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피해 女부사관 사망 보고서, 공군 군사경찰단장이 삭제 지시”

군인권센터 기자회견서 주장

군인권센터는 21일 성추행 피해를 호소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이모 중사 사건 은폐를 공군본부 군사경찰단장이 직접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이날 서울 마포구 노고산동 교육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군본부 군사경찰단 실무자가 지난달 23일 국방부 조사본부에 올릴 사건 보고서에 성추행 피해자가 사망했다고 기재했지만 공군본부 군사경찰단장이 삭제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임 소장은 “군사경찰단장이 실무자에게 사망자가 성추행 피해자라는 사실을 보고서에서 삭제하라고 네 차례 지시했다고 한다”며 “공군 군사경찰을 이끄는 병과장이 국방부에 허위로 보고할 것을 직접 지시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수사 지휘라인이 작심하고 사건을 은폐한 것으로 사안이 매우 심각하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그럼에도 국방부는 이들에 대한 감사를 수사로 전환하지 않고 애꿎은 수사 실무자들만 직무유기 혐의로 내사 중”이라고 지적했다.

임 소장은 “군사경찰단장이 어떤 이유로 국방부에 허위보고한 것인지, 허위보고 과정에 누가 연루된 것인지 낱낱이 밝혀야 한다”며 “군사경찰단장을 즉시 입건해 구속하고 공군본부 수사 지휘라인을 전면 수사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부승찬 국방부 대변인은 “국방부 조사본부에서 모든 것을 수사 범위에 놓고 공군 군사경찰단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수사 중”이라며 “수사와 조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 답변이 제한된다”고 설명했다.

군과 유족 등에 따르면 20전투비행단에서 근무하던 이 중사는 지난 3월 회식에 참석했다가 숙소로 돌아오던 중 차량 안에서 선임 장모 중사에게 성추행을 당했다. 이 중사는 직속 상관인 노모 상사 등에게 알렸으나 이들은 합의를 종용하고 회유를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다른 부대로 전출된 이 중사는 지난달 22일 혼인신고를 한 남자친구의 관사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정충신 선임기자 csj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