다’는 말이 생각났다”고 했다. 식민지 지식인의 복잡한 내면이 색상과 형상을 통해 실감 나게 다가왔다는 것이다. “김환기 선생의 그림들은 한국의 정서를 서양화에 담았는데 오늘날 우리가 ‘국제화’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선구적으로 알려주고 있지요. 김광섭 시인의 작품을 모티브로 삼은 전면점화는 인간의 고독을 승화한 것이어서 참 감동적입니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 김억, 김소월, 백석의 시집인 ‘오뇌의 무도’ ‘진달래’ ‘사슴’의 초간본 등 희귀한 책들을 많이 만나 “행복하면서도 눈물겨웠다”고 했다. 그가 참여한 토크쇼는 오는 11일 오후 4시 MMCA 유튜브를 통해 방송된다.

장재선 선임기자 jeije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