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생망’ 2030, ‘메타버스’ 부동산에 빠져든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가상 시장서 강남아파트 등 매입
전문가 “플랫폼 망하면 돈 잃어”

“4만 원으로 강남 아파트 사서 등기까지 마쳤다.”

부동산 가격 폭등에 월급으로는 도저히 서울 아파트 한 채를 사기 어렵게 된 2030세대가 ‘가상 부동산’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메타버스’에서라도 강남 아파트를 매매해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 좌절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것이다.

직장인 이모(32) 씨는 지난달 말 가상 부동산 투자 플랫폼인 ‘어스2’에서 서울 강서구 마곡나루역 ‘대장 아파트’로 불리는 엠밸리 7단지를 매수했다. 이 씨는 “현재 건축 중인 마곡 LG아트센터 부지도 일부 샀다”며 “살고 싶은 아파트를 가상으로라도 사서 인생 목표로 삼을 예정이고 부적처럼 가끔 들여다볼 것”이라고 밝혔다. 이 씨가 투자한 금액은 총 30만 원으로, 그의 가상 부동산 자산 가치는 보름 만에 10% 정도 상승했다. 또 다른 블로거는 “4만 원으로 강남에 등기를 쳤다”며 “80억 원에 거래되는 압구정 현대아파트를 가상으로라도 살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비트코인은 자녀에게 못 물려줘도 어스2 강남 부동산은 물려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허구와 실재가 혼재한 확장 가상세계인 메타버스는 최근 글로벌 열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메타버스에서는 아바타를 통해 백화점에서 명품도 사고, 공연도 관람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의 불안을 달래준다고는 해도 가상세계의 활동인 만큼 투자 위험이 따른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이광석 서울과학기술대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는 “사람들이 물질적으로 현실에서 채워지지 않는 욕망을 가상공간에서 해소하려는 측면이 있다”며 “플랫폼이 망하면 투자금도 신기루처럼 사라져 보상 문제가 생길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경고했다.

정유정 기자 utoor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