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한 기초지방자치단체 행정지원과 직원들이 어린이집 급식 위생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 유치원 무상급식
17개 시·도 중 13곳 이미 시행… 재원은 ‘교육청 5 : 지자체 3 : 구청 2’
서울, 적정단가 용역 진행중
2023년부터 전면시행 목표
유치원·어린이집 식대 173원差
재료비 따른 質 차이 해소해야
대구도 내년부터 도입 시사
경기·제주는 10년째 시행중
지자체 재정 따라 ‘급식격차’
경북 시·군 중 2곳만 미시행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된 국무회의에 참석해 “유치원 무상급식을 빠르게, 전면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히며 서울시 유치원 무상급식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오는 2023년부터 가정은 유치원 급식비를 내지 않아도 된다. 더 나아가 오 시장은 어린이집 급식단가 상향 조정까지 제안했다. 그는 “유치원과 어린이집 간 급식비 형평성을 맞춰 어린이들이 ‘먹는 것’으로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며 10년 전 무상급식에 반대하며 직을 내려놨던 때와는 판이한 인식을 나타냈다.
오 시장이 급식비 형평성 문제를 쏘아 올리며 그간 무상급식 여부에 초점을 뒀던 논의가 ‘급식 질’로 한 단계 올라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무상급식은 어린이집, 초·중·고등학교에 도입되며 보편적 복지제도 중 가장 널리 퍼졌지만, 급식 질이 떨어진다는 불만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다만 유치원과 어린이집 간 급식비 형평성을 맞출 서울시 차원의 실행 방법은 보이지 않아 해법 없이 의제만 던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 시장의 제안으로 만 3∼5세 어린이가 어린이집과 유치원 중 어디를 다니든 비슷한 질의 급식을 먹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1. 무상급식의 개념
무상급식은 초·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급식비를 지원하는 제도를 일컫는다. 기존에는 취약계층 학생을 대상으로 선별적인 급식 지원이 이뤄졌지만, 현재(지난해 3월 기준)는 초·중·고·특수학교 전체 학생의 97.4%가 무상급식 혜택을 받고 있다. 현재 무상급식 제도는 보편적 복지제도 중 가장 먼저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이는 수년간의 정치적 격론 끝에 이룬 성과다. 2009년 당시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무상급식 도입을 추진하면서 경기도의회와 예산 문제로 갈등을 빚었다.
전면 무상급식을 찬성하는 측에서는 부분적·선별적 무상급식은 지원 아동에게 수치심을 일으키고 낙인효과를 낳는 등 인권적인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한다. 반대하는 쪽은 제한된 예산을 무상급식에만 집중적으로 투입하면 교육활동 경비나 노후시설 개선 예산이 줄어드는 부작용이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지금은 초·중·고등학교뿐 아니라 어린이집에서도 사실상 무상급식을 하고 있으며,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유치원 무상급식도 시행하고 있다.
2. 왜 유치원만 무상급식 배제됐나
사립유치원은 사립학교법상 초·중·고등학교와 달리 개인 설립이 허용된다. 전체 사립유치원 중 87%가 개인 설립 형태다. 유치원의 경우 교육비·급식비·방과후과정비·재료비 등을 학부모가 부담한다. 이 때문에 그동안 무상급식 대상에서 제외돼 왔다.
사립유치원 지원에 대한 국민적 반감도 그 이유 중 하나였다. 사립유치원은 유아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공공성을 본질로 해야 하지만, 일부 사립유치원 설립·운영자들의 공공성보다는 비리와 부실운영이 문제가 됐다. 사립유치원 에듀파인 전면 시행과 정부 지원금 부정사용에 대한 징계조항이 마련됐으나 일부 사립유치원이 무상복지 지원금 제도의 빈틈을 파고들 것이란 우려도 있다. 아직까지 각종 비리연루 의혹을 떨치지 못한 사립유치원에 대규모 예산을 추가 지원한다는 점이 부담되는 것이다.
최근 학교급식법 시행령에서 100인 미만 사립유치원을 법 적용에서 제외시킨 조치 또한 걸림돌이었다.
3. 이미 시행 중인 지방자치단체는
유치원 무상급식은 17개 시·도 가운데 4곳(서울, 부산, 대구, 경남)을 제외한 13곳에서 실시하고 있다. 경북에선 23개 시·군 중 21곳에서 유치원 무상급식을 시행하고 있다. 대구시교육청은 현재 유아 급식의 적정 단가를 산출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강은희 대구시교육감은 지난달 14일 열린 시의회 회의에서 “8월 결과가 나오면 필요 예산을 파악해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밝혀 내년부터 유치원 무상급식을 시행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재원 부담은 시·도별로 제각각이다. 강원·전남·전북·충북·대전은 교육청 자체 예산 100%로 유치원 무상급식을 하고 있다. 경기도는 기초자치단체와 협력해 교육청 65%, 기초지자체 35% 수준으로 연간 1000억여 원에 달하는 유치원 무상급식 예산을 분담하고 있다. 대전은 어린이집 무상급식은 시청이, 유치원 무상급식은 시교육청이 분담해 재원을 대고 있다.
4. 서울시 추진 의미
정치적으론 오세훈 서울시장의 오점으로 지적되는 무상급식 이슈를 소화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오 시장은 10년 전 초·중학생 대상 무상급식에 반대하며 시장직을 내려놓은 바 있다. 오 시장이 유치원 무상급식을 추진하며 어린이집 급식비 현실화까지 외친 만큼, 정치적으로 공격받아 왔던 ‘무상급식’ 꼬리표를 이제는 뗄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의원들 속에서 국민의힘 소속인 오 시장이 시의회와 서울시교육청에 협치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의미도 있다. 민주당 의원이 전체 110석 중 101석을 장악한 시의회는 오 시장이 긴밀히 공조해야 할 정책 파트너다. 유치원 무상급식은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이 임시회 개회사에서 오 시장에게 공식 요청할 만큼 살뜰히 챙겼던 이슈다. 오 시장이 유치원 무상급식 공식 추진을 발표하면서 시와 시의회 간 협력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5. 서울시 무상급식 추진 일정은
서울시교육청은 2023년까지 유치원 무상급식을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이대로 진행되면 내후년부터 유치원에 자녀를 보내는 가정은 급식비를 부담할 필요가 없어진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시내 780개 유치원(국공립 254곳, 사립 526곳)에서 무상급식을 시행할 경우 매년 약 835억5000만 원이 소요된다. 인건비, 조리시설·기구 지원 금액까지 포함하면 연간 1000억여 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적정 급식단가 책정을 위한 연구용역이 진행 중이며, 이달 말 결과가 나온다.
예산은 초·중·고등학교 급식비 부담률과 동일하게 시교육청이 50%, 시가 30%, 자치구가 20%를 각각 부담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오 시장은 재원 부담과 관련, “구체적으로 말하기는 이르다”며 “선례에 비춰 유사한 비율로 가지 않을까 추산한다”고 밝혔다.
6. 현재 유치원 급식비 재원은
유치원 설립 형태에 따라 급식비 재원이 다르다. 국립유치원은 100% 국비로 운영 중인 누리과정에서 급식비 등의 명목으로 월 8만 원을 지원받고 있다. 국립유치원은 8만 원을 꼭 급식비에 써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을 급식비로 활용하고 있다. 그렇게 하고도 부족한 금액 월 1만∼2만 원은 가정에서 부담한다. 사립유치원은 정부에서 지원하는 26만 원의 누리과정비에 급식비가 포함돼 있다. 누리과정비 중 급식에 써야 할 금액이 정해져 있지 않아 대부분의 사립유치원은 누리과정비를 필요한 다른 곳에 사용하고, 급식비는 가정이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사립유치원이 국립유치원에 비해 가정에서 부담해야 하는 급식비 금액이 크다. 사립유치원은 96%, 공립 병설은 51.4%, 공립 단설은 18.8%가 가정에서 급식비 일부 또는 전액을 내고 있다.
7. 어린이집-유치원 급식단가 격차는
정부 발표에 따르면 서울시 유치원의 식사 한 끼 단가는 평균 3100원이고, 어린이집 급간식 재료비는 0∼2세 1900원, 만 3∼5세 2500원이다. 서울시 유치원 평균 급식단가 3100원에서 관리비와 인건비를 제외한 식품비 2673원으로 비교해보면 어린이집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어린이집 급간식 재료비는 하루 기준이다. 유치원 급식은 한 끼인 데 반해, 어린이집은 급식 1회에 2회의 간식을 포함한 금액이라는 의미다. 상대적으로 가격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또 보건복지부 소관 어린이집은 무상보육으로 인해 보육료에 포함해 지원하는 만큼 별도의 부모 부담이 발생하지 않는다. 다만, 유치원은 급식비가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학부모가 추가로 부담한다. 사립유치원과 비교할 경우 격차가 더 커질 수도 있다.
8. 지역별 격차도
지역별 격차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역이 경북이다. 경북은 23개 시·군 중 21개에서 유치원 무상급식을 실시하고 있다. 나머지 두 곳은 지자체가 부담금을 낼 형편이 안 돼 시행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만 봐도 지역별로 격차를 보인다. 무상급식으로 이뤄지는 어린이집 급식비를 보면 정부 지원 급식비 하루 단가(1급식 2간식 기준)는 영아(만 3∼5세)가 2500원이다. 여기에 시와 자치구의 추가 지원이 이뤄지면 평균 단가는 3021원으로 뛴다. 다만 이는 평균일 뿐이다. 시는 도농상생 공공급식센터를 통해 공공급식을 지원받는 13개 구에 원아 한 명당 250원을 지원하고 있다. 여기에 구의 지원액이 더해지며 하루 급식단가는 구별 최대 4000원에서 최소 2650원으로 벌어진다. 구가 급식비를 충분히 지원할 만큼 재정적으로 안정된 지역에 사는 어린이들은 더 질 좋은 급식을 먹고 있는 셈이다.
9. 급식 격차가 생기는 이유는
지금까지 급식 관련 논의는 질보다는 무상급식 도입 여부에 초점을 둬 왔던 게 사실이다. 유치원과 어린이집 급식은 질을 비교·분석할 계기 자체가 많지 않았다. 더욱이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소관 부처가 다르다. 유치원은 교육기관으로 분류돼 교육부가, 어린이집은 보육기관이라 보건복지부가 담당한다. 급식비 재원이 각기 다른 것도 질 형평성 제고를 어렵게 하는 데 영향을 줬다. 어린이집을 다니는 만 3∼5세의 급식비는 사립유치원과 같이 누리과정비 26만 원에 포함돼 있는데, 유치원과 달리 가정의 급식비 부담은 엄격히 제한된다. 지역별 급식단가 격차는 지자체 재정 수준에 따라 발생한다. 중앙정부의 재원으로 급식비 전액을 충당하지 못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일이다. 비교적 재정이 충분한 지자체는 급식비 지원에 더 많은 돈을 쓸 수 있고, 그렇지 않은 곳은 급식비 지원에 박할 수밖에 없다.
10. 격차 해소 방법 없나
정부 부처 간 칸막이와 지자체의 재정 자립도를 뛰어넘는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 오 시장이 ‘형평성 제고를 위해 국가가 나서야 하느냐’는 질문에 “궁극적으로는 그렇게 가야 한다”며 “지자체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시행하면 전국 지자체로 파급되고 종국적으로 정부에서 예산을 부담하는 형태로 가서 통일된 기준을 설정하고 시행해야 한다”고 말한 이유다. 중앙정부가 나서서 기준을 설정하고 재정을 지원해야 형평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오 시장은 “국무회의에서 제안했고 교육부와 복지부 장관들이 대체로 긍정적이었다”며 “전반적으로 분위기는 ‘긍정 검토’였다”고 밝혔다.
민정혜·권승현·박정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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