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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북리뷰 게재 일자 : 2021년 05월 28일(金)
‘중산층’이라는 거짓 희망… 금융시장의 덫에 걸린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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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티이미지뱅크

- 중산층은 없다 | 하다스 바이스 지음, 문혜림·고민지 옮김 | 산지니

이스라엘 출신 인류학자인 저자
美·獨 등 여러 나라 사례 소개

재산 증식 위해 투자 강요 당해
이윤 챙기는건 필수적 경제활동
큰 손실 생겨도 개인 책임 돌려
스스로 착취 자본 몸집만 키워

투자자 외피 입은 현대 노동자
불안·부채·강박적 과로 시달려


“우리는 결코 중산층이었던 적이 없고, 중산층이 될 수 있다는 이데올로기만 존재한다.”

스스로 ‘중산층’이라 생각하고 있다면, 당황스러울 수 있는 단정이다. 저자의 주장을 면밀하게 들여다보기 전, ‘중산층’의 의미를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사유재산을 가지고 있지만 ‘자본가’에는 끼지 않는 사람들, 경제적 수준이나 사회 문화적 수준이 ‘중간 정도’ 되는 사회적 집단, 혹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규정한 중위소득의 50∼150% 미만에 속하는 층. 원하든 원하지 않든, 우리는 분류를 당한다. 이 안에 속하거나 이 밖에 속하거나. 그리고 대부분은 그 ‘위’가 아닌, ‘아래’에 존재한다. 이때 ‘중간’의 두께는 자본주의 사회의 중요한 이슈인데, 그것이 얇아지면 그 사회의 경제가 위험하다는 지표로 읽히기 때문이다. 책은 바로 이 지점에서 ‘중산층 이데올로기’가 가동되며, ‘사회이동’을 위한 ‘투자’에 사람들을 몰아넣는다고 지적한다. 다시 말해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이 저 앞에 기다리고 있으며, 언젠가는 어느 정도 자산을 지닌 중산층이 될 수 있을 거라는 환상을 품게 함으로써 점점 금융시장의 덫에 빠트린다고 경고하는 것이다.

이스라엘 출신 인류학자인 저자는 주로 독일과 미국, 이스라엘의 사례를 들어 주장을 펼친다. 중산층 이데올로기의 핵심이 ‘투자’라는 점에서 이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고, 주식·부동산·가상화폐 등에 열광하며 전 국민이 ‘투자자’가 된 듯한 지금 한국 사회의 풍경과도 별반 다르지 않다. 서점가에서 잘 팔리는 책들은 온통 주식과 부동산 투자 기술을 설파하고 있으며, TV와 유튜브를 켜도 돈에 대한 정보와 조언이 넘친다. 이제 금융 자본에 투자해 이윤을 챙기는 일은 필수적인 경제활동이며, 이걸 하지 않으면 미래를 대비하지 않는 ‘비합리적인 사람’으로 보인다. 저자가 가장 큰 문제라고 보는 건, 이렇게 사회 구조적으로 투자를 강요받으면서도 이를 잘 인식하지 못하고 주도적인 자기 결정으로 투자했다고 스스로 생각한다는 것. 이들은 큰 손실이 생겨도 모든 걸 개인의 책임으로 여긴다. “가계 재산을 획득할 가능성이 점차 커지면서, 자본주의는 사람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노동자보다는 투자자로 형성하도록 하였다.” “노동자들이 주택이나 주식, 보험, 학위, 자격증, 그 밖의 유·무형 자산에 투자하지만, 다시 그 자산 가치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자본주의 시스템으로 인해 손해를 보거나 이를 메우기 위해 계속해서 투자를 할 수밖에 없다.” 자연스럽게 투자자의 외피를 입은 노동자는 지속적인 불안정과 부채, 강박적인 과로에 시달리게 된다.

인적 자본에 대한 투자도 모순에 빠지기는 마찬가지다. 중산층으로 가기 위한, 혹은 중산층에서 내려가지 않기 위해(저자에 따르면 이 역시 이데올로기의 작동이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인적 자원에 투자하는가. 학위를 받고 각종 자격증을 따고 다양한 인맥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한다. 특히 자녀 교육에 모든 것을 걸지 않나. 금융 자본에 투자하지 않는 사람도 자녀 교육엔 열광적이다. 교육의 상향 평준화. 이는 경쟁을 심화시키고 더 많이 투자해야 하는 악순환을 만든다. 주위를 둘러보라. 앞서기 위해서가 아니라, 간신히 따라잡기 위해 인적 자본에 계속 투자하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그러니까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우리 대부분의 ‘분투’는 중산층의 형성, 사유재산의 증식으로 전환되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스스로를 착취해 자본의 몸집만을 키워주고 있을 뿐이라는 게 책의 요지다. “자본주의는 중산층이 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착취를 은폐할 뿐이다.”

최근 국내 한 조사에 따르면, 현재 자신을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30%에 불과하고, ‘하류층’이라 인식하는 사람들이 40%를 훌쩍 넘어섰다. ‘중산층’이 무너지고 있는 글로벌 현상을 이야기하면서도, 책은 이 경제적 위험 신호에 대안적 분석을 내놓지 못한다. 하지만 새롭고 논쟁적인 관점을 제시한다는 측면에서 그 아쉬움을 충분히 달랜다. 적어도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이 부동산과 주식, 가상화폐에 내몰리고, 더 많은 사람이 자본주의 축적시스템의 재생산에 동원될 것이라는 씁쓸한 전망 정도는 내놓을 수 있으니. 272쪽, 2만 원.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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