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배우 마동석(왼쪽 세 번째)이 11월 개봉을 앞둔 마블 영화 ‘이터널스’의 주연 배우로 참여하는 등 최근 할리우드에서 한국 유명 배우들을 영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 ‘디즈니플러스’ 하반기 서비스 시작
‘캡틴 마블2’ 박서준 캐스팅
‘이터널스’ 마동석 출연예정
웹툰‘무빙’500억 규모 제작
전세계에 K-콘텐츠 선뵐 듯
넷플릭스 등 플랫폼과 경쟁
구독료 인하 등 긍정적 효과
‘디즈니는 디즈니서만 본다’
토종업체 경쟁력 약화 우려
세계 최대 규모의 미디어·콘텐츠 기업으로 손꼽히는 디즈니의 ‘한국 공습’이 본격화됐다. 하반기에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인 디즈니플러스(+)의 한국 서비스를 시작하며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제작뿐 아니라 자사 콘텐츠를 만들고 한류 스타를 대거 영입하는 등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현재 OTT 1위 기업인 넷플릭스가 한국 시장을 선점한 가운데, 아시아 전역까지 섭렵하는 모델을 염두에 둔 디즈니의 “‘바이 코리아(Buy Korea)’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디즈니의 남다른 한국 사랑?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어벤져스’ 시리즈를 비롯해 ‘겨울왕국’ ‘알라딘’ 등 원작 만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를 통해 전 세계 극장가를 석권한 디즈니는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OTT 시장에서도 현재 업계 1위인 넷플릭스의 아성에 도전한다. 그 일환으로 디즈니는 자체 콘텐츠 제작이 가장 활발한 역동적인 시장이자 아시아 전역으로 통하는 허브(hub)로 평가받는 한국에 공을 들이고 있다.
디즈니는 최근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새 장을 여는 영화 ‘캡틴 마블2’에 배우 박서준을 캐스팅했다. 비밀유지계약에 따라 박서준 측은 “현재 드릴 말씀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그는 하반기 ‘캡틴 마블2’ 촬영을 위해 미국으로 건너갈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11월 개봉을 앞둔 또 다른 마블 시리즈인 ‘이터널스’에는 마동석이 출연한다.
이들이 참여하는 ‘어벤져스’ 시리즈는 미주 지역을 제외하면 한국에서 흥행 수익이 가장 높다. 국내에서 제일 많은 관객을 모은 외화인 ‘어벤져스:엔드게임’(1393만 명)을 비롯해 ‘어벤져스:인피니티 워’(2018)와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2015)이 각각 1121만 명, 1049만 명을 동원했다. 2014년에는 ‘어벤져스2’를 한국에서 촬영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한국 시장의 가능성을 확인한 디즈니는 OTT 시장으로 영역을 확장하며 한국 시장을 테스트 베드(test bed)로 삼은 셈이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한국의 모바일 커뮤니케이션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 OTT 기업들이 자사 서비스의 성공 여부를 가늠하는 바로미터로 삼고 있다. 스마트폰과 와이파이 보급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아 스트리밍 서비스에 최적화돼 있기 때문”이라며 “게다가 한류 스타들의 인지도와 시장 확장성이 점점 강해지고 있는 터라 그들을 섭외하는 것은 한국 대중의 관심을 불러 모으는 것을 넘어 아시아 시장 전체를 겨냥한 모델을 만들려는 시도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디즈니는 디즈니플러스의 국내 론칭에 발맞춰 이미 오리지널 콘텐츠 공급을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영화 ‘변호인’과 드라마 ‘태양의 후예’ 등을 제작한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NEW)의 계열사인 스튜디오앤뉴에 660억 원을 투자해 향후 5년간 매년 1편 이상의 작품을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선보이기로 계약을 맺었다. 이미 동명 웹툰을 드라마로 옮기는 ‘무빙’을 500억 원 규모로 제작하기로 결정하며, 넷플릭스 ‘킹덤 시즌2’를 연출한 박인제 감독을 영입한 데 이어 배우 조인성·한효주 등을 일찌감치 섭외했다. 두터운 팬덤을 확보한 가수 강다니엘이 출연하는 ‘너와 나의 경찰수업’도 디즈니플러스로 편성될 예정이다. 장경익 스튜디오앤뉴 대표는 “다양한 소재와 스토리 라인으로 무장한 K-콘텐츠를 전 세계 시장에 지속적으로 선보이며 디즈니플러스와 같은 플랫폼과 유기적인 협업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배우 수현이 참여한 할리우드 영화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왼쪽 사진)과 ‘알라딘’(오른쪽) 등은 10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모으며 한국 시장에서 엄청난 수익을 거뒀다.
◇독일까? 득일까?
넷플릭스가 단단한 플랫폼 위에 콘텐츠를 얹는 형국이라면, 디즈니는 확보하고 있는 어머어마한 지식재산권(IP)을 디즈니플러스라는 플랫폼을 통해 더 널리 퍼뜨리는 방식을 택했다. 이를 위해 디즈니는 이미 넷플릭스를 비롯해 토종 OTT인 웨이브 등에 공급하던 자사 콘텐츠를 철수시켰다. “디즈니 콘텐츠는 디즈니플러스에서만 볼 수 있다”는 외침이라 볼 수 있다.
2019년 11월 첫선을 보인 디즈니플러스는 지난 3월 전 세계 가입자 1억 명을 돌파했다. 그 안에는 디즈니, 픽사, 마블이 배출한 콘텐츠 외에도 ‘스타워즈’ 시리즈와 내셔널지오그래픽 등 소비자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킬 콘텐츠가 가득하다. 게다가 각국을 공략하기 위한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도 아낌없이 투자한다.
단기적 시선으로 볼 때, 소비자는 반길 일이다. 볼거리가 늘어날 뿐만 아니라, OTT 간 경쟁이 소비자 유치를 위한 구독료 하락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OTT 중심으로 재편되는 엔터테인먼트 환경 속에서 덩치 싸움에 밀리는 국내 업체들의 영향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 또한 귀담아들어야 한다. 해외 OTT에서 제시하는 제작비 수준이 국내 방송사를 웃돌기 때문에 향후 유력 스타와 작가, 감독 등 크리에이터 등이 OTT 콘텐츠로 쏠리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이문행 수원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디즈니플러스가 들어오면 국내 시청자들에게 익숙한 다양한 콘텐츠를 공격적으로 선보이며 OTT 환경을 크게 바꿀 가능성이 높다. 단기간으로 볼 때 적잖은 수요층이 몰려갈 것”이라면서도 “넷플릭스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경 속에서 크게 성장했지만 최근에는 그 기세가 꺾인 느낌이다. 토종 OTT인 웨이브나 티빙 역시 다양한 오리지널 콘텐츠를 준비하며 방어하고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볼 때는 여러 OTT 업체가 춘추전국시대를 열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kind=link}