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상담소>Q : 층간 소음에도 싫은 소리 못하는 제가 너무 한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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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 고민

층간소음에도 할 말을 못 하는 제가 너무 한심합니다.

국책연구소에서 일하는 40대 연구원입니다. 저는 원래 남에게 싫은 소리를 잘하지 못합니다. 어느 정도냐면 제가 사는 아파트 위층의 소음 때문에 힘든데도 큰 갈등이 생길까 봐 이야기를 못 하고 있습니다. 새로 이사 간 지 4개월이 넘었는데 위층 사람들은 한밤중에도 쿵쿵거리고 TV를 크게 틀어놓습니다. 아내도 저처럼 남에게 싫은 소리를 못해 서로 미루다 보니 점점 신경만 날카로워지고 있습니다.


A : 위층과 갈등 걱정 말고 대화 해보길… 예행연습 하는 것도 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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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소음으로 큰 고통을 겪고 계시군요. 그런데 지금 겪고 있는 고통은 두 가지인 것 같습니다. 하나는 층간소음으로 인한 고통이고 또 하나는 층간소음에 대해 아무런 말을 못하고 있는 자신으로 인한 고통인 것 같습니다.

이야기했으면 좋겠는데 무엇이 가로막는 것일까요? 아마 할 말을 하지 못하는 소심함을 천성이라고 여기는 것 같은데 기질만큼 중요한 게 경험입니다. 즉, 충분한 연습을 거치면 시간의 차이가 있을 뿐 원하는 수준만큼 할 말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말을 꺼내기 전부터 이야기하면 왠지 큰 갈등이 생길 것을 우려하시는 것 같은데요. 아마 과거에 그런 적이 있었거나 혹은 미디어에 보도되는 폭력사건을 떠올리는 것은 아닌지요? 이는 ‘가용성 편향(Availability bias)’이라는 뇌의 대표적인 사고오류입니다. 즉, 우리 뇌는 자신의 주관적 경험이나 가장 빨리 떠오르는 극단적인 사례 등에 근거해 판단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실제 층간소음은 어디에나 있고 대부분은 비폭력적인 방식으로 해결되고 있습니다. 다만 이런 보통 일들은 뉴스거리가 안 될 뿐입니다. 일단 관리실을 통해 말씀드려 보시고요. 만약 변화가 없다면 다음과 같은 마음의 준비를 하고 위층과 대화해 보시길 바랍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문요한 정신과 의사

첫째, 위층에 ‘싫은 이야기’를 하러 가는 게 아니라 ‘중요한 이야기’를 하러 가는 것입니다. 정중하게 표현하면 얼마든지 싫은 이야기가 아닐 수 있습니다. 둘째, 단정 짓지 마시고 여지를 두고 대화하시길 바랍니다. 층간소음이 바로 위층에서만 발생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위층의 문제인 양 결론 내리고 다짜고짜 조심하라는 말만 하고 오면 갈등이 커질 수 있습니다. 여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면서 대화해 보시길 바랍니다. 셋째, 예행연습을 해보시길 바랍니다. 무대 위에 올라가기 전에 리허설을 하면 마음이 편해지는 것처럼 자기표현도 똑같습니다. 여러 상황을 떠올리고 어떻게 말할지 적어보시면 좋습니다. 예를 들어, 아이들이 있다면 매트를 깔면 좋겠다고 부탁드리는 것입니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모르지만 꼭 이야기하시길 바랍니다. 설사 이야기를 한 후 상황이 달라지지 않더라도 아무런 반응도 하지 못했다고 자책하는 고통으로부터는 자유로워질 수 있을 테니까요.

문요한 정신과 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