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유불리 따라 원칙없이 흔들리는 부동산·주식 세제

종부세 완화 결정 못하고 갈지자
주식 양도세 기준도 黨政 엇박자

정부·여당이 부동산·주식 관련 세제 개편을 두고 오락가락 행보를 보여 시장 혼선을 부채질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과세원칙이 여당의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극심하게 흔들리는 모습이어서 정부·여당이 시장의 불안을 가중시킨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17일 정부·여당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18일 정책 의원총회를 열어 종합부동산세 조정안에 대한 당론 채택에 나선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지난 4·7 재·보궐선거 패배의 원인이 부동산 정책에 있다는 판단 아래, 부동산 정책의 주도권을 여당이 쥐고 이를 개선할 뜻을 강하게 피력한 바 있다. 민주당은 부동산특별위원회까지 만들어 재산세·종부세 개편을 추진했지만 부과 대상을 공시가격 ‘상위 2%’로 한정하는 종부세 완화 방안은 당 내부 반대에 부딪힌 상황이다. 반대파들은 종부세 완화에 대해 ‘부자 감세’라는 이유와 함께 정책 일관성을 훼손한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정부도 여당의 이 같은 세제 손질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법상 과세기준일인 ‘6월 1일’ 이후 법안이 처리돼 소급적용되는 것도 원칙에 맞지 않는 데다, 지금 종부세를 수정할 경우 지금까지 정부 규제에 따랐던 ‘착한’ 국민이 정부의 말을 믿었다가 손해를 보는 상황에 처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당은 이 같은 결정마저도 제때 내리지 못하고 있다. 특위가 제시한 종부세 부과 대상 상향 역시 지난달 27일 열린 의총에서 한 차례 부결된 바 있다. 새 지도부가 당 분위기를 주도하지 못해 반대파들에게 휘둘리다 보니 여당이 주도하는 정책 자체도 안정성이 떨어지는 모습이다.

정부·여당은 주식 양도세 부과 문제도 갈지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엔 주식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대주주 기준을 현행 10억 원에서 3억 원으로 낮추려고 했다가 여당의 입김에 못 이겨 접어야 했다. ‘동학 개미’로 일컬어지는 개인투자자들의 반발에 여론을 의식한 민주당이 정책 시행을 유보할 것을 사실상 압박한 탓이다. 당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사의를 표명하는 등 한 차례 진통을 겪었다.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의 경우에도 당정 간 입장 차이로 혼선이 재연될 조짐이다. 정부는 가상자산이 화폐는 아니지만 과세는 예정대로 내년부터 시행할 방침이다.

반면 ‘2030세대’가 다수인 가상자산 투자자들의 표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정치권에선 시행을 유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가상자산 과세 방안도 결국 연기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박정민·이정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