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ESG 거품과 ‘기업 가치’ 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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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강흠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기업 전망 좌우할 非재무 지표
환경·사회·지배구조 관심 급증
CSR와 달리 투자자 이해 일치

주가 급등과 지표 악용 부작용
평가기관 난립해 객관성 위협
실제로 기업 가치 높여야 효과

재계와 투자 업계의 최대 이슈는 단연 ESG다. 주식 투자 열풍을 타고 일반 대중에게도 화제다. ESG는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영문 첫 글자 조합으로, 유엔의 지원 아래 지난 2006년에 제정된 유엔 책임투자원칙(PRI)의 핵심을 이룬다.

대기업은 신년사에서 ESG 경영을 선포하고, ESG를 관장하는 위원회를 만들었다. 기업들은 ESG 채권을 발행하며, 자산운용사들은 ESG 펀드를 출시하고 있다. PRI를 따르겠다고 서명한 기관은 ESG 이슈를 반영해 투자 분석과 의사결정을 하고, 투자 철학 및 운영 원칙에 ESG 이슈를 통합하는 적극적 투자자가 되며, 투자 대상 기업에 ESG 이슈들의 정보 공개를 요구해야 한다. ESG 투자 목적의 글로벌 펀드 운용액은 모닝스타에 따르면 지난해 388조 원으로 급증해 ESG 투자 열풍은 거세다.

ESG 경영을 기업의 사회공헌활동(CSR) 중 하나로 오해하거나 주주에서 이해관계자로 관점을 옮기는 수단이라고 아전인수(我田引水) 격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ESG는 투자자와 기업이 착해진 게 아니라, 글로벌 기관투자가와 자산보유기관 등이 투자수익을 개선하기 위해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는 행동 지침이다. 기업은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일자리를 만들며, 세금으로 공공부문에 공헌한다.

그런데 기업이 환경 오염, 인권 침해, 불공정 거래 등의 사회적 간접비용을 발생시키므로 결자해지(結者解之)하라는 사회적 요구가 거세지자, 기업은 사회에 공헌해서 윤리적이고 자선적인 책임을 지는 모습으로 대응했다. CSR 보고서를 출간해 기업 이미지를 좋게 하면 매출 증대에도 도움이 된다고 자족하거나 적극적으로 기업 이익과 연결되는 CSR를 찾기도 했다, 자산운용 기관도 담배나 무기 등 죄악 산업의 주식에 투자하지 않는 등의 책임투자로 화답했다. 그러나 CSR는 사회적 간접비용과 연관성이 작고, 주주의 자발적 참여를 이끄는 데도 한계가 있다. CSR 예산을 효과적으로 사용해 부가가치를 만드는 활동조차도 종종 이벤트성에 그치곤 한다.

ESG 경영은 주요 주주인 기관투자가와 자산보유기관의 요구로 출발해 기업이 부응하는 형태로 주주의 이익과 합치한다는 점에서 사회의 요구에 순응하는 CSR와 구분된다. 투자자가 투자 분석과 의사결정에 전통적으로 사용해온 매출과 이익 등 재무 지표는 기업이 직면한 리스크와 장기적 성과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한다. ESG 이슈를 반영해 경영하는 기업이 중장기적으로 리스크를 줄이고 사업 기회를 포착해 지속 가능성과 기업 가치를 높인다는 인식이 팽배하자 ESG라는 비재무 지표가 부상했다. 투자 분석과 의사결정을 위해서는 기업의 재무 성과뿐만 아니라 ESG 이슈와 성과에 대한 정보도 필요했다. 그래서 ESG 경영은 기업이 위험과 기회에 잘 대응해 기업 가치와 투자수익을 높여주기를 원하는 투자자의 이해와 일치한다.

이러한 ESG의 유인 합치성(incentive compatibility)에도 불구하고 ESG 투자 규모의 급등과 ESG 친화적 기업의 주가 급등으로 ESG 거품 의혹을 산다. 전 세계 수백 개의 ESG 평가기관이 난무하며 각기 다른 철학과 기준으로 평가해 점수를 매기는 현실도 ESG 지표의 객관성과 신뢰성을 위협한다. 단순히 녹색 이미지를 입히기 위한 수단으로 PRI를 따르겠다고 서명한 기관도 있고, 자금 용도와 상관없이 ESG 채권으로 색깔을 입혀 낮은 발행금리의 혜택만 보려거나 이미지를 관리하기 위한 수단으로 삼는 기업도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기업의 ESG 경영이 실제로 기업 가치를 높이는 성과를 거둬야 ESG 거품의 우려를 잠재울 수 있다. 기관투자가는 최종 수익자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신인의무(fiduciary duty)의 관점에서 ESG 활동을 평가받아 투명함을 보여야 한다. 기업은 ESG 관점에서 혁신으로 위험을 관리하고 사업 기회를 포착하는 노력을 하고, 그 성과를 시장에 전달해서 ESG 이슈가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강화한다는 신뢰를 쌓아야 한다. ESG 이슈를 다루는 투자자와 기업이 ESG 이슈에 진정성 있게 접근하지 않으면 ESG 자체의 지속 가능성이 위협받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