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2차전지…韓기업 법인세 부담, 외국 경쟁사보다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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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경연 ‘업종별 부담률’ 비교

반도체, 삼성 27% > 애플 14%
전지, LG 27% > 파나소닉 26%
셀트리온, 바이엘보다 7%P↑

명목세율 3%P 인상이 주요인
경제단체“세액공제 확대”건의

세계 스마트폰·반도체·자동차·2차전지·바이오 등 첨단산업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한국 기업들의 법인세 부담(공제 포함한 유효세율 기준)이 경쟁 국가인 미국과 일본, 중국, 독일 등에 비해 현저하게 큰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경제단체는 이에 따라 기업 본연의 연구·개발(R&D) 및 시설투자에 대한 세액 공제를 확대해 법인세 부담을 낮춰줄 것을 정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외신도 최근 삼성전자의 법인세 부담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보도하는 등 법인세 논란이 더욱 가열되고 있다.

10일 한국경제연구원이 2018년부터 2020년의 한국과 경쟁국인 미국·일본·중국·독일 등의 상장사(법인세 차감 전 순이익 3000억 원 초과 기준)의 ‘회계기준 법인세 부담률’을 비교·분석한 결과, 한국 기업들의 법인세 부담률은 평균 27.3%로 가장 높았다. 미국은 16.3%로 가장 낮았는데, 한국과는 법인세 부담률이 11%포인트나 차이를 보였다. 일본(27.2%), 중국(24.2%), 독일(22.2%) 등의 순으로 높았다.

주요 수출 업종별로도 법인세 부담 차이가 컸다. 삼성전자의 법인세 부담률은 27.7%로, 스마트폰 분야 경쟁 기업인 애플(미국·14.8%)과 샤오미(중국·8.0%)보다 2~3배 안팎으로 높았다. 반도체 분야 경쟁기업인 인텔(미국·13.0%), TSMC(대만·11.5%) 등보다도 훨씬 높았다.

2차전지도 LG화학이 27.6%로, 경쟁기업인 파나소닉(일본·26.7%)과 CATL(중국·12.4%) 등보다 높았다. 바이오도 셀트리온이 20.5%로, 주요 경쟁기업인 오츠카홀딩스(일본·22.2%)보다는 낮았으나 바이엘(독일·13.9%), 존슨앤드존슨(미국·12.9%), 화이자(미국·2.2%)보다 높았다. 자동차 분야는 현대차가 23.1%로 주요 경쟁기업인 토요타(일본·24.0%), 폭스바겐(독일·23.3%)보다 소폭 낮으나, GM(미국·12.6%)보다는 크게 높았다. 이는 한국 정부가 2017년 이후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법인세 명목세율을 22%에서 25%로 인상하는 등 ‘역주행’한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글로벌 경제 전쟁의 각축전에서 사투를 벌이는 자국 기업을 돕기 위해 세 부담을 낮춰온 미국 등 해외 각국의 행보와는 대조적이라는 게 산업계의 지적이다. 미국은 2010년 40%에 달했던 법인세를 25.8%로 10년 새 15%포인트가량 낮췄다.

산업계는 첨단산업 패권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으려면 법인세 부담을 낮춰야 한다고 호소했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법인세 인하 또는 R&D 및 투자 세액공제·감면 등 세제 혜택 확대를 통해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관범 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