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eadership 클래스 >AI·ESG 인재 육성…포스트 코로나 교육 시스템 연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 위기를 기회로… 사립대 총장 7人의 리더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대학 교육은 큰 도전에 직면했다. 대학의 수업이 비대면으로 전환되면서 낮은 수업 질에 대한 불만과 고등교육의 공백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누적된 대학 재정 위기와 학령인구 위기 상황은 팬데믹과 맞물려 구조적인 한계를 드러냈다. 대학 총장들의 혁신적 리더십이 필요한 상황이다. 주요 대학 총장들은 코로나19 위기를 대학 혁신의 기회로 삼고 있다. 대학의 방역 수장으로 학교 방역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심리 방역에 최선을 다하는 것은 물론이고 온·오프라인 결합에 따른 배움의 기회를 최대한 이끌어 내고 있다. 아울러 미래 산업과 관련 학문에 대한 과감한 투자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이끌 고등교육으로의 체질개선에도 분주하다. 미래형 고등교육으로의 전환을 모색하고 있는 7명의 사립대 총장을 살펴봤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서승환 연세대 총장 = 연세대는 팬데믹 상황에서 대학의 ‘디지털 전환’을 강하게 추진 중이다. 지난해 인공지능(AI)대학원을 개원해 탄탄한 소프트웨어 기반과 AI 핵심 능력을 갖춘 심화·융합·창업형 AI 인재 양성에 나섰고, 올해 초부턴 비대면 수업에서 질 높은 강의를 보장할 수 있도록 연세대 자체 온라인 교수학습 혁신 플랫폼인 ‘런어스(LearnUs)’ 등을 공개했다. 감염병 위기 국면에서 대학이 발 빠르게 미래형 시스템으로 전환할 수 있었던 데엔 서승환 연세대 총장의 ‘조용한 추진력’이 뒷받침됐다. 연세대 언더우드 국제대학장을 맡은 성태윤 경제학부 교수는 “서 총장이 연세대의 디지털 전환에 관심이 많고, 애를 많이 쓰셨다”면서 “어떤 일을 한다고 떠들지 않으면서 조용하게 필요한 일을 추진하는 리더십을 발휘하신다”고 설명했다. 경제학자인 서 총장은 원칙에 근거한 합리적인 의사결정과 뛰어난 소통능력으로도 이름나 있다. 교수 시절 서 총장의 경제학 수업은 매우 논리 정연하다고 경제학 비전공자들에게까지 알려져 수강 신청 1순위 대상으로 소문이 자자했다고 한다.


◇정진택 고려대 총장 = 정진택 고려대 총장은 첫 공대 출신 총장이다. 공학과 기술에 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성과를 이끌어 내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구성원 참여형 ‘스마트 캠퍼스’를 구축했고, 제4차 산업혁명 대비 융합교육을 위해 데이터과학원과 7개의 융복합 신설학과를 설립했다. 정 총장은 취임 후 ‘휴먼 KU’를 핵심으로 내걸었다. 공학과 기술을 강조하면서도 과학기술이 세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전부가 아닌 인간관계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담겨 있다. 과거와 같은 독선적이거나 자기중심이 아닌 ‘인화(人和·여러 사람이 화합함)’의 리더십을 발휘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주목받는 지속가능한 발전과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에 관심을 두고 학교에 위원회를 설치했다. 이한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온화하고 사람 사이의 네트워크를 강조하고 통찰력이 좋으시다”며 “대학들이 코로나 이후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 지 일 년 전부터 위원회와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서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동렬 성균관대 총장 = 신동렬 성균관대 총장은 ‘전문가주의’라는 원칙에 따라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해 나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발발 이후 현재까지 신 총장은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학교에 소속된 학생·교직원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확진자 및 자가격리자 추세를 정기적으로 보고받는다. 신 총장은 비상대책위 외에도 성균관대 의과대학 소속이자 삼성서울병원에 재직 중인 감염병 전문의 및 사회방역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대학생활 방역위원회’도 가동하고 있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를 비롯해 다양한 감염병을 경험했던 전문가들의 조언을 듣고 방역 대책을 수립하고 체계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취지다.

신 총장은 학생들을 상대로 한 ‘소통’과 ‘심리적 방역’도 강조하고 있다. 신 총장은 입학식과는 별개로 올해 3월 ‘신입생과의 대화’를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지난해 코로나19 초기 ‘마스크 대란’이 일어났을 때는 1500명 가량의 외국인 학생들에게 마스크와 손 소독제를 보내기도 했다.


◇심종혁 서강대 총장 = 심종혁 서강대 총장은 수학, 물리, 신학, 철학을 공부한 신부님이다. 통합적 사고력과 뛰어난 현실감각을 바탕으로 소탈하고 격식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심 총장의 탁월한 소통 능력은 코로나19 위기 국면에서 빛을 발했다. 서강대는 매주 금요일 심 총장 주재로 코로나19 대책위원회 회의를 진행하는데 회의를 통해 심 총장은 코로나19와 관련된 학내 업무나 학생활동, 수업 등 각종 이슈를 세부적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때문에 확진자 발생 등 긴급 상황이 벌어지면 총장의 진두지휘 하에 수업 방식이나 방역 지침 등에 관한 빠른 의사결정을 해왔다.

비대면 수업 환경에서 학생들의 교육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원격지원센터’를 신설했고, 현재 ‘비대면 수업 표준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심 총장은 코로나19 이전에도 교내 각 구성원 그룹과 간담회를 하고 다양한 목소리에 귀 기울여 서강의 선도적 변화에 적극적으로 앞장서 왔다. 정옥현 서강대 전자공학과 교수는 “자신감과 에너지가 넘쳐 대화를 나눈 상대를 삼투압처럼 빨아들이는 매력이 대단하신 분”이라고 말했다.


◇김우승 한양대 총장 = 김우승 한양대 총장은 코로나19로 대학교육의 변화가 가속될 것이란 판단 아래 선제적인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새롭고 지속 가능한 가치를 창출하는 대학으로 거듭나겠다는 구상이다. 이에 한양대는 세계 최초로 5G 통신기술과 텔레프레즌스(Telepresence) 기술을 융합한 ‘HY-LIVE’ 시스템을 대학교육에 도입, 실시간으로 멀리 떨어진 강의실에서도 양방향 수업이 가능하게 만들었다. 해당 기술은 이미 2019년부터 조금씩 활용됐는데, 한양대는 코로나19 팬데믹을 맞아 해당 시스템을 더 활발히 운영, 학생 수요가 많은 강좌를 잘 운영할 수 있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온·오프라인 병행 수업이 가능한 첨단 강의실 ‘라이브플러스(LIVE+)’를 모든 단과대학에 설치, 학생들의 수요와 정부 지침에 따라 대면 수업과 비대면 수업을 동시에 원활히 진행한 것도 빠질 수 없다. 지난 4월 총학생회가 SNS를 통해 재학생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비대면 수업 만족도 조사’에서 65%에 달하는 학생들이 만족감을 표하기도 했다.


◇박상규 중앙대 총장 = 박상규 중앙대 총장은 AI를 기반으로 한 학과와 대학원을 신규 수주해 미래형 인재 양성에 힘쓰고 있다. 팬데믹 시대에 비대면 기술과 AI를 기반으로 한 네트워크 환경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관련 연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중앙대는 불가피하게 대면 수업이 필요한 일부 실험·실습, 실기 수업을 제외한 나머지 수업은 전부 비대면으로 운영 중인데 ‘구성원들의 안전과 건강’이 최우선이라는 총장의 생각이 반영돼 있다고 한다. 단 학생들에게 ‘예측 가능성’을 부여하는 데 중점을 두고 학사 운영 방침을 미리 공지하고, 학생들이 강의에 만족할 수 있도록 비대면 수업의 질 관리에 힘쓰고 있다.

학교는 비대면 환경으로 운영되지만, 박 총장은 온라인으로 학생들과 소통하며 학생들의 심리 방역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20, 21학번은 학교에 입학하자마자 비대면 수업이 진행돼 캠퍼스 생활을 못하고 있는 상황인데, 이들을 대상으로 ‘웰컴 기프트’를 제공하고 격려 메시지를 보낸 바 있다. 중앙대는 총장 서신과 안내사항 등을 항시 홈페이지를 통해 게재하며 학생들과 폭넓게 소통하고 있다.


◇김인철 한국외대 총장 = 한국외대는 국내 및 외국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육하는 학교 특성상 다른 대학보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타격을 훨씬 많이 받았다. 국내외로의 입·출국 제한으로 인한 유학생 감소와 통번역 사업 등 각종 외국어 사업 추진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김인철 총장은 이 같은 상황에서도 학생들의 ‘배움’을 최우선으로 보장하기 위해 노력했다. 김 총장은 정부 방역 지침 변경에 따라 대면과 비대면 수업을 교대로 하면서도 강의 내용을 실시간 송출하도록 해 등교하지 못하는 한국인, 외국인 학생들이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했다. ‘스위치(switch) 1 온(on)’ 정책도 실시했다. 학생들의 대면 접촉을 최소화하면서도 학생들의 학번 끝자리를 짝수와 홀수로 구분해 격주로 등교하도록 한 것이다.

김 총장은 학생들과의 ‘소통’의 끈도 놓지 않고 있다. 인터넷 화상회의를 통해 각종 국제회의나 세미나를 꾸준히 개최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입학식을 치를 수 없게 됐지만, 재계·언론계 등 동문 선배들의 축하 메시지 및 김 총장과 신입생 대표의 만남을 담은 신입생 입학 축하 영상을 제작해 학생들의 자긍심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정경·최지영·김보름·전세원·정유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