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웹 | 지면보기 PDF | 2022.8.11 목요일
전광판
Hot Click
산업
[경제] M 인터뷰 게재 일자 : 2021년 05월 28일(金)
“완전자율주행 시대까진 아직 먼 길… 정부 지원대책 제대로 세워야”
  페이스북트위터카카오톡밴드
▲  한민홍 첨단차 대표가 22년 전 구입한 경차를 직접 개조해 만든 자율주행차의 기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낙중 기자
■ 29년 前 무인자동차 시험 성공 한민홍 ‘첨단차’ 대표

지금은 단종 22년 된 비스토
3단계 자율주행車 직접 개발

1992년 첫 무인車 시연 성공
국내지원·투자 외면 당했지만
폭스바겐과 협약하려다 포기

4~5단계 자율주행 시기상조
지금 기술력은 빨라야 3단계

프로그램 한 번만 오작동해도
인간의 생명 잃게 할 수 있어


최신 고급차를 능가하는 자율주행 시스템을 갖춘 22년 된 경차가 있다. 29년 전에 이미 국내에서 무인 자동차 시험에 성공한 한민홍(79) ‘첨단차’ 대표가 몰고 다니는 차다. ‘자율주행 선구자’인 한 대표는 뜻밖에도 “완전 자율주행 시대가 눈앞에 왔다는 것은 과도한 자신감”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직접적인 인명 피해를 일으킬 수 있는 일반 차량의 도심 자율주행은 절대 서두르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지난 13일 경기 용인시 첨단차 사무실에서 한 대표를 만났다. 그는 인근 골목길에 세워둔 빨간색 기아 비스토 쪽으로 기자를 안내했다. 비스토는 2003년에 단종된 차종으로, 한 대표는 1999년 비스토가 처음 출시된 해에 바로 사서 지금까지 23만㎞를 탔다고 한다. 그런데 이 비스토는 그냥 낡은 경차가 아니라, 3단계 자율주행 기술을 탑재한 ‘첨단차’다. 제일 먼저 후드(보닛)에 달린 커다란 장치가 눈에 들어왔다. 자율주행 센서 중에서도 고가(高價) 부품인 라이다(LiDAR) 센서다. 그 아래쪽 라디에이터 그릴에는 적외선 센서와 카메라가 장착돼 있고, 양쪽 사이드미러에 카메라가 1개씩, 양쪽 뒷바퀴 부근에도 카메라가 1개씩 달려 있었다. 당연히 후방카메라도 있고, 심지어 실내 룸미러 주변에도 카메라가 달려 있었다. 한 대표는 “이 모든 센서를 동원해 전방과 후방, 차 아래쪽까지 감지한다”고 설명했다.

운전석 계기반 위에는 작은 모니터가 부착돼 있는데, 오른쪽 깜빡이를 켜면 우측 후방 영상이 화면에 표시됐다. 현대자동차·기아가 최근 신차에 고급 옵션으로 장착하는 기능이다. 운전대 옆쪽에 자율주행 기능 전체를 켜고 끄는 버튼이 있고, 운전대 뒤로는 자동 가속, 자동 제동, 자동 조향 시스템을 각각 제어하는 버튼이 따로 붙어 있었다. 한 대표가 핸들 버튼을 누르자 작은 모니터에 각도 표시가 나타나면서 살짝살짝 핸들이 스스로 움직였다. 한 대표는 “자율주행 정확도를 더 높이기 위해 GPS도 붙이려고 준비 중”이라고 소개했다.

전북 임실 출신인 한 대표는 서울대 기계과를 나와 미국 조지아공대에서 산업공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유학생 시절엔 생계를 위해 넥타이, 양말, 옷 등을 팔면서 학업을 병행했다. 고난을 견디고 공부한 끝에 한 대표는 텍사스 A&M 주립대 교수가 됐다. 당시 자율주행 잠수정 개발에 참여하면서 인공지능(AI) 연구를 시작했다.

그는 1988∼1991년 포항공대에서 연구하다가 1991년 고려대로 옮겼다. 그리고 1992년 고려대 교내에서 국내 최초로 무인자동차 시연에 성공했다. 한 대표는 노트북에 저장된 1997년 미국 카네기멜런대와 1993년 자신이 이끈 고려대 연구팀, 201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선보인 메르세데스-벤츠의 자율주행 시연 영상을 차례로 보여줬다. 그는 “카네기멜런대 연구소가 세계 1등인데, 화면을 보면 운전석에 사람이 타고 있고 운전대에서 손을 뗀 수준”이라며 “카네기멜런대는 물론 2013년 벤츠도 ‘손바닥 위 공중부양’에 불과한데, 우리는 1993년에 이미 프레스토를 개조한 자율주행차로 경부고속도로를 달렸다”고 설명했다. 28년 전 고려대 연구팀 영상 속에서는 운전석과 동승석에 아예 사람이 없는 무인 자율주행차가 시속 100㎞로 달리고 있었다.

이어서 재생되는 영상은 더욱 놀라웠다. 1995년 뉴스에 등장한 한 대표 연구팀의 무인차는 이번에는 빗속을 뚫고 고속도로에서 와이퍼를 작동하며 시속 100㎞까지 속도를 올렸다. 서울∼대구 고속도로 구간을 무인으로 운행했다. 1996년 내부순환도로에서 시속 70㎞로 무인주행을 하는 영상도 있었다. 한 대표는 “교통사고가 많이 나는 내부순환도로 정릉터널, 홍지문터널을 일부러 찾아가 테스트했다”며 “당시 AFP가 이 영상을 카네기멜런대 로봇연구소의 유명 교수에게 보여줬고, 그 교수는 ‘당대 자율주행 차량에 대한 최고의 작업 중 일부와 동등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이런 경력과, 거의 30년 전에 현재의 양산차를 능가하는 기술을 선보인 천재성을 고려하면 줄곧 승승장구했어야 할 것 같은데, 첨단차 사무실은 유리창에 붙인 간판 대용 필름의 글씨가 닳아 흐릿해졌을 만큼 열악했다. 정부 지원이나 민간 투자 유치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대표는 “남한테 고분고분해야 하는데, 그걸 못해서 돈을 못 번다”고 했다. 그는 “국내에서 ‘돈줄’이란 게 완성차업계 정도인데, 당시엔 거기서 별로 신경을 안 쓰니까 연구원들도 로봇 분야 등 다른 데로 떠나갔다”며 “또 외국 기술을 들여와야 알아준다고 생각하지, 누가 국내 것을 쓰려고 하나. 한국은 지금까지도 그런 문화가 팽배해 있지 않으냐”고 쓴웃음을 지었다.

국내에서 철저히 외면당한 한 대표의 자율주행 기술은 정작 외국에서 주목받았다. 한 대표는 “독일에서도 놀랐던 수준이어서 벤츠에서 연구원을 보내기도 했고, 폭스바겐과는 협약 체결 근처까지 갔다가 내가 찢어버렸다”며 “우리나라 기술을 외국에 팔아먹었다는 얘기를 듣기 싫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과거엔 한국 기술이 세계를 선도했는데 이제는 자율주행 하면 구글, 제너럴모터스(GM), 테슬라, 포드 등만 떠올린다. 어쩌다 한국이 뒤처지게 됐느냐고 묻자, 한 대표는 “국내 기술이 뒤떨어진 것은 하나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주변 차량도, 차선도 없는 항만에서 정확히 주행하는 테슬라의 ‘FSD(Full Self-Driving)’ 영상은 사실 GPS로 점을 찍어놓고 가는 것”이라며 “대단한 듯 보이지만, GPS를 차에 올리고 웨이포인트(waypoint)를 찍으면 누구라도 오차 2∼3㎝로 정확히 자율주행하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 대표는 국내 기술력은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데 정부가 지원 정책을 잘못 세우는 게 문제라고 짚었다. 뿔뿔이 흩어져 있는 자율주행 관련 기술을 한데 모으고, 이게 한국의 기술이라고 내세우는 계획이나 구상이 없다는 쓴소리였다. 한 대표는 “한국 공무원들은 한번 연구과제로 선정되면 돈 나눠주고 성과 추적도 없이 그걸로 끝”이라며 “이지 머니(easy money)도 그런 이지 머니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각 분야 일인자가 누군지 파악해서 예산을 주고, 분야별 일인자들을 아우를 지휘자가 있어서 기술을 모아야 한다”며 “그걸 하려는 노력도 의욕도 없으니 중국, 미국, 러시아에 따라잡힌 것”이라고 역설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지난 12일 “대략 한 달 뒤 FSD 구독 서비스를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율주행 업체나 완성차 업체들도 4∼5단계 자율주행을 입에 올린다. 완전 자율주행 시대가 눈앞에 다가온 듯한 장밋빛 전망이 넘쳐난다. 그러나 한 대표는 “완전 자율주행은 당분간은 어렵고, 부분 자율주행일 뿐”이라며 “지나친 기대를 하지 말라”고 일축했다.

한 대표에 따르면 현재 자율주행 기술은 평준화 상태다. 그는 “현재와 미래차 사이에 있는 장벽을 아무도 뛰어넘지 못해서 선발주자든 후발주자든 벽 앞에 줄줄이 모여 있는 상태”라며 “AI로 다 해결될 줄 알았는데, 인간의 인지 기능을 따라잡기에는 아직 멀었다는 게 드러났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4∼5단계 자율주행차를 금방 양산해 팔겠다는 건 속된 말로 다 ‘뻥’이고, 지금 기술력은 아무리 빨라야 3단계”라며 “차에 아무도 없어도 되는 5단계는 사람의 머리를 완전히 복제해 컴퓨터에 넣는 셈인데, 지금으로선 상상하기 어려운 ‘신의 영역’”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5단계 자율주행은 언제쯤 가능할지 시기조차 점치기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

이에 한 대표는 자율주행 기술도 단계적으로 발전시켜 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우선 자율주행 기술을 △인명과 관련된 분야 △인명과 관련은 적지만 교통법규 영향을 받는 분야 △인명과 관련이 적고 교통법규 영향도 없는 분야 등 3가지로 구분했다. 교통법규 영향조차 없는 분야가 스마트팜과 항만 물류 무인트럭, 로봇 배달 등이다. 이런 분야부터 고도 자율주행을 적용하고, 안정적으로 정착되고 나면 교통법규 영향은 받지만 인명과 관련이 적은 분야로 넘어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2번째 분야에 해당하는 것이 자율주행 청소차, 일정 구역에서만 운행하는 자율주행 택시 또는 버스다. 한 대표는 “버스도 주행 경로가 정해져 있으니까 웨이포인트를 찍어놓고 그대로 따라갈 수 있다”며 “인명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분야는 장기적으로 연구해야 하고, 위험부담도 크기 때문에 지금 거기에 매달릴 때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한 대표는 “함부로 완전 자율주행 기술 상용화로 나갔다가 프로그램에 버그가 있거나, 한 번만 오작동해도 인간의 생명을 잃게 할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운전자 보조 정도로 한다면 몰라도 완전 자율주행 상용화는 ‘뻥튀기’”라고 힘줘 말했다. 그는 특히 “요새 4단계니 5단계니 자율주행 테스트한다고 세계 곳곳에서 사고가 많이 난다”며 “혹시라도 사고가 나면 자율주행 플랫폼을 공급한 회사가 책임지는 게 맞고, 실제로 자꾸 사고로 문제가 되니까 우버는 자율주행 택시 사업을 아예 팔아버리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구글이 2012년에 발표했던 목표가 2017년에 ‘구글 카’를 팔겠다는 것이었는데 이뤄졌느냐”며 “인간의 지능을 프로그램이 대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용인=김성훈 기자 tarant@munhwa.com
e-mail 김성훈 기자 / 편집국 국장석 / 차장 김성훈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 관련기사 ]
▶ 자율주행 자동차 단계는… 3단계, 위급 상황선 개입 요구 ‘조건…
[ 많이 본 기사 ]
▶ “한국서 배우라” 워싱턴포스트, 트럼프의 수사 반발에 일..
▶ 與 김성원, 수해현장에서 “솔직히 비 좀 왔으면...사진 잘..
▶ “각하 지금 300㎜가 왔답니다”… ‘폭우 와중 尹은 음주’ 가..
▶ [속보] 대통령실 “사드3불 관련 인수인계 받은 사안 없다..
▶ ‘서초 맨홀 실종 남매’ 남동생, 1.5㎞ 떨어진 다른 맨홀서 ..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 : m.munhwa.com ]
‘中 걸그룹 데뷔’ 제시카, 독특한 패..
서울 맨홀지뢰 27만 6923개…잠금 해..
다시 떴다 ‘우생순’… 女청소년핸드볼..
김학의 전 차관 ‘무죄 확정’ 성접대 의..
원주서 벌통 살피러 간 부부 실종...강..
topnew_title
topnews_photo 주호영 입단속 한 가운데 실언 나와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이 11일 서울 수해 피해 현장에 복구 지원을 나가서 “솔직히 비 좀 왔으면 좋겠..
mark“한국서 배우라” 워싱턴포스트, 트럼프의 수사 반발에 일침
mark“각하 지금 300㎜가 왔답니다”… ‘폭우 와중 尹은 음주’ 가짜뉴스..
[속보] 대통령실 “사드3불 관련 인수인계 받은 사안 없..
서울 서초구 빌딩 지하주차장서 휩쓸려간 40대, 사흘 만..
尹 대통령, ‘故이예람 중사’ 특검 수사 기간 30일 연장 승..
line
special news ‘中 걸그룹 데뷔’ 제시카, 독특한 패션…고혹미 발..
그룹 소녀시대 출신 제시카가 미모를 뽐냈다.제시카는 11일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렸다. 사진 속 제시카..

line
사망자 낸 집중호우, 내일 오전 잠정 일단락 예상…이후..
법원 “故 손정민 유족에 사고 현장 인근 CCTV 공개해야..
“직장·학교 근처 살고 싶은데”…‘더 나은 환경’ 이동욕구..
photo_news
“새 옷 입고 출근한 우리 아빠…‘강남역 슈퍼맨..
photo_news
[포토뉴스]N타워 옆에 ‘구름타워’…용오름 닮..
line
[현안 인터뷰]
illust
“韓은 ‘민주주의 슈퍼파워 국가’… 印·太 ‘민주적 단결’ 역할을..

illust
“산에서 시집 읽으면 영혼 맑아져요”...하루 평균 1만5000보 걸..
topnew_title
number ‘中 걸그룹 데뷔’ 제시카, 독특한 패션…고혹미 발..
서울 맨홀지뢰 27만 6923개…잠금 해제땐 ‘죽음의..
다시 떴다 ‘우생순’… 女청소년핸드볼, 세계선수..
김학의 전 차관 ‘무죄 확정’ 성접대 의혹 9년만에..
hot_photo
‘르세라핌 탈퇴’ 김가람, ‘학폭’ 해..
hot_photo
“갑니다” 정다래 결혼발표…광저..
hot_photo
‘상금 130억’ 박세리 “코인·주식 ..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사업안내 | 이용안내 | 구독안내 | 독자참여 | 회원서비스 | 고충처리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한형민) | Site Map
제호 : 문화일보 | 주소 : 서울시 중구 새문안로 22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697 | 등록일자 : 2011.7.15 | 회장 : 이병규 | 발행·편집인 : 김병직 | 발행연월일 : 1991.11.1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 ☎ 02) 3701-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