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약품 싸게 사려다가, 건강 망친다

해외직구, 중고거래로 무분별 거래…각종 부작용 속출

“불법 유통 전문의약품 위험합니다.”

온라인을 통해 해외 직구나 중고 거래로 전문의약품이 무분별하게 거래되면서 각종 부작용 위험도 커지고 있다. 주로 피부과 전문의약품의 불법유통이 많아지면서, 대한피부과의사회가 위험성을 지적하고 나섰다. 15일 이상준 대한피부과의사회 회장(아름다운나라피부과의원)은 “전문의약품은 반드시 의료진의 처방이 필요함에도, 확인되지 않은 온라인 직구 사이트를 통해 불법 거래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피부과 영역에서도 이러한 불법 유통 사례가 많은 것으로 확인되는데, 최근엔 판매 행위가 중고 거래 플랫폼과 SNS 등으로 확대되면서 의료계의 우려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증가하는 불법 거래=전문의약품의 온라인 불법 거래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전문의약품의 온라인 판매 광고 적발은 2016년 2만4928건에서 2019년 3만7343건으로 4년 새 50% 가까이 증가했다. 최근 5년 간(2015년~2020년 8월) 총 15만5435건의 광고가 적발된 가운데 이 중 7%(1만255건)는 피부질환 치료제가 차지했다.

가장 대표적인 거래 품목에는 탈모치료제가 있다. 탈모는 원인과 증상에 따라 여러 종류로 구분되는데 국내에서 가장 흔한 유형은 남성형 탈모다. 남성형 탈모 치료에는 호르몬을 억제하는 피나스테리드 등의 5알파 환원효소 억제제 약물치료가 주로 사용된다. 피나스테리드의 오리지널 제제는 ‘프로페시아’다. 현재 직구 문제가 되는 제품은 국내 허가를 받지 않은 제네릭 제제인 ‘핀페시아’로 알려져 있다. 국내 허가된 제품들과 비교해 가격이 저렴하다는 점 때문에 불법임을 알고도 이를 찾는 탈모 환자가 많은 상황이다.

◆부작용 등 속출=문제는 핀페시아가 국내에 허가된 의약품이 아니기 때문에 효능을 담보할 수 없고, 부작용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실제 탈모 환자들이 활동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핀페시아 복용 후 부작용을 호소하는 게시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주로 언급되는 부작용은 발기부전, 사정장애, 무기력증, 여성형 유방증이 있다. 또 오리지널 제제를 복용하다 핀페시아로 바꾼 후 탈모 증상이 오히려 더 악화됐다는 내용도 다수 확인된다. 조항래 대한피부과의사회 총무이사(오킴스피부과 원장)는 “탈모는 유형에 따라 치료법이 전혀 다르므로 반드시 전문의의 올바른 진단이 선행돼야 한다”며 “또한 핀페시아와 같은 무허가 제네릭 제제는 오리지널 제제와 효능, 안전성이 동일하다는 검증이 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유통 과정도 불분명해 불순물이 섞여 있을 위험이 높고 부작용 우려가 크다”고 전했다.

탈모치료제뿐만이 아니다. 여드름 치료에 사용되는 이소트레티노인 제네릭 제제인 ‘아큐파인’ 역시 불법 거래되고 있어 문제다. 해당 제제는 태아 기형 등 부작용 우려 때문에 처방시 반드시 전문의의 진단과 처방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SNS에서 검색만 하면 구매대행 업체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이외에도 포진치료에 사용하는 아시클로버 제제 또한 해외 불법사이트 및 구매대행사이트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상준 회장은 “특히 피부 질환은 중증 질환 대비 가볍게 여겨지는 경우가 많아 치료제의 불법유통도 더 쉽게 이뤄지는 것 같지만, 약물의 부작용은 피부뿐 아니라 전신에 걸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감시 및 처벌에는 한계=이러한 전문의약품 거래는 현행법상 불법이지만 차단이나 처벌이 어려운 상황이다. 해외직구의 경우 해외 IP로 등록된 사이트가 많아 추적 자체가 어렵다. 또 약사법상은 불법이지만 관세법상 소액·소량 의약품을 자가사용 목적으로 수입하는 경우 수입 신고 및 관세를 면제해주는 제도가 있다. 중고 거래 플랫폼이나 SNS 등을 통한 거래는 개인과 개인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모든 거래를 일일이 감시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 대한피부과의사회는 현실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상준 회장은 “전문의약품 오남용은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정부 차원에서의 대응이 시급해 보인다”며 “현재 약사법상에서는 판매자만 처벌이 되는데 앞으로는 구매자에 대한 처벌도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작년 국회에서도 쌍방 처벌에 대한 법안이 발의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외에도 대국민 신고제 등을 활용해 법망을 피해가는 사례가 없도록 보다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우리 동네에 전문의 피부과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싶다면 대한피부과의사회 홈페이지 내 ‘우리동네 피부과’ 검색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용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