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기업 분식회계 등으로 줄줄이 상폐… 개미들 3800억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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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증시 세계화’ 바람 타고
2011년부터 中기업 러시
당국은 검증 등 관리 소홀

중국고섬·중국원양자원 등
상폐 피해 투자자가 떠안아

기업 경영 투명성이 불확실해 투자 피해를 본 ‘차이나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또다시 커지고 있다. 기업 재무 관리 등에서 상대적으로 해외기업에 허술할 수밖에 없는 관리 감독의 사각지대를 악용하는 기업들을 촘촘히 감독할 수 있도록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에 상장된 중국계 기업들에 대한 사전점검·사후관리가 부실해 비우량 기업이 진입할 확률이 높고, 의도적으로 회계장부 등을 조작할 경우 이를 검증하기도 쉽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중국 기업이 홍콩·미국 등보다 관리에 구멍이 많은 한국 증시를 돈 벌기 만만한 대안으로 선택하도록 내버려둔 셈이다. 중국계 A 기업의 경우 상장폐지 요건인 사업보고서를 거래소의 독촉에도 불구하고 두 차례나 제출하지 않았다. 투자자 입장에서 고의로 상장을 폐지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살 만한 행동이다.

◇마구잡이식 상장이 원인 = 한국 증시가 중국 기업들의 ‘놀이터’로 전락한 배경으로 2011년 무렵 시작된 마구잡이식 상장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부는 지난 2007년 코스피가 2000선을 돌파하자 ‘국내 증시 세계화’라는 명분으로 해외기업을 대거 상장시키기 시작했다. 국내 1호 해외기업 상장도 2007년 8월에 나왔다. 증시 세계화라는 명분에 매몰돼 상장을 신청한 해외기업에 대한 검증이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당시엔 해외기업을 상장해야 국내 금융시장이 국제무대에서 도태되지 않을 것이란 인식이 강했다”며 “해외기업 상장 주관 수수료율이 더 높은 점 등도 작용했다”고 말했다.

국내 증시에서 해외기업 비율을 보면 10년 전인 2011년 0.93%(17곳·전체 상장사 1822곳)와 지난해 기준 0.97%(22곳·전체 상장사 2268곳)가 비슷한 수준이다. 2010년 초반 해외기업 상장이 유독 과했다.

◇법망 빠져나가는 ‘치외법권’ 해외기업 = 해외기업에 대한 처벌이 어려운 점도 ‘차이나 리스크’의 한 요인이다. 그나마 ‘주식회사 등에 대한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신(新) 외감법) 개정으로 한국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의 실적이 다수 공개됐지만, 실제 감사보고서를 제출한 외국계 기업은 극히 일부에 국한된 것으로 알려졌다. 유한책임회사로 변경해 감사를 피해 가는 ‘꼼수’ 길이 열려 있기 때문이다. 유한회사는 자산총액, 부채총액만 조절한다면 외부감사 의무를 피할 수 있다. 해외기업은 부정을 저질러도 국내 기업보다 직접적인 처벌이 어렵다는 점도 악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투자자 피해 3800억 추정 = 결국 상장폐지로 인한 투자자 피해가 반복되고 있다. 2011년 1000억 원대 분식회계를 저질렀던 중국기업 중국고섬(2013년 10월)과 성융광전투자(2012년 9월), 중국원양자원(2017년 9월) 등이 큰 피해를 남기며 상장폐지 절차를 밟았다. 이번에 A 기업마저 퇴출당하게 되면 2011년까지 국내 상장한 이른바 ‘1세대 중국기업’ 중에서는 이스트아시아홀딩스를 제외하고는 모두 증시에서 퇴출당하게 된다. 상장사 강제 퇴출은 투자자 피해로 직결된다. 퇴출 종목의 주주들은 정리매매 기간 시장에 헐값으로 주식을 팔아야 해 막대한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증권가는 상장폐지된 사태로 인한 투자자 손해액(정리매매 직전)이 약 38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송유근 기자 6silver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