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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사회] 현안 인터뷰 게재 일자 : 2021년 05월 13일(木)
“백신, 무기체계 획득하듯… 개발비용부터 부담해 ‘구매 신뢰감’ 줬어야”
백신은 생물의약품이라 복잡해 지재권 면제돼도 접종까진 시간 접종률 70~80%돼야 일상 복귀 어떤 백신이 됐든 나는 맞을 것 韓 코로나 백신, 곧 3단계 임상 연말쯤 효과 관한 증거 나올 듯 새로운 감염병·대유행 페이스북트위터카카오톡밴드
제롬 김 국제백신연구소(IVI) 사무총장이 지난달 29일 서울 관악구 IVI 본부 집무실에서 반복되는 팬데믹 시대를 맞아 백신 개발과 백신 안보가 특히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곽성호 기자
제롬 김 국제백신硏 사무총장

국제백신연구소(International Vaccine Institute·IVI)를 책임지고 있는 제롬 김 사무총장은 “추가적인 전염병들이 분명히 다시 나오고, 그중 일부에서는 대유행이 일어날 것”이라며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백신 개발을 통한 ‘백신 안보’가 중요하며, 이를 위해선 미국의 워프스피드 작전(Operation Warp Speed)과 같이 백신개발을 가속화하는 신속한 결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IVI는 유엔개발계획(UNDP)의 주도하에 1997년에 설립된 비영리 국제기구로, 세계 공중보건을 위해 백신을 발굴하고 개발하며 보급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더딘 이유에 대해 김 사무총장은 “한국이 백신 조달 절차를 늦게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사무총장은 “지난해 9~10월 한국이 비교적 미국과 유럽에 비해 코로나19에 대한 유행 통제가 잘됐기 때문에,한국은 백신의 효과가 나오기 전에 백신을 구매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다”고 했다.


7~8개월이 지난 뒤 현재 상황에서 보면, 미국과 유럽의 베팅은 성공했지만, 한국의 백신에 대한 관망은 초기 접종률 저하라는 그리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졌다. 접종 선진국들은 이르면 상반기에 집단면역을 완료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접종을 늦게 시작한 한국은 집단면역 목표를 11월로 잡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달 29일 서울 관악구 관악로 IVI 본부에서 제롬 김 사무총장을 만나, 과연 언제쯤이면 코로나19 이전의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갈 수 있을지부터 물었다.

“한국은 백신 접종자 비율이 지금보다 훨씬 더 높아질 때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 이스라엘이나 영국은 접종률이 30%를 넘어서 일부 규제를 없앨 수 있었다. 미국도 외부에서 마스크 없이 걸을 수 있도록 했다. 한국은 현재 백신 접종 계획으로 볼 때 늦은 가을 또는 올해 겨울까지 접종해야 할 수 있다. 그렇게 될 경우 제약이 있겠지만, 마스크 없이 밖으로 나갈 수 있고, 교회에도 갈 수 있게 된다. 다만, 위험도에 따라 (현재 규제는) 더 길어질 수도 있다.”

―한국이 초기 백신 물량을 제때 확보하지 못한 이유가 무엇인가.

“한국이 언제 조달 절차를 시작했는지 살펴보면 미국보다 훨씬 늦게 시작했다. 준비과정이어도 먼저 계약하면 우선 공급 받는 방식이다. 지난해 9월과 10월 미국 정부와 영국 정부는 실제로 백신이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기 전에 백신 구입을 결정하면서 일련의 베팅을 했다. 그러나 당시 미국과 유럽에 비해 잘 통제되고 있던 한국 정부는 베팅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다. 한국은 현재도 10만 명당 코로나19 확진자 규모를 보면 미국이나 유럽과 다른 입장이긴 하다. 그러나 아무도 우리가 얼마나 오랫동안 이런 통제들을 유지해야 하는지 예상하지 못한 것 같다. 현재 많은 사람이 점점 지쳐가고 있다. 백신 접종이 충분히 진행될 때까지 마스크, 거리두기, 진단검사 및 추적 치료 등이 계속될 필요가 있다.”

―우리가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이 있을까.

“접종률이 70~80%가 될 때까지 기다리고, 이것이 감염을 줄일 수 있다는 증거를 확인하고, 특정 기간에 감염 하향곡선을 봐야 하는 등 다양한 사항을 고려해야 한다. 백신 접종률이 높아짐에 따라 규제가 폐지될 수도 있고, 또 백신 접종을 받은 사람에 한해서 적용될 수 있다. 먼저 한국도 백신을 개발해야 한다. 백신이 개발되면 한국이 ‘백신 안보(vaccine security)’라고 부르는 것을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한국은 고소득 국가로서 빈곤국의 백신 안보를 달성할 수 있도록 지원도 해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빈곤국 문제를 다루지 않으면, 이 문제가 다시 돌아와 한국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이제 우리는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우리 모두의 확실한 안전을 위해서 세계에 충분한 양의 백신이 공급되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지식재산권(IP) 면제를 지지했다.

“IP 면제의 의도가 무엇인지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백신 수량 예상치를 보면 IP를 풀지 않고도 최대 300억 도스를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아스트라제네카(AZ), 노바백스, 스푸트니크 등이 한국에서 만들어지듯이 이미 백신 기업들은 전 세계로 기술 이전을 하고 있다. 또 IP 면제는 시간이 걸린다. 특히 그것을 받아 백신을 정확하게 만들 수 있는 수준 높은 회사가 필요하다. 백신의 효과는 90%여도 되지만, 실패는 0%가 돼야 한다. 약물(drug)은 화학이기 때문에 복제가 쉽지만, 백신은 본질적으로 살아 있는 생물의약품이기 때문에 더 복잡하다. 살아 있는 유기체를 다루고 연구하는 과정은 세밀함과 질에 더 집중해야 한다. 즉, IP 면제가 된다고 해서 우리가 원하는 시간 내에 빨리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고품질 제품을 만들 수 있는 회사가 필요하고, 생산을 감시·감독할 수 있는 규제기관이 필요하다. 이 두 가지가 없으면 백신이 만들어지기는 정말 어려울 것이다. 그런 면에서 한국은 매우 운이 좋다. 우리는 한국이 잘해낼 수 있다는 것을 알지만, 세계의 많은 나라는 그렇지 않다. 또 IP 면제는 미래의 유행병 대응에 참여하려는 기업들의 의지를 감소시킬 수도 있다. 물론 백신 기술을 더 많은 기업에 이전하는 것은 중요하다.”

―한국형 코로나19 백신 개발 전망은 어떻게 보고 있나.

“한국 백신은 곧 3단계 임상시험에 들어설 것이다. 전염병대비혁신연합(CEPI), 빌앤드멀린다게이츠 재단(BMGF)은 한국에서 개발되고 있는 백신 중 일부를 지원하고 있다. 또한 한국 보건복지부도 백신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곧 시험이 시작된다면, 아마도 연말쯤에는 백신의 효과에 대한 증거 등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백신은 실험실 테스트에서 면역대리지표(immune correlates of protection)를 가지고 있다면, 훨씬 더 빨리 안전하고 효과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면역대리지표는 임상을 진행하지 않고 백신의 효능을 간접 평가할 수 있는 지표다. 동시에 여러 국내 기업이 백신을 위탁 생산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코로나19 백신 이외에 새로운 백신도 개발 중이다. 김 사무총장은 “처음 부임했을 때 임상시험을 막 시작했던 장티푸스 결합 백신이 현재 3단계에 있다”며 “SK바이오사이언스와 함께 장티푸스 백신의 테스트를 최근에 마쳤다”고 말했다. 또 “삼성재단으로부터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백신 관련 사업 자금을 확보해 관련 백신에 대한 임상시험도 거의 끝났다”며 “우리는 이것이 또 다른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개발에 기여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AZ와 얀센 백신이 혈전 관련 안전성 논란이 있다.

“각국이 단순히 효과가 있는 백신을 폐기하기보다 위험과 이익을 살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한국이나 아프리카보다 백신에 더 잘 접근할 수 있는 유럽에서는 AZ 백신을 사용하지 않고,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을 사용하겠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많은 나라는 (백신 부족으로) 그런 여유를 부릴 수 없다. 무엇보다 백신은 효과가 있다. 백신은 중증으로 이환되는 것을 예방한다. 영국도 AZ 백신을 계속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저는 어떤 백신이 제공되든 접종할 것이다. 물론 부작용 등의 위험요소가 있지만, 매우 드문 일이다. 중요한 것은 백신 접종이 위중증 질환에 대해 높은 수준의 보호 효과를 보인다는 점이다. 심각한 중증은 입원이나 심하면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백신이 중요하다.”

―코로나19 이후에도 새로운 감염병이 올까.

“인류는 추가적인 감염병이 온다는 사실에 대해 확신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중 일부는 대유행(pandemic)이 될 것이다. 준비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이다. 한국은 메르스를 경험했기 때문에 초기 코로나19 대응은 전 세계로부터 주목받았다. 나는 그것이 국가적 자긍심의 원천이라는 것을 안다. 그러나 이번에 마스크를 쓰고 거리두기를 하면서 열심히 정부의 규칙을 따르던 한국 사람들도 1년 반이 지나면 지치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따라서 백신 개발은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백신 개발을 가속화하는 방법에 대해 배웠다. 스텔스 전투기와 같이 무기 시스템을 획득하는 방식으로 계획을 세워야 한다. 필요성을 확인하면, 개발 비용을 지불해 추진 기업들이 빠르게 다음 단계로 이동할 수 있게 했다. 미국은 백신을 개발할 때 그 패턴을 따랐다. 백신을 원하고, 구매할 것이고, 입찰해 함께할 회사라는 믿음을 줬다. 그들은 가장 좋은 회사를 선정해서 앞으로 나간다. 워프스피드 작전은 그렇게 작동했다. 미국 정부는 8개 회사에 180억 달러를 투자했다. 그중 A사는 20억 달러를 얻었고, 목표를 달성해 1억 도스의 백신이 전달됐다. 그것이 백신 개발을 가속화하는 방법이다. 우리는 시간, 자금, 정부의 구매 결정 등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 코로나19로 전 세계 국가들이 겪은 피해를 고려하면, 전염병을 다루고 대비할 수 있는 것은 미래에 정말 중요한 일이 될 것이다.”

인터뷰 = 이용권 사회부 차장 freeus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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