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음식 쓰레기 놓고 업체 - 환경단체 입장차

앱 3사 “수저·포크 줄이기 동참”
시민단체 “다회용기 지원해야”

“족발 세트 하나 시켰더니 크고 작은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 쓰레기가 15개나 발생해 당황스러웠습니다.”

일주일에 최소 2번은 배달 음식을 시켜먹는 직장인 임모(38) 씨는 음식을 시킬 때마다 집 안 가득 쌓이는 플라스틱 쓰레기 때문에 마음이 편치 않다. 그러나 임 씨는 “환경오염이 걱정되기는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면에서 외식도 자주 할 수 없는데, 먹는 즐거움만큼은 포기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올 들어 처음으로 일회용 플라스틱 배달 용기가 하루 1000만 개 이상 버려지는 것으로 추산된 가운데 플라스틱 쓰레기 절감 방안을 놓고 배달 앱 3사와 환경단체 간 온도 차가 이어지고 있다. 당장 다음 달부터 배달의민족·요기요·쿠팡이츠 등 배달 앱 3사는 일회용 플라스틱 수저·포크 사용 줄이기에 동참한다는 방침이지만, 환경단체들은 용기 폐기물이 더 큰 문제라면서 다회용기 사용 지원을 위한 서명·해시태그 달기 운동으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17일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공공선별시설에서 처리한 플라스틱 폐기물은 923t으로, 전년(776t) 대비 18.9%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 해소를 위해 환경부는 원료업계·지방자치단체 등의 플라스틱 재생원료 사용 의무화 등 순환경제 구축 방안 마련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플라스틱 배달 음식 용기를 일부 규제할 수 있는 관련 법제화도 진행 중이다.

배달 앱 3사는 플라스틱 폐기물 저감을 촉구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발맞춰 다음 달부터 기존 포장·배달 주문 시 필수로 제공해왔던 일회용 수저·포크를 별도 요청이 있을 시에만 지급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업계 1위 배민을 운영하는 김범준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이용자 혼선은 줄이고 환경보호 효과는 더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환경단체들은 배달 앱 3사가 더 적극적인 대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성토하고 있다. 녹색연합은 “배달 앱 3사가 다회용기 사용 정보를 제공해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다회용기를 사용하는 가맹점에는 인센티브를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녹색연합은 이를 촉구하는 서명운동과 해시태그 달기 운동을 함께 이어가며 배달 앱 3사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최준영 기자 cjy3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