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서울시, 송현동 부지에 ‘이건희 미술관’ 물밑 협의

문체부 문의에 市 “긍정 검토”
경복궁·현대미술관 등 인접
접근성 좋아 기증자 뜻에 적합

서울시와 문화체육관광부가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유가족이 국가에 기증한 문화재·미술품 2만3000여 점을 전시할 미술관을 종로구 송현동 부지에 건립하는 것을 두고 물밑 협의를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른바 ‘이건희 미술관’을 유치하기 위해 각 지방자치단체의 구애 작전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송현동 부지가 선택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1일 서울시·문체부에 따르면 문체부는 미술계가 송현동 부지에 미술관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한 이후 서울시에 건립 의사가 있는지 문의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문체부의 질의에 서울시는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회신해 미술관 유치 가능성을 높였다. 서울시는 미술관이 송현동 부지에 신설될 수 있어 부지 시설물 설계에 반영할 의견 수렴 절차도 속도 조절을 하고 있다. 서울시는 당초 상반기 내에 공청회 등을 열어 의견을 들을 예정이었지만 문체부의 최종 결정까지 기다린다는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문체부로부터 공식 제안이 오면 서울시도 본격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문화공원으로 꾸밀 송현동 부지에 미술관이 들어서면 관광 요충지로서 ‘화룡점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본다. 부지 근처에는 경복궁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있고 서울공예박물관도 개관할 예정이다. 인사동 전통문화거리와 삼청동 갤러리, 북촌 한옥마을까지 연계하면 국내는 물론 해외 관광객까지 끌어들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보다 많은 사람이 기증품을 감상하길 바라는 기증 정신과 접근성을 고려해도 적합하다는 평가다. 송현동 부지는 과거 삼성가가 미술관을 지으려다 그만둔 곳이어서 기증자의 뜻을 기릴 수 있는 상징적 장소라는 해석도 나온다.

서울시는 올해 안에 대한항공으로부터 송현동 부지에 대한 소유권 이전 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5000억 원대인 송현동 부지는 지난 4월 국민권익위원회 조정에 따라 대한항공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매각하고, LH는 이 부지를 서울 시유지와 교환하기로 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미술관 부지로 여러 대안을 검토하면서 해당 부지가 활용 가능한 상태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송현동 부지가 후보지 중 하나고, 그런 차원에서 서울시에 활용 가능 여부 등을 문의한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접촉한 곳이 서울시만은 아니다”라면서 “후보지와 관련된 다른 지자체와도 관련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보면 된다”고 했다. 문체부는 외부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미술관 신축 관련 의견을 듣고 있으며, 이달 중 최종 방침을 발표할 예정이다.

민정혜·오남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