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remium Life >‘한국 감성’까지 담아… ‘100년 명품’의 특별한 초대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구찌 가옥에서만 판매하는 남성 DIY 제품과 테일러 상품을 만나볼 수 있는 고객 전용 공간.구찌 제공

■ 이태원에 ‘구찌가옥’ 오픈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구찌 가옥의 외관. 파사드는 스테인리스 스틸 와이어를 활용해 작품을 선보이는 조각가 박승모 작가와 협업했다. 구찌 제공

1998년 청담동에 ‘국내1호’ 연 뒤 23년 만의 단독매장
구찌코리아 작년 매출 1兆 예상… ‘큰손’ 역할 톡톡
핸드백·의류부터 가구·찻잔·주얼리 라인까지 총망라
韓 전통 색동문양서 영감받은 제품들도 곳곳 전시
카톡 이모티콘도 무료배포… 공격적 마케팅 팔 걷어

올해로 창립 100주년을 맞이한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구찌가 이태원에서 ‘모험’에 나섰다. 구찌는 새로운 플래그십 스토어인 ‘구찌 가옥(GUCCI GAOK)’을 지난달 29일 공개했다. 1998년 청담동에 국내 1호 매장을 연 이래 23년 만의 출점이다. 청담동에 있는 매장은 가옥 오픈과 함께 리뉴얼 공사에 들어간다. 이번에 선보이는 구찌 가옥은 연말까지 국내에서 운영되는 유일한 구찌 단독 매장인 셈이다.

공식 명칭인 구찌 가옥은 한국 전통 주택을 의미하는 ‘가옥(家屋)’에서 착안했다. 특이하게도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주소지가 아니라 특정 매장만의 고유한 이름이 붙는다. 통상 구찌의 플래그십 스토어는 미국 뉴욕 맨해튼의 ‘구찌 뉴욕 5번가점’이나 로스앤젤레스(LA)의 ‘구찌 베벌리힐스점’ ‘구찌 서울 청담점’ 등 대개 매장이 위치한 지역이나 거리에서 이름을 따온다. 반면 구찌 가옥은 글로벌 구찌 본사에서도 ‘GUCCI GAOK’이라는 고유명사 그대로 등록됐다.

이를 두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초유의 사태로 유럽의 명품 시장이 흔들린 가운데 오히려 폭발적 성장세를 이어온 한국 시장의 높아진 위상이 반영된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 지난해 구찌의 글로벌 전체 매출은 74억4060만 유로(약 9조8900억 원)로 전년 대비 21.5% 감소하며 위기를 맞았다. 특히 유럽지역에서만 40%가량 매출이 줄었다. 중국·한국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매출이 17% 늘며 그나마 구찌를 위기에서 건져냈다. 업계에서는 구찌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을 약 1조 원 안팎으로 예상하고 있다. 글로벌 차원에서도 이제 한국은 구찌의 ‘큰손’ 중 하나인 셈이다.

이 같은 추세를 반영하듯 구찌 측도 한남동 매장 공개와 동시에 구찌 가옥만을 위해 준비한 제품을 쏟아냈다. ‘가옥(GAOK)’ 레터링이 프린팅된 핸드백이 1층 천장에서부터 방문객을 맞이한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가옥에서만 만날 수 있는 단독 제품들이다. 이외에도 가옥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한국 전통의 색동 문양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새로운 바이아데라 디자인 제품 등 주요 시장으로 떠오른 한국 시장을 향한 구찌의 관심이 드러난 제품이 곳곳에 전시됐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한국 전통의 색동 문양에서 영감을 받은 구찌의 새로운 바이아데라 디자인 제품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국내 처음으로 전시되는 구찌의 테이블웨어 라인.

1층부터 4층까지 열린 공간으로 구성된 가옥 건물은 여성복과 남성복을 비롯해 핸드백, 가죽 벨트 등은 물론 테이블웨어와 가구까지 구찌의 전 상품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청담 매장에서도 판매하지 않았던 귀걸이와 목걸이 등 1억 원을 웃도는 초고가 하이엔드 주얼리 라인도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선보인다. ‘허베리움’ 디자인 찻잔과 접시 등 구찌 식기도 국내 최초로 가옥에서 전시된다. 가옥 내 곳곳에 비치된 소파·테이블 등 모든 인테리어 소품은 실제 ‘구찌 데코’의 제품으로 매장에서 구매할 수 있다. 구매할 수 있다. 구찌 가옥은 구찌 글로벌 본사 차원에서도 주목할 만한 새로운 시도의 연장 선상에 놓여 있다.

현재 럭셔리 브랜드 시장에서 구찌가 차지하고 있는 입지부터가 이를 드러낸다. 그동안 명품 브랜드들은 절제된 디자인으로 패션계를 주도해왔다. 브랜드 로고는 최대한 드러내지 않는 것이 불문율에 가까웠으며 화려한 컬러나 과장된 프린트는 ‘천박한 싸구려’ 취급을 받으며 금기시됐다. 하지만 알레산드로 미켈레는 이를 역행하는 길을 택했다. 2015년 무명에 가까웠던 그는 일약 구찌의 총괄 디자이너로 발탁된다. 미켈레는 브랜드 로고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화려함을 전혀 감추지 않았다. 다소 부담스럽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과감한 패턴과 자유분방한 디자인을 통해 그만이 가진 독특한 아이덴티티로 엄숙한 미니멀리즘(minimalism)이 공식으로 자리 잡았던 패션계에 ‘맥시멀리즘(maximalism) 패션’이라는 새로운 돌풍을 불러일으키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구찌 가옥 개장 기념 카카오톡 이모티콘.

달라진 구찌에 젊은 세대들이 가장 먼저 몰려들었다. 이른바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가 구찌의 화려하고 색다른 제품에 열광했다. 미켈레의 과감한 컬렉션과 ‘남의 눈치 보지 않는’ MZ세대의 소비 취향이 맞아떨어지면서 구찌의 매출은 2017년 40% 이상 급등했다. 패션 전문 리서치 기관 리스트(Lyst)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구찌는 나이키와 디올을 제치고 올해 1분기 기준 전 세계 검색량 1위를 차지했다. 명품업계에서는 “구찌가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는 평가도 나왔다. 고리타분한 ‘할머니 브랜드’에서 벗어나 젊은 세대의 브랜드로 일단 이미지를 쇄신하는 것까지는 성공했다는 분석이다. 구찌는 MZ세대 공략을 위해 ‘구찌 가옥’ 오픈을 기념으로 일러스트 브랜드 ‘무직타이거’와 협업해 제작한 카카오톡 이모티콘까지 무료로 배포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구찌 역시 미켈레와 함께 지난 5년 동안 쌓아 올린 젊은 이미지를 적극 활용하려는 모양새다. 구찌가 강북 지역에서 플래그십 매장을 여는 최초의 타이틀을 거머쥐며 한남동에 가장 먼저 입성한 까닭이기도 하다. 에르메스·샤넬 등 전통적 명품 브랜드 건물이 한 치의 빈틈도 없이 거대하게 세워진 거리가 청담동이라면 한남동은 보다 젊은 감각의 명품 브랜드 매장이 각자의 개성을 유지하며 자리 잡은 곳이다. 한남더힐, 나인원한남 등 초고가 주택가가 밀집해 있어 명품 수요가 높으면서도 다양한 문화 인프라가 갖춰져 있다.

구찌코리아 측은 “한국 문화의 다양성을 상징하는 이태원의 문화적 전통과 자유로움에 대한 존경과 자기표현·개성을 중시하는 미켈레의 정신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희권 기자 leehek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