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수만t ‘건폐’ 처리해 만든 ‘순환골재’ 쓸곳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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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1-05-12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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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건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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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11일 인천 서구 건설폐기물 중간처리업체 직원들이 폐기물을 순환골재로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 인천 ‘건폐’ 처리업체 가보니

국가·지자체 발주한 공사에만
의무 사용 규정한 현행법 한계
하루 트럭 수백대분 처리 불구
사용처 적어 적치장에 방치
애물단지 전락 또다른 환경문제


11일 오후, 일명 ‘쓰레기 도로’로 불리는 인천 서구 백석동 수도권매립지 진입로에 건설폐기물을 가득 실은 25t 덤프트럭 10여 대가 길게 늘어섰다. 환경부가 내년부터 재활용 가능한 건설폐기물의 직매립을 금지하면서 매립지 반입이 까다로워졌기 때문이다.

이날도 매립지로 가지 못한 차량들이 이곳 한 중간처리업체 입구에서 싣고 온 폐기물을 계측하기 위해 장시간 기다려야 했다. 매립지 주변 도로에만 이 같은 중간처리업체 11곳이 성업 중이다. 이중 규모가 가장 큰 Y업체에는 하루 평균 350대의 덤프트럭이 건설폐기물을 싣고 온다.

계측기를 통과한 트럭들이 바위만 한 폐아스콘과 콘크리트 덩어리를 쏟아붓자 대기하고 있던 포클레인이 그것들을 퍼 올려 원통형의 믹서기에 밀어 넣었다. 이어 커다란 절구 모양의 250마력 콘크러셔가 ‘쿵쿵’ 소리를 내더니 자갈 크기(직경 20~25㎜)의 순환골재를 비 오듯 쏟아냈다. 이렇게 생산된 순환골재가 1만6000여㎡ 넓이의 이 업체 적치장에 펜스(11m) 높이만큼 쌓였다. 이 업체는 25t 트럭 1대당 32만~35만 원의 반입료를 받고 폐기물을 중간처리해 하루에 약 6000t의 순환골재를 생산한다. 수도권에서만 하루 평균 10만여t의 건설폐기물이 발생하지만 이를 재활용한 순환골재가 천연골재를 대체하는 비율은 30%가 채 안 된다. 이 업체에서 생산한 순환골재 역시 한 푼도 받지 못한 채 반출되는 건 고사하고, 오히려 트럭 1대당 11만 원의 운반보조비를 줘야 하는 형편이다.

현행법(건설폐기물의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발주한 도로나 택지개발 공사에만 순환골재를 의무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사실상 수도권에서 사용할 곳이 많지 않다.

20년 넘게 건설폐기물을 처리한 이곳 업체 관계자는 “매립하거나 소각할 수도 없는 건설폐기물은 적정 처리 과정을 거치면 모래나 자갈 등 천연골재를 충분히 대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순환골재 역시 폐기물이란 부정적인 인식 탓에 허용보관량을 초과해 적치장에 쌓아 놓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업계에서는 쌓아 둔 순환골재를 처리하지 못해 회사를 부도내고 정부 지원금을 받아 ‘방치폐기물’로 처리하는 게 공공연한 비밀로 여겨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장기화로 ‘집콕’이 늘면서 가구와 인테리어를 바꾸거나 리모델링하는 수요도 늘어 건설폐기물 발생량은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중간처리 과정에서 생산되는 순환골재가 ‘애물단지’ 취급을 받으며 또 다른 환경 문제가 되고 있다.

인천=글·사진 지건태 기자 jus216@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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