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 꺾은 프로농구의 ‘단기戰 달인’…챔프전 우승 인삼公 김승기 감독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KGC인삼공사의 김승기 감독이 9일 2020∼202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한 뒤 그물을 자르는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KBL 제공

지도자 길 이끈 전창진에 완승
“코트 휘어잡은 대단하신 분께
젊은감독 힘 보여주고 싶었다”

김승기(49) KGC인삼공사 감독은 ‘단기전의 달인’으로 묘사된다.

인삼공사는 9일 홈인 안양체육관에서 열린 2020∼202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7전 4승제) 4차전에서 KCC를 상대로 84-74로 승리했다. 1∼4차전을 모두 쓸어 담은 인삼공사는 통산 3번째 챔프전 우승을 차지했다. 인삼공사는 6강, 4강 플레이오프에서 KT, 현대모비스에 한 번도 지지 않고 3승씩, 6연승을 거뒀다. 챔프전까지 포함, 인삼공사는 프로농구 출범 이후 처음으로 10전 전승의 퍼펙트 우승을 차지했다. 김 감독은 2016∼2017시즌 이후 2번째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김 감독의 플레이오프 통산 성적은 24승 10패, 승률은 70.6%에 이른다. 사령탑 중 플레이오프 승률 7할을 넘긴 건 프로농구 출범 이후 지금까지 김 감독이 유일하다. 인삼공사의 올 시즌 정규리그 성적 30승 24패(3위), 승률 0.556보다 훨씬 높다. 김 감독의 챔프전 성적은 8승 2패로 승률은 무려 80.0%다.

김 감독은 스승을 꺾었다. 챔프전에서 맞붙은 KCC는 정규리그 1위를 질주했지만, 인삼공사에 완패했다. 전창진(58) KCC 감독과 김 감독은 바늘과 실에 비유된다. 김 감독은 2006년부터 9년 동안 KT, 동부(현 DB), 인삼공사를 거치며 코치로 당시 사령탑이었던 전 감독으로부터 지도자 수업을 받았다. 전 감독은 김 감독의 용산고 8년 선배이며, 아끼는 후배 김승기를 KT 코치로 데려가 지도자의 길로 안내했다. 김 감독은 4차전 직후 “현대모비스 유재학, KCC 전창진 감독은 프로농구를 휘어잡은 대단하신 분들”이라면서 “젊은 감독들이 그분들을 존경하고 있지만 더 발전하려면 이겨야 하고, 젊은 감독이 승리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단기전의 특성을 살려 다양한 전술전략을 마련, 단기전의 마법을 펼쳤다. 결단력도 돋보였다. ‘설 교수’로 불리는 제러드 설린저는 미국프로농구(NBA) 명문 보스턴 셀틱스 출신. 하지만 2019년 허리수술 이후 2년간 재활을 거쳤기에 선수생명이 끝났다는 소문도 나돌았지만, 김 감독은 지난 3월 설린저를 영입했다. 그리고 설린저는 펄펄 날았고, 특히 챔프전에서 게임당 23.3득점, 13.8리바운드, 5.8어시스트를 챙겨 플레이오프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김 감독은 외강내유(外剛內柔)형 지도자. 경기, 훈련 중엔 엄격하고 특히 조직력에 해를 입히는 언행은 용납하지 않는다. 불호령을 내리기 일쑤. 하지만 선수, 후배들의 아픈 곳을 잘 알고, 코트 밖에선 슬럼프에 빠졌거나 고민이 있는 선수들을 따로 불러 소주잔을 기울이고 칭찬을 건네며 마음을 달랜다. 우승 역시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 너무 잘해 고비가 없었다”면서 “(2016∼2017시즌) 첫 우승을 차지했을 때는 극적이어서 눈물이 났는데, 이번에는 워낙 편하게 우승까지 왔기에 눈물이 안 난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첫 우승 뒤 이정현(KCC)을 내보내고, 신인을 뽑아 키워서 다시 우승 전력을 만들었다”면서 “조금 모자란 부분이 있어도 A급으로, B급으로 키워서 우승에 도전하는 것이 앞으로 계속하고 싶은 일”이라고 덧붙였다.

정세영 기자 niner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