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문10답>내달 ‘트래블 버블’ 기대… 달라지는 해외여행

‘트래블 버블’로 외국인 한국 관광시 백신 접종자 단체만 허용
韓, 괌·사이판·푸껫부터 시작… 국가 따라 ‘여행 조건’ 제각각

無격리 해외여행 지금도 가능
귀국시 자가격리 2주 걸림돌
‘버블’시행해도 미취학兒 격리
백신·면역 여권 등 도입 추진

협의 통해 접종인정 백신 결정
괌에선 화이자·모더나·얀센만
개별 여행땐 앱으로 동선 체크
여행 비용 두배 이상 비싸질듯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정부가 7월부터 방역관리에 대한 상호 신뢰가 확보된 국가를 상대로 자가격리 없이 상호 해외관광을 재개하는, 이른바 ‘여행안전권역(트래블 버블)’ 을 도입하겠다고 밝히자 ‘이제 해외여행을 갈 수 있게 되는 거냐’는 기대가 쏟아졌다. 그런데 사실 백신을 접종받았다면 트래블 버블 시행 이전인 지금도, 자가격리 없는 해외여행을 다녀올 수 있다. 그동안에도 사실상 해외여행이 가능했음에도 정부가 트래블 버블 시행에 적극 나서고 있는 건 상대국 방문이 잦은, 아직 빗장을 열지 않은 인접 국가와의 여행교류를 가속화하기 위한 것이다. 이를 통해 해외이동 제한 장기화에 따른 국민 불편을 해소하고, 항공·여행업계의 어려움을 덜어준다는 데 의미가 있다. 트래블 버블 시행으로 내달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이는 해외여행은, 그러나 코로나 이전의 여행과는 상당 부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해외여행은 어떻게 달라질까. 해외여행 재개를 위한 각국의 다양한 시도를 참조해 분석해봤다.

1. 코로나 시대, 해외여행 가능한가

갈 수 있는 나라가 제한적이긴 하지만, 격리 없는 해외여행은 지금도 가능하다. 정부가 트래블 버블 시행을 발표하자 ‘이제야 해외여행을 갈 수 있게 됐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시행 전에도 우리나라 국민이면 자가격리 없이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는 나라가 적지 않다. 이를테면 미국 하와이와 괌을 비롯해 그리스, 스위스, 독일, 스페인, 포르투갈, 오스트리아, 러시아, 조지아, 두바이, 몰디브, 네덜란드, 루마니아, 핀란드, 터키 등이 그런 나라다. 귀국할 때 자가격리를 해야 하는 것이 걸림돌이었는데, 지난 5월 5일부터 우리나라도 국내에서 백신 접종을 한 경우, 입국 시 자가격리를 면제해주고 있다. 격리 없는 해외여행이 가능한 국가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 음성확인서는 필수이고, 완치증명서 혹은 백신 접종 증명서를 요구하는 곳도 있다.

2. 해외여행 방법은

백신 접종이 본격화하기 전까지만 해도 트래블 버블은 국가 간 해외여행을 재개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었다. 집단 면역이 요원해 보이는 상황에서는 방역 상황이 양호한 나라들끼리 조심스럽게 여행을 시작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세계적으로 백신 접종이 속도를 내면서 양국 간 협의인 트래블 버블 차원을 넘어 전면적 국경 개방을 위한 예방접종 증명서 발급 제도를 운영하는 한편 백신 여권, 더 나아가 면역 여권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면역 여권은 백신 접종 여부를 넘어 개인이 일정 수준의 면역력을 보유하고 있는지를 검사해 입출국 시 제출하게 하는 제도다.

3. 트래블 버블 여행, 어떻게 하게 되나

정부는 트래블 버블을 시행하게 되면 △여행자는 백신 접종자만을 대상으로 하고 △여행사를 통한 단체관광만 허용하며 △여행사는 여행자들과 동행할 방역전담관리사를 두게 한다는 등의 조건을 달았다.

이런 조건은 ‘트래블 버블 협약 상대국 여행자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에 대한 우리 정부의 기준이다. 만일 우리가 싱가포르와 트래블 버블을 시행한다면 입국하는 싱가포르 관광객에게 적용하는 조건이란 얘기다. 우리가 상대국가에서 여행할 때의 조건은 우리 정부와 협의를 거쳐 상대국에서 결정한다. 더 엄격하게 통제할 수도 있고, 반대로 더 완화할 수도 있다. 단체여행만 허락하는 우리와는 달리, 상대국에서는 자유여행을 허락할 수도 있다.

4. 트래블 버블, 왜 단체여행부터?

트래블 버블을 단체여행에만 국한하는 나라도 있고, 개별 여행까지 허용하는 나라도 있다. 연기를 거듭해 시행하지는 못했지만, 홍콩과 싱가포르가 합의한 트래블 버블은 개별 여행까지 모두 허용하는 것이었다. 개별 여행이지만 입국자에게 전용 앱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해서 동선을 확인한다. 대만과 팔라우가 시행한 트래블 버블은 단체여행만 가능했다. 단체여행객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이유는 여행사의 책임 아래 여행객의 백신 접종 증명서의 진위, 입국부터 출국까지 이동과 숙박 등 동선에 대한 관리를 맡길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여행사의 영업활동을 지원하는 부수적 효과도 있다.

5. 어느 나라로 갈 수 있나

트래블 버블 여행은 싱가포르, 대만, 괌, 사이판, 태국 등부터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트래블 버블 제안에 가장 먼저 적극적으로 답을 보내온 나라’라고 밝힌 나라들이다. 이 중 대만은 뒤늦은 코로나19 확산으로 당장은 트래블 버블을 시행하기 어려워 보인다. 태국의 경우, 대표적인 남부 관광지 푸껫지역 주민들의 백신 접종률을 끌어올려 집단면역을 이뤄낸 뒤, 푸껫 지역에 한해 내달부터 외국인 관광객을 받아들이는 실험을 한다. 이른바 ‘푸껫 샌드박스’다. 이 경우 관광객은 푸껫지역에 한 해 자가격리 없이 들어갈 수 있게 된다. 푸껫만 여행하고 돌아갈 수도 있고, 보름간 머문 뒤 코로나19 검사를 해서 감염되지 않았음이 확인되면 태국 내 다른 지역으로도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다.

6. 백신 접종 필수조건인가

트래블 버블 여행 적용 대상은 국적이 아니라 거주 장소로 구분한다. 해당 국가의 국민이 대상이 아니라 ‘해당 국가에 15일 이상 체류한’ 모든 국적자가 트래블 버블 국가로 여행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를테면 한국과 싱가포르가 트래블 버블에 합의한다면 한국에 15일 이상 체류 중인 미국인이나 중국인도 싱가포르에 자가격리 없이 입국해 여행할 수 있게 된다.

트래블 버블 여행이 백신 접종자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예방접종 대상이 아니어서 백신을 맞지 못하는 미취학 아동은 자가격리가 면제되지 않는다. 접종을 인정하는 백신의 종류는 양국의 협의를 통해 결정한다. 보통 자국의 승인기준으로 허용 백신을 정하게 되는데, 우리는 세계보건기구(WHO)가 긴급사용승인을 한 백신만 인정해주기로 입장을 정했다. 미국령인 괌이나 사이판은 화이자, 모더나, 얀센 백신을 맞은 경우에만 인정해주고 있다. WHO의 사용승인 목록에는 중국이 개발한 시노팜과 시노백, 인도가 개발한 코비실드도 있다.

7. 다른 나라의 경우는

우리 정부가 상대국과 트래블 버블에 합의한다 해도 양국 모두 코로나19 재확산 등 돌발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방역상황에 따라 언제든 연기되거나 중단될 수 있다. 실제로 홍콩과 싱가포르는 지난해 11월부터 트래블 버블을 시행할 예정이었으나, 홍콩에서의 코로나 확산으로 연기됐고 이어 지난 5월 재개하려 했으나 이번에는 싱가포르의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또다시 시행이 무기 연기되고 있다. 우리나라와도 트래블 버블 도입을 협의했던 싱가포르는 13일까지 식당 내 식사를 전면 금지하고, 2인 이상 집합을 금지하는 등 강력한 조치를 시행 중이다. 지난 4월 시작된 호주와 뉴질랜드, 그리고 대만과 팔라우의 트래블 버블도 코로나19 확산으로 모두 전면 중단된 상황이다.

8. 여행비용 얼마나 들까

대만의 코로나19 확산으로 중단됐지만 지난 4월 1일부터 5월 15일까지 대만-팔라우 사이에 시행한 트래블 버블 여행상품 가격은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았다. 좌석을 상당 부분 비워놓고 운항해야 하는 항공요금부터 부담이 늘었다. 대만 여행사에서 판매한 팔라우 단체여행 4박 5일 상품은 8만 대만달러(약 320만 원), 3박 4일 상품은 7만 대만달러(280만 원)였다. 4월 1일 출발한 1차 여행상품은 110명이 떠났으나, 이후에는 높은 가격 탓에 예약자가 급감해 2차와 3차는 각각 10명, 12명만 다녀오는 등 상품 모객 실적이 극히 저조해짐에 따라 8만 대만달러 상품은 5만 대만달러로, 7만 대만달러 상품은 4만 대만달러로 대폭 낮췄다.

9. 해외여행 얼마나 비싸질까

우울한 얘기지만, 해외여행이 다시 본격화되면 과거보다 여행비용이 비싸지는 건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폭발적인 여행 수요에 비해 항공 좌석이나 호텔 등이 모자랄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를 건너오는 동안 혹독한 시련을 맞은 항공사들은 회사 문을 닫거나 비행기를 팔아넘겼고 호텔도 줄줄이 문을 닫았다. 항공이나 숙박 등 관광 분야에 대한 투자가 늘고 경쟁이 치열해져야 가격이 내려가는 법인데, 코로나19의 경험이 관광 분야 투자를 주저하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10. 언제쯤 과거처럼 여행할 수 있을까

제한 없는 자유로운 해외여행의 전제 조건이라 할 수 있는 ‘코로나19의 전 세계 집단면역’이 언제쯤 이뤄질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집단면역이 이뤄지고 난 뒤에도, 과거처럼 자유롭게 해외여행을 다닐 수 있게 되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게 여행업계 관계자들의 예측이다. 코로나19로 여행업의 생태계가 완전히 무너져 이를 구축하는 데 상당 기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경일 전임기자 park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