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X노선따라 신고가 속출… 설익은 부동산정책 ‘풍선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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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불안에 수도권도 들썩
의왕 21·시흥 19·안산 17%↑
동탄은 역대최고 청약 경쟁률
“GTX인근지역 비이성적 상승”

“인덕원역, 왕십리역 인근 주민들이 부럽네요. 집값이 또 억 단위로 오르겠죠?”

현대건설이 17일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 노선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정차역 신설 가능성이 커지자 부동산 관련 커뮤니티에선 인근 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얼마나 더 오를 것인지를 놓고 게시판이 도배됐다. “주말 사이에 호가만 1억 원 이상 오를 것” “더 오를 테니 매물 거둡니다” 등 여러 글이 올라왔다. 업계 관계자는 “GTX의 취지인 수도권 교통난 해소는 사라지고 집값 상승만을 의식한 부동산 이슈가 덮어 버렸으니 본말이 전도된 꼴”이라고 했다.

GTX가 가뜩이나 불안한 수도권 집값과 부동산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GTX 노선이 지나거나 지날 가능성이 있는 곳은 신고가가 속출하고 청약 경쟁률은 수백 대 1까지 치솟고 있다.

1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달 말 GTX-D 노선의 서울 강남 및 경기 하남지역 연장 여부가 담길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도 발표를 앞두고 있어 충격은 지속될 전망이다. 인천 검단·경기 김포지역 주민, 지역구 의원들까지 가세해 ‘강남 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결과에 따라 인천 검단·경기 김포지역 부동산이 또 출렁거릴 수 있다. 노선 연장이 곧 부동산 가격 상승의 신호탄으로 간주되는 형국이다. 전문가들은 불확실성을 신속히 해소하고 과도한 상승을 막을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동향을 보면 올해 들어 6월 둘째 주까지 전국 아파트 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곳은 GTX-A·B·C·D 노선 이슈가 있는 지역으로, 줄줄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경기 의왕시가 21% 올랐고 시흥시(19.04%), 안산시(17.92%), 안양 동안(15.72%), 인천 연수구(16.53%) 등이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신고가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GTX-A 노선이 예정된 경기 파주시 운정역 인근 운정신도시 ‘롯데캐슬 파크타운 1차’ 전용 74㎡는 2년 전 4억3000만 원이었으나 지난달 6억4000만 원에 최고가로 거래됐다. GTX-B 노선이 예정된 별내역 인근 남양주시 별내지구 ‘쌍용예가’ 전용 122㎡는 지난달 10억4500만 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이번 발표로 GTX-C 노선 정차역 신설 가능성이 희박해진 경기 의왕시의 아파트 가격은 발표 전 30평형 아파트 호가가 20억 원까지 치솟으며, 강남 4구로 불리는 서울 강동구 가격을 웃돌기도 했다.

역대 최고 청약 경쟁률도 GTX 노선 혜택을 받은 아파트에서 나왔다. GTX-A 노선이 예정된 경기 수원시 동탄역 인근인 화성시 동탄2신도시 내 ‘동탄역 디에트르 퍼스티지’의 청약 경쟁률은 평균 809.1 대 1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 기록을 다시 썼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비이성적인 가격 상승을 막기 위해서는 GTX 노선 정차역 인근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는 등의 대책을 조속히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혜진·박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